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 사설서버 아이템' 팔아 2억 수익…추징 못한 법원, 왜?

리니지 불법 사설서버 개설해 아이템판 혐의

1심서 징역 1년6개월에 2억여원 추징금 명령

2심 "기소된 혐의와 다르다"…추징 선고 못해

검찰에 공소장 변경 요청했지만 응하지 않아

[서울=뉴시스] 김재환 기자 = 엔씨소프트가 제공하는 온라인게임인 리니지의 불법 사설서버를 제공해 아이템을 팔아 2억여원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에게 법원이 범죄수익에 대한 추징을 명령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이 기소한 범죄사실과 실제 법원이 판단한 혐의가 달랐기 때문이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33)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4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7~2018년 리니지 불법 사설서버를 운영해 아이템 판매대금을 벌어들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는 리니지 사설서버 7곳을 이용할 수 있는 접속기를 자신이 개설한 웹페이지를 통해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용자들이 접속하면 아이템을 만들어 판매해 모두 2억2648만3000원을 송금받은 혐의가 있다.

1심은 "게임물의 유통질서를 저해하는 것으로 범행 기간이 1년이 넘고 취득한 이익도 거액"이라며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하고 2억여원의 추징금을 명령했다.

반면, 항소심은 A씨가 거둔 수익에 대해 추징을 명령하지 않았다.

A씨가 수익을 벌어들인 행위를 두고 검찰의 공소사실과 법원이 판단한 실제 혐의가 서로 달랐기 때문이다.

당초 수사기관은 A씨가 엔씨소프트의 승인을 받지 않은 게임물을 제공한 뒤 그 대가로 수익을 거둔 것으로 보고 게임산업법 32조 1항 9호를 위반한 혐의를 적용했다. 해당 법 조항은 게임물 관련 사업자가 승인하지 않은 게임물을 제공하는 행위를 규제한다.

그러나 A씨는 리니지 게임을 제공한 게 아닌, 불법 사설서버에서 게임 아이템을 팔아 돈을 벌어들였다는 게 2심 판단이다. 이 경우에는 게임물 이용으로 획득한 결과물의 환전을 금지한 게임산업법 32조 1항 7호가 적용된다.

즉, 법원으로선 A씨가 기소되지 않은 혐의에 대해 추징을 선고해야 하는데, 이는 불고불리의 원칙(법원은 기소한 범죄사실에 대해서만 심판)에 어긋나므로 불가능하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이런 점 때문에 2심은 검찰에 공소장변경을 요구했지만 응하지 않았고, 결국 2심은 환전 수익에 해당하는 2억여원에 대해 추징을 선고하지 않았다.

이 밖에 2심은 "A씨가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며 재범하지 않을 것을 다짐하고 있고, 벌금형을 초과하는 범죄 전력이 없다"며 1심보다 줄어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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