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은 낡고, 승객은 줄고' 위기의 이천버스터미널, 재건축되나
새로운 민간사업자, 터미널 부지 매입 나서...주상복합시설 계획
1984년 준공, 도내 6번째 오래된 터미널...건물·시설 노후화
코로나19 이후 승객 감소, 노선 폐지·경강선 신설도 겹쳐
[이천=뉴시스] 박종대 기자 = 지난 25일 오후 경기 이천시외버스터미널 승강장에서 버스들이 대기하고 있다. 2023.07.2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천=뉴시스] 신정훈 박종대 기자 = 올해로 건립된 지 40년이 되는 경기 이천시외버스터미널을 재건축하려는 민간사업자가 나타나 향후 개발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기존 터미널은 노후화된 건물과 시설을 비롯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축소된 노선에 이용객들이 줄면서 이를 개선해달라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6일 이천시 등에 따르면 이천시외버스터미널은 1984년 이천시 중리동 219-1 일원에 연면적 7428.8㎡,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로 준공됐다. 민간사업자인 A업체 측이 준공 당시부터 현재까지 버스터미널 운영과 건물 관리를 맡고 있다.
터미널 건물에는 상업시설도 임대로 들어와 여러 점포도 영업 중이다. 그런데 준공된 지 40년이 지나면서 건물과 시설이 낡아진 데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승객들이 크게 줄면서 이전까지 하루 평균 4000~5000명에 이르던 이용객 수가 1000명 안팎으로 감소했다. 빈 점포들도 생기면서 공실도 발생하고 있다.
올해 2월 1일 기준 도내 시외버스터미널은 총 20개 시·군에 28곳이 운영 중이다. 이 중 1984년 준공한 이천시외버스터미널은 도내 6번째로 오래된 곳이다. 도내 터미널이 건립된 시기를 보면 연도별로 1960년대 1곳, 1970년대 3곳, 1980년대 3곳, 1990년 7곳, 2000년대 10곳, 2010년대 4곳이다.
실제로 취재진이 찾아간 터미널 시설은 2000년대 중반 건물과 창호에 대한 부분 리모델링을 한 차례 진행했음에도 준공한 지 40년 세월이 흐르면서 옛 건물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다.
외지인들이 오가는 첫 관문인 터미널 시설임에도 낡은 외벽부터 승객들이 이용하는 대합실 및 승하차장까지 구식 건물로 남아있다. 터미널 입구를 안내하는 간판도 설치된 지 오래된 데다 눈에도 잘 띄지 않았다. 건물 곳곳에 거미줄처럼 노출돼 있는 전선과 각종 배관들도 터미널 미관을 해쳤다.
[이천=뉴시스] 박종대 기자 = 지난 25일 오후 경기 이천시외버스터미널 승강장에서 승객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2023.07.2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회사원 이용진(45)씨는 "버스터미널이 지역을 대표하는 얼굴인데, 지금 모습만 보면 부끄러울 정도로 낡았고 현대화된 복합터미널과 비교할 때도 여러 가지 면에서 기능이나 편의성이 떨어진다"며 "새롭게 짓든가 획기적으로 개선하든가 특단의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역사회에서도 터미널 개선 요구가 나오고 있다. 전임 시장 재임 때는 온라인 청원이 제기돼 자치단체장이 직접 답변에 나선 적도 있다. 당시 이천시는 ▲터미널 이전 ▲공영터미널 건립 ▲민간사업자 유치 등 총 3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터미널 개선 전망은 불투명하다. 버스 매표수익의 3분의 2 가량을 차지하던 서울행 시외버스 노선 이용객들이 이른바 '빨간 버스'로 불리는 광역버스가 도입되고, 이를 승객들이 이용하면서 터미널 측의 수입 감소에 큰 타격을 입혔다.
또 터미널 이용객 감소에 따라 각 버스운송 사업자 측이 노선 운영에 따른 수익성이 떨어지자 성남과 충주, 안동 등 주요 노선을 잇따라 폐지 또는 축소했다. 현재 터미널 운영 노선은 코로나19가 시작되던 2020년 5월 68개 노선에서 지난 달 34개로 약 3년여 만에 절반이 줄었다.
수도권 전철인 경강선 개통으로 철도 이용이 가능해진 것도 터미널 운영에 위기를 부채질했다. 경강선은 판교부터 여주까지 57㎞ 구간에 총 11개 역사가 설치돼 있다. 이 중 판교역은 신분당선, 이매역은 수인분당선을 각각 환승할 수 있다. 이천역에서 전철을 타면 판교역까지 30분대로 진입이 가능하다.
A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까지 하루에 4000~5000명씩 승객이 됐는데 코로나가 한창일 때는 1000명도 안 됐다"며 "그나마 요즘 1000명대 선까지 올라갔는데 서울행 광역버스 노선이 개설되고 기존 주요 노선이 폐지되는 등 다른 교통수단이 생기면서 예전과 비교하면 한참 이용객이 못 미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기존 버스터미널 운영자인 A업체 측은 더 이상 유지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이를 다른 민간사업자에게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금융권을 끼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성을 준비하고 있는 B업체가 터미널 부지를 매입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이천=뉴시스] 박종대 기자 = 지난 25일 오후 경기 이천시외버스터미널 승강장에서 버스들이 대기하고 있다. 2023.07.2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B업체는 기존 터미널 부지를 매입해 시외버스 정류장과 대합실 기능을 포함한 현대화된 주상복합시설을 신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시외버스가 대기하는 박차장(차고지)은 별도의 장소에 마련하고, 건물 주변에 정원과 같은 녹지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다. 특히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 의료 수요가 높은 진료 과목을 유치해 의료서비스 질과 수준을 개선하겠다는 구상이다.
B업체 측은 "터미널이 없어지는 게 아니고 승객들이 시외버스를 탈 수 있는 정류장 기능을 유지하되 박차장을 다른 장소로 이전하는 것"이라며 "교통약자와 지역상권을 살릴 수 있는 쪽으로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시는 터미널 시설의 개선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공식적으로 민간사업자 측이 이러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인·허가 등의 정식서류를 접수하지 않은 만큼 뚜렷하게 언급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현재 민간사업자가 운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안다"며 "아직 터미널 개발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접수된 관계서류가 접수된 게 없는 상태로, 향후 들어오면 부서별로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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