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왕이 사랑한 궁궐 봄꽃 명소는 어디?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절기상 춘분인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창덕궁 낙선재를 찾은 관람객들이 봄나들이하고 있다. 창덕궁은 4월6일까지 매주 화·수·목요일마다 평소 입장이 제한되던 낙선재 뒤뜰 후원 일대를 둘러보는 '봄을 품은 낙선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2023.03.2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경복궁 일원의 앵두나무, 매화나무, 살구나무, 능수벚나무 등을 시작으로 궁궐과 조선왕릉의 봄꽃이 차례로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다. 봄꽃은 4월 초 절정을 이룰 예정이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25일 4대궁, 종묘, 조선왕릉에서 봄꽃 정취를 즐길 수 있는 명소를 추천했다. 경복궁 아미산, 창덕궁 낙선재, 창경궁 옥천교 어구 일원, 남양주 홍릉과 유릉, 덕혜옹주묘 일원, 서울 태릉과 강릉 산책로, 화성 융릉과 건릉 산책로 등이다.
이중 창덕궁 낙선재는 봄이 되면 모란, 매화나무, 병아리꽃나무 등이 꽃을 피우는 화계가 있어 봄나들이 명소로 꼽힌다. 창덕궁에는 25일부터 4월30일까지 생강나무, 능수벚나무, 모란, 앵두나무, 산철쭉 등도 꽃을 피운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절기상 춘분인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창덕궁 낙선재를 찾은 관람객들이 봄나들이하고 있다. 창덕궁은 4월6일까지 매주 화·수·목요일마다 평소 입장이 제한되던 낙선재 뒤뜰 후원 일대를 둘러보는 '봄을 품은 낙선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2023.03.21. [email protected]
봄을 담은 낙선재
낙선재는 궁궐의 집이면서도 화려한 치장을 하지 않아 단아하면서도 아름답다. 낙선재 뿐 아니라 그 동쪽으로 석복헌, 다시 그 동쪽으로 수강재가 함께 아기자기하게 어우러져 있다.
창덕궁 특별해설 프로그램 '봄을 품은 낙선재'의 해설가는 22일 "낙선재는 조선 24대왕 헌종이 자신의 연침으로, 그 동쪽에 위치한 석복헌은 헌종이 새로 맞이한 후궁 경빈 김씨의 처소로, 다시 그 동쪽으로 자리한 수강재는 대왕대비 순원왕후의 처소로 마련한 공간"이라며 "이 세 개 건물을 비롯해 건물 뒤쪽에 조성한 후원까지를 모두 낙선재 일원"이라고 설명했다.
좌우 대칭의 평면 형식을 추구했던 조선시대 궁궐의 침전과 달리 낙선재는 단청을 하지 않은 소박한 모습이다. 헌종의 검소한 성격을 반영한다. 세 채 집터에 만들어진 후원은 건축과 한 몸을 이룬 듯 어우러져 기품 있는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건물과 후원 사이 공간에는 계단식으로 석축을 쌓아 화초를 심어 가꿨다. 이 건물들에서 열린 창과 문을 통해 화계들을 감상할 수 있다. 문을 통해 보이는 화계에는 이스라지, 모란, 병아리꽃나무 등에 꽃망울이 올라오고 있다.
낙선재 후원 화계에는 상량정이, 석복헌 후원 화계에는 한정당이, 수강재 후원 화계에는 취원정이 자리하고 있다. 이 정자들 인근에서 내려다보이는 낙선재 일원 전경은 진달래, 개나리, 매화 등 봄꽃들로 가득하다.
창경궁과 연결된 취운정 주변 담에 있는 작은 문에서 보는 창경궁 봄꽃 구경은 덤이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절기상 춘분인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창덕궁 낙선재를 찾은 관람객들이 봄나들이하고 있다. 창덕궁은 4월6일까지 매주 화·수·목요일마다 평소 입장이 제한되던 낙선재 뒤뜰 후원 일대를 둘러보는 '봄을 품은 낙선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2023.03.21. [email protected]
헌종과 경빈 김 씨의 사랑이 깃든 낙선재
헌종은 효현왕후 김씨가 세상을 뜨자 이듬해 삼간택에 유례없이 참가했다. 이때 최종 후보에 오른 여인 3명 중 경빈 김씨를 마음에 뒀다. 하지만 대왕대비가 명헌왕후 홍씨를 간택했다.
3년간 가슴앓이를 한 현종은 명헌왕후에게서 후사를 볼 가능성이 없다는 핑계로 새로 후궁을 맞았는데 이 때 들인 후궁이 경빈 김씨다. 경빈 김씨의 당시 나이는 16살이었다.
헌종은 경빈 김씨를 각별히 총애해 창덕궁에 그녀를 위해 낙선재를 지어 자신과 경빈 김의 사랑채로 사용했다. 처소로 석복헌을 지어줬다.
그러나 헌종은 경빈 김씨에게서도 후사를 보지 못한 채 2년 뒤 23세에 세상을 떠났다. 경빈 김씨는 헌종 승하 후 홀로 지내다 77세에 세상을 떠났다.
낙선재 일원은 조선 26대 왕 고종황제 막내딸 덕혜옹주 등 대한제국 마지막 황실 가족이 머물렀던 장소로도 알려져 있다.
낙선재는 1988년 갑신정변이 일어난 다음 고종이 집무실로 사용했다. 1926년 순종이 승하하자 순정효황후는 이곳에 잠시 머물렀다. 대한제국 마지막 황태자 영왕 이은의 비인 이방자 여사도 이곳에 지내다가 1989년 타계했다.
석복헌에서는 1966년 순정효황후가 머물다가 세상을 떠났고 영왕 이은의 아들 이구가 아내 줄리아 여사와 한동안 머물렀다.
수강재에서는 마지막 황실 가족인 덕혜옹주가 머물렀던 장소다. 고종이 환갑에 얻은 고명딸인 덕혜옹주는 대마도 도주의 아들과 결혼해 딸을 낳았지만 정신분열증으로 도쿄 인근 병원에서 지내다가 1962년 귀국해 이곳에 머물렀다.
이듬해 귀국한 이방자 여사는 낙선재에, 덕혜옹주는 수강재에 머물며 서로 의지하면 지냈다. 그러다가 같은 해 1989년 열흘 사이로 세상을 떠났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절기상 춘분인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창덕궁 낙선재를 찾은 관람객들이 봄나들이하고 있다. 창덕궁은 4월6일까지 매주 화·수·목요일마다 평소 입장이 제한되던 낙선재 뒤뜰 후원 일대를 둘러보는 '봄을 품은 낙선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2023.03.21. [email protected]
낙선재 일원 조성 배경과 건물들의 특징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평소 관람객 접근이 제한됐던 낙선재 후원 일대를 둘러볼 수 있는 '봄을 품은 낙선재'는 4월6일까지 매주 화·수·목요일 오후 2시30분에 운영된다.
관람은 중학생 이상 일반인을 대상으로 무료로 진행된다. 창덕궁관리소 웹사이트를 통해 회당 선착순 20명까지 예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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