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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지적에 '건보 기금화' 힘 실릴까…핵심은 '재정 건전성'

등록 2023.03.14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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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회의 내용 전달 못 받아…'기금화' 거리두기

전문가 "건정심 개편 먼저…정부·국회 제 역할 해야"

OECD 지적에 '건보 기금화' 힘 실릴까…핵심은 '재정 건전성'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우리나라 건강보험 제도의 통제 권한을 언급하면서 거버넌스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단 정부나 국회가 건강보험에 대한 권한을 확대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역할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4일 정부에 따르면 2월 프랑스에서 열린 보건 분야 예산회의에서 OECD가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제도에 대해 정부가 보험 지출을 모니터링할 수 없고 지출 증가율도 결정할 수단이 없는데도 자동적으로 예산을 투입하는 상황이 특이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반면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이 사안을 놓고 확대 해석하지는 않고 있다. 해당 회의가 2월에 있었지만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도 복지부는 이 회의에 참석한 재정당국으로부터 관련 내용을 전달 받지 못했다. 복지부는 건강보험 재정의 기금화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듣기로는 기재부 사무관이 양자회의를 하고 그 결과를 공유 받는 것 같더라"라며 "OECD에서 공식적으로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건강보험 재정은 국가 재정이 아닌 건강보험공단 회계로 처리된다. 주요 지출 사항은 정부와 민간 위원들이 참여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결정한다.

그러다보니 지출이 크게 증가하거나 건강보험 재정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하면 통제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돼왔다. 최근에는 '문재인 케어' 이후 지출 증가, 건보공단 직원의 46억원 횡령 이슈들이 발생하면서 건보 재정이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통제를 위한 방안으로는 기금화가 꼽힌다. 기금화를 통해 정부나 국회의 관리·감독을 받아 재정의 건전성과 투명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이 지난해 건보 재정 기금화를 골자로 한 국민건강보험 기금화법 3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반면 기금화를 할 경우 신속한 정책적 결정이 어려워지거나 정부·국회 의도에 따라 재정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김윤 서울대학교 의대 교수는 "다른 나라에서도 건강보험 재정을 기금으로 운영하는 곳은 많지 않다. 오히려 재정 당국의 통제를 받으면 재정 지원 규모가 적어질 우려가 있다"며 "재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일 방법은 기금이 아니라도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건정심 등 현재의 건강보험 거버넌스 개편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윤석준 고려대학교 의대 교수는 "수입 규모가 80조원이 넘어가는 상황에서 건정심을 거친다고 하더라도 현재 시스템은 여러 한계가 있다"면서 "건정심의 공익위원을 사실상 정부가 임명하는 구조인데, 여야 합의를 거쳐 국회 추천을 늘리는 방안이 있다. 이런 중간다리를 건너보고 그래도 문제가 있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 늦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편으로 정부나 국회가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권한 확대를 요구하기 전에 더 적극적인 역할을 먼저 보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 정책국장은 "정부는 의료에서 공공성을 줄이고 계속 시장화를 하고 있고 국회도 국고 지원법조차 통과시키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건강보험 제도의 결정 권한을 정부나 국회로 넘긴다고 했을 때 신뢰가 안 가는 이유"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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