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창궐 때보다 더 힘듭니다"…자영업자 한숨 커진다
치솟는 물가에 손님도 끊겨…은행권, 금리 인상에 빚 폭탄 시름
식자재 인상에 공공요금·최저임금도 올라…폐업 고민도 많아
[서울=뉴시스] 김동현 기자 = "물가가 하루가 다르게 뛰고, 금리도 많이 올라 최근 10년 간 장사하면서 이렇게 힘든 적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코로나로 2년간 영업 제한을 당해 은행에서 빌린 돈도 많은데…"
서울 신월동에서 실내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김 모(44) 씨 얼굴은 어느새 근심이 가득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 이후 매출 회복 기대감이 높았는데 최근 상황은 생각과 180도 다르다는 게 김 씨 주장이다.
김 씨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영업시간 제한 조치가 시행될 당시 만해도 말 그대로 하루 하루를 버텼다. 무조건 살아남으면 좋은 날이 올 것이라고 믿었다.
그렇게 2년이 흐른 지금, 그에게 남은 것은 빚밖에 없다. 은행에서 받은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은 최근 금리가 오르면서 이자가 급격히 불어났다. 변동 금리로 대출을 받았던 것이 실수였다.
장사라도 잘 되면 희망을 가지고 살텐데 그마저 생각 같지 않다. 식자재 가격은 계속 올랐고, 전기세와 가스요금 등 공공요금까지 덩달아 뛰었다. 손님이 주문한 메뉴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이전보다 2배 정도 늘었다.
메뉴 가격을 조금 올리자 동네 손님들이 '너무 비싸게 판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근엔 아예 홈술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면서 가게를 찾는 손님들이 점점 줄고 있다. 물가가 급등하며 외식 소비를 자제하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김 씨는 자녀들을 볼 때마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마음은 잘 해주고 싶은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김씨 뿐 만 아니다. 최근 인건비·배달비 등 각종 제반 비용이 상승해 음식점 자영업자들은 갈수록 늘고 있다. 물가가 치솟자 손님이 뚝 끊기는 상황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은행권에서 돈을 빌린 자영업자들은 이자 부담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정부가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든 이후 갚아야 할 빚이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외곽 상권에 위치한 가게일수록 이런 상황이 더 심각하다. 일부에선 올 하반기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크게 늘 것이라고 내다본다.
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 등 자영업자들이 많이 찾는 소셜네트워크(SNS)에는 '저희집만 손님이 없는건가요?'라거나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손님이 찾아오나요?' 등 암울한 심경을 드러낸 글들이 잇따르고 있다.
자영업자 A씨는 "폐업하는 주변 상인들이 늘고 있다"며 "경기가 좋을 때와 나쁠 때의 차이는 상가 공실률을 보면 알 수 있는데 동네상권의 경우 현재 권리금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또 다른 자영업자는 "6년이라는 시간을 열심히 달렸는데 결국 오늘까지 영업하고 가게 문을 닫게 됐다"며 "권리금도 못받고 가게를 접을 수 밖에 없어서 막막하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 6.0% 상승했다. 1998년 11월(6.8%)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생활물가지수는 7.4% 오르며 1998년 11월 이후 최고 상승폭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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