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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원희룡 녹취파일 공개 요구에 "대응 않겠다"

등록 2021.08.18 11: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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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오늘 오후 6시까지 전체 녹음파일 공개 요구

이준석 "의도를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대응 안 하겠다"

李, 대선주자와 당대표 간 이례적인 갈등에 입지 점점 축소

당원들 "탄핵" "사퇴" 요구…李, 조기 비대위 의식할 수도

[대전=뉴시스] 전진환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8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홍범도 장군 유해 안장식에 참석해 행사 시작 전 전화를 하고 있다. 2021.08.18. amin2@newsis.com

[대전=뉴시스] 전진환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8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홍범도 장군 유해 안장식에 참석해 행사 시작 전 전화를 하고 있다. 2021.08.1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준호 김승민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는 18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금방 정리된다'는 발언을 폭로한 원희룡 전 제주지사로부터 녹음파일 전체를 공개하라는 압박을 받자 "그냥 딱합니다"라고 SNS에 글을 올렸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한 줄짜리 입장문을 내자, 당분간 정면 대응 보다는 '무대응' 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경선을 목전에 둔 시점에 이례적인 당대표와 대선주자간 갈등을 반복해 당 안팎의 비난을 자초하고 있는 만큼 현 국면을 냉각시킬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 사실상 '무시 전략'으로 일관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원 전 지사의 기자회견 직후 뉴시스 통화에서 향후 대응 계획을 묻는 질문에 "언론이 상황을 보시면 알 것이다. 페이스북에 적어놓은 것만으로 그냥 '딱합니다' 그 네글자다"라고 답했다.

통화 맥락상 '정리 대상'은 이 대표와 윤 전 총장 간 갈등 상황이 아니라 윤 전 총장을 지목한 것이란 원 전 지사의 주장에 대해선 "그렇게 계속 얘기하라고 하라. 제가 뭐 가르치고 할 건 아니고, (녹취록이)공개까지 됐는데 그 내용 해석에 대해서는 제가 누구를 가르치고 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전체 녹음파일을 공개할 경우 원 전 지사가 불리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저는 그런 것도 평가하고 싶지 않다"면서 "사실 무슨 의도인지를 파악할 수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냥 대응을 안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어떻게 이게 정상적인 상황이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렇게까지 내용을 공개했는데도 이렇게 나온다는 건 무슨 의도인지를 파악할 수가 없기 때문에, 지켜보고 국민들도 대충 상황을 알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 전 지사가 이날 시한 내에 녹음파일 공개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추가 행동을 시사한 데 대해 이 대표는 "그게 무슨…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며, 뭘 자기 나름대로 시한을 정했다는 것이며, 저는 이제는 '딱하다' 플러스 국민들이 무슨 상황인지 알지 않나, 그거밖에 없다"고 했다.
[서울=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금방 정리된다’ 발언에 맞대응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원 전 지사는 “오늘 오후 6시까지 자신과 통화한 녹음 파일 전체를 공개하라”고 말했다. 2021.08.1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금방 정리된다’ 발언에 맞대응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원 전 지사는 “오늘 오후 6시까지 자신과 통화한 녹음 파일 전체를 공개하라”고 말했다. 2021.08.18. [email protected]

       
이 대표는 원 전 지사의 압박에 정면 대응으로 반격하기 보단 발언의 수위를 조절하며 신중한 태도로 돌아서 정치권에선 의외라는 반응이다.

전날 심야에 논란이 일고 있는 통화내역의 녹취록을 자진해서 공개했을 정도로 원 전 지사의 기자회견에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있었지만, 이 대표는 의외로 말을 아끼고 있다. 각종 토론배틀에서 치열한 '입싸움'으로 정치인으로서 무게감을 키웠던 이 대표의 스타일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이를 놓고 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당 대선주자와의 갈등을 키우지 않고 냉각기를 갖는 쪽으로 입장이 선회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내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인 윤 전 총장과의 잇단 갈등 반복으로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또다른 대선주자인 원 전 지사와 갈등까지 확산될 경우 당대표로서 책임론을 제기될 것을 우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일부 최고위원들은 전날 비공개 회의에서 이 대표의 처신을 놓고 "경고한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의 목소리를 냈고, 이 대표 면전에서 불필요한 말과 SNS를 줄일 필요가 있다는 충고도 함께 했다. 당원들 사이에선 경선 관리의 공정성 시비를 낳고 있는 이 대표의 자진사퇴나 탄핵을 요구하는 부정적인 기류도 감지된다.

결국 경선 국면에서 잡음이 발생할 경우 일차적으로 모든 책임을 당대표가 지게 되는 만큼 이 대표가 대선주자와의 잇단 갈등으로 자신의 당내 입지가 축소될 것이란 점을 의식해 현재의 갈등 국면을 더 키우지 않고 덮으려는 의도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당선되자마자 당 한편에선 조기 비대위 추진설이 흘러나올 만큼 당대표를 바라보는 불안한 시선을 이 대표도 의식하고 경계하고 있을 것이란 말이 나온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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