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가습기 살균제' SK케미칼·애경 유죄 판결 파기
위해 가능성 알고도 제품 판매·유통 혐의
1심에서는 무죄…항소심서 유죄로 뒤집혀
대법, 파기환송…"공동정범 인정할 수 없어"
[서울=뉴시스]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2024.12.26. (사진 = 뉴시스DB)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인체 유해한 원료로 만들어진 가습기 살균제를 유통·판매해 인명 피해를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직 대표 등 관계자들에 대한 유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됐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26일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에게 각각 금고 4년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들은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 과정에서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해 98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를 받고 있다.
홍 전 대표는 2002~2011년 동안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 등 가습기살균제 원액을 제조·제공해 인명 피해를 낸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2002년 SK케미칼이 애경산업과 '홈 크리닉 가습기 메이트'를 출시할 당시 대표이사였다.
안 전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 원료 물질인 CMIT·MIT 등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것을 알고도 이를 사용한 '가습기 메이트' 제품을 유통·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안 전 대표는 1995년 7월~2017년 7월까지 애경산업 대표로 근무했다.
검찰은 수사를 거쳐 안 전 대표 등이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된 원료 물질이 인체에 유독한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이를 판매·유통한 것으로 보고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를 적용했다.
1심은 이들이 판매한 제품과 피해자들의 상해·사망 간 인과관계를 인정할 만한 연구자료 등 증거가 부족하다는 취지로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1심 결과를 뒤집고 CMIT·MIT 성분 가습기 살균제와 폐질환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고 기업들이 주의 의무도 위반했다고 보고 유죄로 봤다.
2심 재판부는 이들 중 제품이 제조·판매된 이후에도 계속 근무한 이들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고, 그 이전에 퇴사한 이들은 공범으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홍 전 대표와 안 전 사장에게는 금고 4년을 선고하면서도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함께 기소된 9명은 금고 금고 2~3년을 선고받았고, 2명은 금고 2년~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금고는 구금하지만 징역형과 달리 강제 노동은 하지 않는 형벌이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맡은 업무에 따라 제품 출시 전 안전성 검사를 수행했어야 함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제품출시 후 요구되는 관찰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그 피해를 확대했다"고 했다.
대법원은 이들을 공동정범으로 본 원심에 판단에 잘못이 있다고 보고 사건을 다시 심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성분이 다른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회사를 공동정범으로 보긴 어렵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관련 사건 피고인들이 제조·판매한 가습기 살균제의 주원료는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등이고, 이 사건의 제품 주원료는 CMIT·MIT로 성분과 체내분해성, 대사물질 등이 전혀 다르다”며 "서로 상대방 가습기 살균제의 개발·출시를 인식했다거나 그에 관해 서로 의사를 연락했음을 인정할 만한 사정도 발견할 수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관련 사건 피고인들이 제조·판매에 관여했던 가습기 살균제와 이 사건 피고인들이 제조·판매에 관여했던 가습기 살균제는 그 용도나 용법이 동일할 뿐 주원료 등 주요 요소가 전혀 다르고,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를 개량한 제품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원심이 근거로 들고 있는 사정 만으로 과실범의 공동정범 성립을 인정할 수는 없다"면서 "그러한 사정만으로 과실범의 공동정범 성립을 인정한다면, 인터넷망 등을 통해서 국경을 초월한 상품의 구매·소비가 용이하게 이루어지는 현대사회에서 상품 제조·판매자들 등에 대한 과실범의 공동정범 성립범위가 무한정 확장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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