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리지 않는 투자 빙하기…스타트업도 '구조조정' 칼바람
3고 경기부진으로 벤처투자 시장 얼어붙어
지난해 연간 누적 투자금 전년 대비 7% ↓
교육·에듀테크 기업 등 인력감축 들어갈까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코스피가 전 거래일(2449.80)보다 19.08포인트(0.78%) 오른 2468.88에 마감한 지난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국민은행 스마트딜링룸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2023.02.0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수정 기자 = 지난해부터 이어진 벤처투자 빙하기에 스타트업 업계에도 구조조정 바람이 불고 있다. 글로벌 금리 인상과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따른 경기 부진 등으로 벤처투자 시장이 얼어붙으면서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성인 교육 플랫폼 A사는 지난해 11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A사는 그간 누적 250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하는 등 교육 플랫폼 업계의 유망 스타트업으로 주목 받아왔다. 하지만 경기 불확성이 커지며 투자 유치가 힘들어지자 약 70%에 가까운 직원을 내보내기에 이르렀다. 기존 90여명에 달했던 인력은 구조조정 후 25명으로 줄어들었다.
A사 관계자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지난해에 투자가 어려워지면서 구조조정을 했고 최근에는 기업과 고객간의 거래(B2C)에서 기업 교육 쪽으로 비중을 높이면서 일정 부분 흑자 전환을 했다"며 "다시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완전한 흑자전환까지 남은 길은 멀기만 하다. 그는 "(학습) 튜터나 콘텐츠들을 기업에 공급하는 것에 따라서 달마다 흑자가 나기도 하고 안나기도 한다"며 "중간에 자연 이탈도 있어서 지금은 20명이 조금 안되는 상태에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그테크 기업 B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B사는 지난 2017년 5월 설립한 농식품산업 스타트업이다. 농업인 80여만명이 가입해 사용하고 있는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B사는 창업 5년 만에 누적 투자액이 2400억원에 달하는 등 관련 분야에서 유망 스타트업으로 주목 받았다. 하지만 최근 일부 대금의 납부가 연기되며 일시적인 재정 긴축에 들어갔다.
B사 관계자는 "당장 자금 조달이 어렵다고 보긴 어렵지만 일부 대금이 딜레이되고 있는 것이 있어서 일시적으로 긴축하는 부분들이 있다"며 "대외 환경이 채권시장도 붕괴되고 금리도 올라가고 하다 보니까 우리도 미리 경영 상 어려움이 있을만한 것들을 준비하자고 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 인력을 줄이는 부분에 대해서는 얘기되고 있는 부분이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B사의 블라인드(직장인 커뮤니티 어플리케이션)에서는 사내 구조조정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내부 직원들은 이미 구조조정을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사업의 방향성을 위해 구조조정을 단행한 곳도 있다.
인공지능(AI) 교육 솔루션 스타트업 뤼이드는 지난해 9월께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섰다. 뤼이드는 당시 경영효율화 차원에서 희망퇴직을 받기 위해 직원들과 개별적인 면담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면서 기술과 서비스 측면의 투자가 부족했다는 판단에서다. 뤼이드는 마케팅 기능을 대폭적으로 줄이는 방향으로 구조조정 절차에 돌입했다.
일각에서는 자금 여력이 부족해진 일부 스타트업들의 경우 폐업까지 이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를 지난 2021년 1분기 전에 받았던 회사들은 사정이 조금 낫겠지만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은 사정이 비슷할 것"이라며 "이런 투자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보니 영세 기업들은 폐업까지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스타트업 민관 협력 네트워크인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투자금은 1조69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조원 넘게 줄어들었다. 지난해 연간 누적 투자금은 10조8624억원으로 전년 대비 7%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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