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사교육 시키란 말이냐"…'만 5세 입학'에 울산 학부모 뿔났다
지역 맘 커뮤니티 등 비판글 잇따라
특히 맞벌이 가정서 육아부담 고민 커
교육계, 업무 부담에 교육 질적 저하 우려
울산의 한 초등학교 1학년 교실(뉴시스DB)
[울산=뉴시스]구미현 기자 = 정부가 이르면 2025학년도부터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6세에서 만 5세(한국나이 7세) 한 살 낮추기로 하면서 울산지역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세다.
특히 맞벌이를 하는 만 5세 이하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맞벌이 부부들에게는 초등학교 입학 시기가 육아의 고비가 되는 시점으로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엔 무리가 따르기 때문이다.
1일 울산지역 커뮤니티 등에는 정부의 학제 개편을 비판하는 글들이 잇따르고 있다.
북구에 사는 만 3세 학부모 김모(40)씨는 “2019년 1월생인 첫째가 학제 개편에 따라 1년 일찍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된다”며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한글과 숫자를 떼고 간다는데 지금 당장이라도 사교육을 시켜야 하나 고민이다”고 말했다.
보육 공백이 앞당겨지는 점도 맞벌이 부부들에게 고민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은 맞벌이 부부가 아이를 키우기 가장 어려운 시기로 꼽힌다. 학교 정규 수업은 낮 12시면 끝나는데, 오후 늦게까지 아이를 돌봐주는 어린이집 보육시설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남구에 사는 맞벌이 학부모 신모(38)씨는 “학제 개편이 이뤄지면 맞벌이 부부의 육아부담이 늘어나 직장을 관두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라며 “이런 현실을 알고 정책을 추진하는 것인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유아를 둔 부모들은 “아이들은 놀아야 하는데 학원 다니는 시기가 더 앞당겨지겠다”, “태어나자마자 조기교육 시켜야 할 판”, “입시 문제까지 염두에 두고 개편해야 하는데 그것까지 생각한 것인지 모르겠다”는 등의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교육계도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역의 한 초등교사는 “유아의 인지·정서발달 특성상 부적절하며 입시경쟁과 사교육의 시기를 앞당기는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며 “또 초등 교사들의 업무 부담이 늘어 교육의 질적 저하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역시 재검토 입장을 내놨다. 교총은 논평에서 “학제개편은 특정 시점의 학생이 두 배까지 늘 수 있다는 점에서 대폭적인 교사 수급, 교실 확충과 막대한 재정 투입이 필요한 것은 물론 이들이 입시, 취업 등에서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는 등 이해관계의 충돌, 갈등까지 빚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통계청의 출생아 수 통계에 따르면 학제 개편이 이뤄질 경우 2025학년도 취학 대상은 2018년생 32만6822명과 2019년 1∼3월생 8만3030명을 합친 40만9852명이다. 같은 해에 2학년이 되는 2017년생(35만7771명)보다 5만2000명 많다. 2026학년도는 36만 명, 2027학년도는 33만 명 수준이다. 많은 인원이 함께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그 세대는 진학, 대학입시, 취업에서 더 심한 경쟁을 겪어야 한다.
한편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29일 대통령 업무보고 사전브리핑에서 국가가 책임지는 교육·보육의 대상을 늘려 교육격차를 줄이고자 학제개편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학제개편 방법으로는 2025년부터 2028년까지 4년간, 2018~2022년 출생 아동들을 나눠서 입학시키는 방안이 언급됐다.
오는 2025년에는 2018년 1월~2019년 3월 출생 아동이 입학하고, 2026년에는 2019년 4월~2020년 6월생, 2027년에는 2020년 7월~2021년 9월생, 2028년에는 2021년 10월~2022년 12월생이 입학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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