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을 이뤄주는 바로 그곳…전설 속 'K사찰' 4곳은?
관광공사 추천 사찰 여행지 4곳
보리암에서 바라본 남해의 풍경.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누구나 꿈을 이루고 싶다. 그래서일까. 우리 전설 속에는 소원을 이뤄준다는 장소들이 꽤나 등장한다.
한국관광공사가 30일 '꿈이 이루어지는 곳'을 테마로 사찰 여행지 4곳을 추천했다. 삼수생 박문수의 장원급제를 이룬 경기 안성 칠장사, 의상대사의 창건 설화가 있는 강원 양양 낙산사, 학사모를 쓴 갓바위 부처님이 있는 경북 경산 선본사, 이성계가 백일기도 후 조선왕조를 열었다는 경남 남해 보리암 등 4곳이다.
공사는 인류문화작가 남민과 함께 역사 속 다양한 이야기가 있는 한국의 전통사찰을 스토리텔링 관광명소로 재해석, 이달부터 4개 주제로 소개한다. 3월 '꿈이 이루어지는 곳'에 이어 6월까지 매월 마지막 주에 '신화가 있는 사찰', '한국에서 떠나는 세계불교여행', '역사를 보는 사찰' 등이 소개된다.
칠장사 어사 박문수 합격의 다리.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어사 박문수 장원급제 이뤄준 경기 안성 칠장사
전설에 따르면 '암행어사의 전설'로 불리는 박문수에게도 세상일은 쉽지 않았다. 그가 과거시험 재수마저 낙방하자 어머니는 천안 집에서 떠나 칠장사에서 기도할 것을 간곡히 권했다. 박문수는 칠장사에서 자신의 여행용 식량 유과를 나한전에 올리고 두 손 모아 기도한 후 절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박문수의 꿈에 과거시험 문제가 나타났고, 한양으로 가 시험장에 도착하니 꿈 속에서 본 시험 문제 그대로였다. 미리 준비한 답안을 술술 써내려간 박문수는 장원으로 급제했다. 이 기막힌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오늘날에도 수험생과 가족들의 칠장사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또 당시 박문수가 불공 때 올린 찹쌀 조청 유과는 엿과 함께 오늘날 시험 때 먹는 합격 기원 음식이 됐다.
칠장사 나한전으로 오르는 길 왼쪽에는 '어사 박문수 합격 다리'가 조성돼 있다. 초파일 등 1년에 두 번 행사 때만 만날 수 있는 문화재 '오불회괘불탱', '명부전 궁예벽화', 삼성각 위 등산길 왼쪽 기슭에 서로 다른 두 나무 가지가 한몸으로 붙어 자라는 사랑나무 '연리지'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어 사찰 여행이 더 즐겁다.
동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낙산사 홍련암.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의상대사 창건 신화 품은 강원 양양 낙산사
의상대사는 서기 671년 관음보살이 이 해변에 상주한다는 말을 듣고 7일간 재계에 들어갔다. 다시 7일 재계를 더하자 마침내 관음보살을 친견할 수 있었다. 관음보살은 자신이 앉은 자리에 한 쌍의 대나무가 솟아날 것이라며 그곳에 절을 지으라 했고, 의상이 절을 짓고 관음상을 봉안하며 낙산사라 이름 지었다. '낙산'은 관음보살이 상주하는 인도의 보타낙가산을 뜻한다.
이 소식을 들은 원효대사가 자신도 관음보살을 친견하겠노라며 의기양양하게 찾아왔다. 낙산사를 찾아가는 도중 흰옷을 입고 벼를 베는 여인에게 원효가 장난스레 벼를 달라 하니 여인은 벼가 익지 않았다고 답했다. 발길을 돌려 걷다 다리 아래서 빨래하는 여인에게 물을 달라고 청하니 여인은 그 더러운 물을 떠줬다. 원효는 그 물을 버리고 다시 냇물을 떠서 마셨다. 이때 소나무 위에서 파랑새 한 마리가 "불성을 깨닫지 못한 중이로다"하고는 사라졌다. 그 소나무 아래엔 신발 한 짝이 떨어져 있었다.
원효대사가 낙산사에 도착하니 관음보살상 자리 아래에 아까 보았던 신발 한 짝이 있었다. 그제서야 앞서 만났던 여인들이 관음의 진신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두 차례나 관음의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기에 결국 친견하지 못하고 되돌아갔다.
낙산사는 강화도 보문사, 남해 보리암과 함께 3대 해수관음성지다. 낙산사의 랜드마크인 해수관음상 앞에서 가족, 연인과 소원도 빌고 좋은 경치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어보자. 그 외에도 홍예문, 원통보전, 홍련암 등은 꼭 둘러보길 권유한다. 잠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쉬어가는 템플스테이도 좋다. 낙산사에서 바라보는 동해안의 풍경은 지친 마음을 위로해준다.
학사모를 쓴 선본사 갓바위 부처.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학사모를 쓴 갓바위 부처님, 경북 선본사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학사모를 쓴 '갓바위' 부처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재청 공식 명칭은 '경산 팔공산 관봉 석조여래좌상'이다. 팔공산 갓바위가 있는 선본사는 창건에 관한 자료가 극히 미미한데 서기 491년 극달화상이 세웠다는 이야기가 있다.
갓바위 부처는 원광법사의 제자 의현대사가 돌아가신 어머니를 위해 서기 638년에 조성했다고 전해진다. 방문객들은 학사모를 썼으니 이 부처님께 빌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다는 희망을 품는다.
높은 산 위에 있어 비바람이 몰아쳐도, 눈이 내려도 수능 철에는 발 디딜 틈이 없다. 자신의 앞날이 걸린, 간절한 소망을 품은 사람들에겐 비나 눈이 길을 막을 수 없다.
방문객들이 소원을 비는 보리암 해수관음상.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성계가 백일기도로 조선을 연 경남 보리암
사찰 이름 보리암의 '보리'라는 말은 수행의 과정을 뜻하기도 하고, 수행을 통해 얻는 깨달음의 지혜를 뜻하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보리암에서 수도해 나라를 세운 사람이 있다. 조선을 개국한 태조 이성계다.
전설에 따르면 이성계는 이곳 성은전에서 백일기도를 하고 조선왕조를 열었다. 실제 1660년 현종 임금은 태조의 뜻을 받들어 왕실의 원당으로 삼고 사찰 이름을 보리암으로 고쳤다. 왕조를 열어준 산에 보답하기 위해 산 이름도 '비단 금(錦)'자를 하사해 금산이라 했다.
원래 보리암은 원효대사가 서기 683년 창건해 보광사라 했으며 산 이름을 보광산이라고 불렸었다.
원효대사가 절을 짓기 약 600년 전에는 가락국 김수로왕이 수행 차 이 지역을 다녀갔다는 이야기도 있다. 김수로왕의 부인은 인도 아유타국 출신 허황후인데, 보광전에 모신 주불은 허황후가 인도에서 모시고 왔다는 향나무 관세음보살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불교는 서기 372년 고구려를 통해 중국에서 처음 전래(북방불교) 됐다는 기록보다 약 300년 앞서 인도에서 직접 들여왔다(남방불교)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2000년 전 이야기 속 신비로움을 품고 보리암으로 떠나보자. 벚꽃명소와 유채꽃 군락지가 유명한 경남지역 여행을 함께 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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