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무더기 이탈표에 檢 수사·당 분열 '내우외환'
당내 이탈 최소 31표…사실상 분열 조짐
비명·친명 막론하고 예상 밖 결과에 충격
李 리더십 타격…檢 수사에 단일대오 실패
기소 시 직무 정지 '당헌 80조' 논란 불가피
이재명 "당내 더 소통해 의견 수렴하겠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03회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에서 본인의 체포동의안에 대한 신상 발언을 하고 있다. 2023.02.2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하지현 신재현 홍연우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지난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간신히 부결되면서 민주당이 내우외환(內憂外患)에 빠졌다. 당초 '압도적 부결'을 자신하던 지도부와 달리, 30표가 넘는 당내 이탈표가 발생한 데 따른 결과다.
민주당은 향후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와 여당의 '방탄 정당' 공세뿐만 아니라, 당내 분열 가능성까지 우려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단일대오를 강조하며 사실상 표 단속에 나섰던 이 대표의 리더십도 치명타를 입게 됐다. 향후 검찰의 기소와 잇따른 구속영장 청구에, 기소 시 직무 정지를 규정한 '당헌 80조' 논란과 거취 문제 등 이 대표를 향한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297명이 표결에 참여한 가운데 찬성 139명, 반대 138명, 기권 9명, 무효 11명으로 부결됐다. 무효 논란이 불거진 2표는 국회의장이 각각 반대 1표와 무효 1표로 분류했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찬성하는 민주당의 이탈표는 30여표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당초 민주당은 '이재명 방탄' 프레임을 우려해 부결을 당론으로 정하지 않고 자유투표 방침을 세웠다.
나아가 당 지도부가 '압도적 부결'을 강조하면서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부결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지만, 예상과 달리 찬성표가 반대표보다도 높게 집계됐다.
체포동의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이날 전체 299석 중 169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 의원 전원이 표결에 참여했지만, 반대표는 138표에 그쳤다.
138명을 전부 민주당 의원들로 가정해도 당내에만 최소 31명 이상의 이탈표가 발생한 셈이다. 기권과 무효표를 감안하면 38표에 이른다는 주장도 나온다.
출석 의원 297명의 과반에 미치지 못해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은 부결됐지만, 민주당은 예상 밖의 무더기 이탈표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당내 한 중진 의원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다"면서도 "30표가 넘는 무효표 숫자를 보면 특정 세력이 조직적으로 역할 분담을 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2023.02.27. [email protected]
한 최고위원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라 지도부와 논의를 해봐야 한다"며 즉답을 피하기도 했다. 대표직 사퇴와 불체포특권 포기를 주장하던 비명계에서도, 부당한 검찰 수사를 강조하던 지도부에서도 이번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김종민 의원은 이날 본회의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서 취재진에게 "전체적으로 의원들이 예상 밖이고 충격적이라는 분위기"라며 "예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설훈 의원도 취재진에게 "할 말이 없다"며 "(이 정도 이탈표를)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허영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충격이다. 민주주의 대원칙에 따라 개개인의 의사는 존중돼야 한다"면서도 "무소불위, 시대 역행의 검찰 독재 야당탄압에는 한목소리로 맞서야 했다"며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에게 날을 세우기도 했다.
다만 이 대표는 이번 체포동의안 표결로 리더십에 타격을 입으며 수사와 당내 분위기를 모두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민주당은 그간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부당한 수사가 '기소 시 직무 정지'를 규정한 '당헌 80조'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단일대오 프레임이 이미 깨진 상황에서 당헌 80조 해석을 둘러싸고 당내의 문제 제기가 이어질 수 있다.
나아가 이 대표가 당장 내달 3일부터 선거법 혐의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야 하는 상황에서, 검찰의 잇따른 구속영장 청구와 기소가 반복될 경우 당내 대표직 사퇴론이 더욱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대표가 이번 무더기 이탈표 결과를 딛고 당내 결집을 어떻게 이뤄낼지가 주요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이 대표는 이날 본회의를 마치고 나온 뒤 취재진에게 "검찰의 체포동의안을 부결하게 해주신 많은 분께 감사드린다"면서도 "당내와 좀 더 소통하고 많은 의견을 수렴해 윤석열 정권의 검사 독재에 강력하게 맞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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