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노인 무임승차, 연령 상향 '딜레마'…40년 만에 바뀔까?

등록 2023.02.19 12:00:00수정 2023.02.19 12:04:13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무임승차 연령 올리자니 노인층 반발 거세

"노인 때문에 적자?…벼락 맞을 소리" 비판

지하철 공사 적자 '눈덩이'…"이젠 손 봐야"

제도개선 진퇴양난…서울시·기재부 공방 계속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서울시가 무임승차 연령(만 65세 이상) 상향 논의에 불을 붙이고 있다. 서울시가 발표한 '2022년 서울시 노인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에 살고 있는 65세 이상 노인들이 생각하는 '노인 기준 연령'은 평균 72.6세다. 지난 7일 오전 서울 중구 지하철 1호선 서울역에 설치된 승차권 발매기에 우대용 무임승차권 표시가 나오고 있다. 2023.02.07.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서울시가 무임승차 연령(만 65세 이상) 상향 논의에 불을 붙이고 있다. 서울시가  발표한 '2022년 서울시 노인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에 살고 있는 65세 이상 노인들이 생각하는 '노인 기준 연령'은 평균 72.6세다. 지난 7일 오전 서울 중구 지하철 1호선 서울역에 설치된 승차권 발매기에 우대용 무임승차권 표시가 나오고 있다. 2023.02.0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조현아 기자 = "고령화 시대에 65세를 노인이라 볼 수 있나?", "노인이 지하철 더 탄다고 적자가 나는 게 말이 되나?"

대중교통 요금인상 이슈와 함께 수면 위로 급부상한 노인 무임승차 연령 상향 논란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서울시와 기획재정부가 무임승차 손실보전을 놓고 '핑퐁게임'을 지속하는 가운데 연령상향을 비롯한 제도 개선을 놓고 세대 간 갈등으로까지 번지는 모습이다.

지하철 적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노인 무임승차 제도를 이제는 손 봐야 한다는 의견과 노인 교통 복지에 따른 사회적 편익 등을 함께 고려해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19일 서울시와 정부 등에 따르면 지금과 같은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제도는 1984년 6월부터 40년간 지속됐다. 무임승차 제도가 처음 도입된 1980년 당시에는 만 7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요금을 50% 할인해주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듬해 기준 연령이 65세 이상으로 하향 조정됐고, 1984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지시로 '65세 이상 전액 면제'로 변경됐다.

노인 무임승차 제도 개선 문제는 해묵은 논쟁거리다. 고령사회를 지나 초고령사회를 목전에 두고 있는 가운데 지하철 공사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무임승차 제도를 지속하는 게 맞는지에 대한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하지만 논란 때마다 노인층의 반발 등에 부딪혀 제도 개선으로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이번에도 꼬인 실타래처럼 문제를 풀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연초부터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롯해 홍준표 대구시장 등 각 지자체장이 지하철 적자 보전의 해법 중 하나로 무임승차 제도 개선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반발 여론이 거세다.

김호일 대한노인회 회장은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대한노인회 주최 '노인 무임수송 정책토론회' 환영사에서 "노인이 지하철을 (무임으로) 탄다고 적자가 난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다"며 "빈자리에 노인이 더 탄다고 전기세가 더 드냐, 만만한 게 노인이라고 툭하면 노인 때문에 적자 난다고 하는데 벼락 맞을 소리"라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노인이 지하철을 타고 환승하고 다니면 하루 1만보는 걷는다. 어떤 학자가 연구한 것을 보니 노인들이 지하철을 타 3000~4000억원의 의료비가 절감됐다고 한다"며 "결국 모두가 노인이 된다. 노인 문제는 국민 모두의 복지 문제다. 국가가 지하철 적자를 메워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세훈 시장은 토론회에서 "무임수송 제도를 도입하던 당시 서울의 만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3.8%였으나 지금은 17.4%"라며 "지금 세대가 책임을 지지 않으면 미래세대에 견딜 수 없는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에 이제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맞받았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서울교통공사는 지난해 서울 지하철 65세 이상 무임 수송인원(1억9664만6000명) 등을 토대로 무임승차 노인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올린다면 연간 손실을 최대 1524억원 줄일 수 있다고 추산했다. 지난 7일 오전 서울 중구 지하철 1호선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3.02.07.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서울교통공사는 지난해 서울 지하철 65세 이상 무임 수송인원(1억9664만6000명) 등을 토대로 무임승차 노인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올린다면 연간 손실을 최대 1524억원 줄일 수 있다고 추산했다. 지난 7일 오전 서울 중구 지하철 1호선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3.02.07. [email protected]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2021년 당기순손실 9644억원 중 무임수송에 따른 손실은 2784억원으로 전체의 30% 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적자는 약 1조2600억원으로 적자폭이 더 커질 전망이다.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 개선 논의와는 별개로 손실 보전 책임에 따른 서울시와 기재부 간 공방도 치열하다. 서울시는 무임승차 제도가 정부 정책으로 추진되고 있는 만큼 기재부가 재정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기재부는 지하철 공사의 무임승차 손실을 지원할 법적 근거도, 책임도 없다는 입장이다. 누적된 적자 해결을 위해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데, 실질적으로 재원 마련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논란이 매듭지어지지 않으면 서울 지하철 요금은 8년 만에 인상 수순을 밟게 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공요금 동결 기조에 서울시는 당초 4월을 목표로 추진하던 대중교통 요금 인상 시기를 일단 하반기로 미뤘지만 누적된 적자를 고려할 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오 시장은 최근 윤 대통령에 "정부의 재정 지원이 있을 경우 대중교통 요금 인상폭을 400원에서 200원으로 낮추겠다"는 취지의 건의를 한 상태다.

서울시는 "지속되는 고물가로 인해 가중되는 서민 가계 부담을 완화하고 정부의 공공요금 상반기 동결기조에 호응해 대중교통 요금인상 시기를 하반기로 조정하기로 했다"며 "다만 시의회 의견청취 등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위한 행정 절차는 당초 계획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