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스요금 오르지만 한전·가스公 정상화는 '첩첩산중'
전기·가스요금 오늘부터 월 7400원↑
자구노력·에너지 절약 실천 선행돼야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전기요금이 내일부터 ㎾h당 8원 오른다. 가스요금도 MJ당 1.04원 인상된다. 이에 따라 4인 가구의 한 달 전기·가스요금 부담은 총 7400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15일 오후 서울 시내 주택밀집지역 우편함에 꽃혀있는 도시가스와 전기요금 고지서. 2023.05.15. [email protected]
16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2분기 전력량요금은 ㎾h(킬로와트시)당 8.0원, 서울시 도시가스 민수용(주택용, 일반용) 요금은 MJ(메가줄)당 1.04원 오른다.
우선 전력량요금이 ㎾h당 8.0원 인상됐다. 현재 전기요금은 기본요금에 전력량요금, 연료비 조정단가, 기후환경요금을 합쳐 산정하는데, 이중 전력량요금이 인상된 것이다. 현재 MJ당 19.6910원(주택용)인 민수용 도시가스 요금은 MJ당 20.7354원으로 5.3% 오른다.
4인가구 기준 월평균 전기요금은 3020원이 늘고, 가스요금은 4400원이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한달 사용량을 332㎾h, 3861MJ로 각각 가정한 수치다.
다만 계절적인 요건을 제외한 월평균을 의미하기 때문에 에어컨 등 전력 수요가 많아지는 여름철과 난방 수요가 늘어나는 겨울철에는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전기요금은 가스요금과 달리 누진제를 적용 중이기 때문에 '냉방비 폭탄'은 예견된 상황이다.
이미 전기·가스요금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인상돼 왔다. 전기요금의 경우 지난해 2·3·4분기 합쳐 ㎾h당 19.3원 인상됐으며, 지난 1분기에도 ㎾h당 13.1원이 올랐다. 도시가스 요금도 지난해 4월, 5월, 7월, 10월 등 4차례에 걸쳐 MJ당 총 5.47원 인상된 바 있다.
정부가 전기·가스요금 인상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한전과 가스공사의 적자 때문이다. 지난 2021년 하반기부터 국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며 연료비가 고공행진 하는 상황에 발맞춰 전기·가스요금은 인상되지 못했다. 이에 한전과 가스공사는 적자와 미수금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분을 떠안았다.
한전이 지난 2021년부터 2년 동안 쌓아온 적자는 38조5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지난 1분기에도 6조2000억원의 적자가 더 누적됐다.
한전 적자의 배경에는 발전사에 전기를 비싸게 사 와서 싸게 파는 '역마진' 구조가 있다. 지난 1분기 전력 구입단가는 ㎾h당 165.39원이지만 같은 기간 판매단가는 ㎾h당 146.51원으로 훨씬 낮은 수준이었다.
역마진 구조로 인해 한전이 전기를 팔면 팔수록 오히려 적자가 불어나는 것이다. 한전의 전기요금에 대한 원가회수율은 2022년 70%(추정치)다.
가스공사 역시 상황이 녹록지 않다. 지난해 말 8조6000억원이었던 가스공사의 원료비 미수금은 지난 1분기에만 3조원이 더 늘었다.
가스공사는 높은 연료비로 인한 손실을 미수금으로 처리하고 국제 에너지 가격이 안정될 때 갚는 방식으로 회계처리를 하고 있다. 가스공사의 원가회수율은 약 62.4%에 불과하다.
이에 근본적으로 악화한 재무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한전과 가스공사 자체의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12일 한전과 가스공사는 40조원 이상의 자구책을 발표했다.
한전은 서울 여의도 남서울본부 매각을 추진하는 등 2026년까지 25조7000억원의 재무 개선에 돌입했다. 한전과 그룹사는 2직급 이상 임직원의 임금 인상분을 전부 반납하고 3직급(차장급)의 경우 임금 인상분의 50%를 반납하기로 했다.
한전은 인력 수요 증가와 에너지 신산업 확대 등으로 채용이 필요한 1600여명을 증액 없이 기존 인력으로 활용키로 했다. 전력설비 건설의 시기와 규모를 추가로 이연·조정하고, 업무추진비 등 일상적인 경상경비도 최대한 줄일 방침이다.
가스공사 역시 국내 가스수급 안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이 없는 사업비를 이연하거나 축소하는 방식으로 15조4000억원의 재정건전화에 나섰다. 가스공사는 조직을 슬림화하고 공급관리소 스마트화 등을 추진키로 했다.
이외에도 에너지 전문가는 전기·가스 사용을 줄이는 국민 동참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의융합대학 학장은 "전기를 적게 사용한다면 한전의 적자가 줄어들 수 있다"며 "한전 입장에서는 팔면 팔수록 손해를 더 많이 보는 구조이기 때문에 적자만 생각한다면 덜 팔리는 게 좋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에너지 위기가 발생하며 유럽은 에너지 사용량을 대폭 줄이는 데 성공했지만 우리나라는 주택용의 경우 오히려 소비가 늘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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