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 받지 못한 1위…투명 인간 된 발리예바[베이징2022]
여자 싱글 쇼트 1위에도 러시아 관계자만 박수
IOC, 발리예바 투명 인간 취급…프리 출전권 25명 확대·시상식 보이콧
외신들 반응은 냉랭…국내 해설위원들도 '침묵'
[베이징(중국)=뉴시스] 고범준 기자 = 15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에서 카밀라 발리예바(러시아 올림픽 위원회·ROC)가 연기를 마치고 두 손을 모으고 있다. 2022.02.16. [email protected]
발리예바는 15일 중국 베이징의 캐피털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치러진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 출전해 1위를 차지했다.
기술점수(TES) 44.51점, 예술점수(PCS) 37.65점으로 총점 82.16점을 받은 발리예바는 첫 점프 과제인 트리플 악셀을 실수하고도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
발리예바는 연기를 마친 뒤 눈물을 쏟아냈지만, 러시아를 제외한 다른 나라의 반응은 냉랭했다.
발리예바는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수많은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고 그대로 빠져나갔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최고의 스타 중 한 명으로 꼽혔던 발리예바는 도핑 스캔들로 지울 수 없는 낙인이 찍혔다.
지난해 12월 채취된 도핑 샘플에서 협심증 치료제이자 흥분제 역할을 하는 금지 약물인 트리메타지딘이 검출된 뒤 스포츠중재재판소(CAS)의 구제로 논란 끝에 올림픽 출전 길이 열렸지만, 그를 바라보는 시선을 차갑기만 하다.
CAS의 결정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대놓고 발리예바를 투명 인간 취급했다.
[베이징(중국)=뉴시스] 고범준 기자 = 15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에서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카밀라 발리예바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2022.02.15. [email protected]
또 발리예바가 상위 24명에게 주어지는 프리스케이팅 출전권을 따면 25위를 한 선수에게도 프리스케이팅에 설 기회를 주기로 하는 등 사실상 없는 선수 취급을 했다.
실제로 이날 쇼트프로그램에서 25위를 한 제니 사리넨(핀란드)가 프리스케이팅에 진출했다.
현장 반응도 차가웠다. 모두가 발리예바를 주목했지만, 그의 연기에 박수를 보낸 건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관계자들뿐이었다.
외신들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ESPN은 "많은 사람이 그녀가 그곳에 있으면 안 된다고 느꼈음에도 발리예바는 빙판 위에 섰다"고 지적했고, 1998 나가노 올림픽 여자 싱글 금메달리스트인 타라 라핀스키는 "모든 것에 의문을 품게 된다"며 금지 약물을 복용한 선수의 출전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앞서 한국 피겨선수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었다.
[베이징(중국)=뉴시스] 홍효식 기자 = 15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에서 러시아올림픽위원회 카밀라 발리예바가 연기를 마친 뒤 감격해 있다. 2022.02.15. [email protected]
또 이날 쇼트프로그램에서 9위를 김예림(수리고)은 지난 14일 발리예바의 올림픽 출전이 결정됐을 때 "대다수 선수가 이 일에 관해 안 좋게 생각한다. 한 미국 선수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도 공정하지 않은 것 같다고 하더라"며 소신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한국의 해설위원들도 발리예바의 출전에 침묵으로 응답했다.
곽민정 KBS 해설위원, 이호정 SBS 해설위원은 발리예바의 프로그램 내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MBC는 기술에 대한 설명만 하며 발리예바의 출전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점을 짚었다.
발리예바는 쇼트프로그램에 나선 30명의 올림픽 선수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환영받지 못했다.
이대로 프리스케이팅에서 또다시 1위를 차지해도 그를 향한 의심의 눈초리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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