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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보노디스크, 비만치료제로 덴마크 경제 전체 넘어섰다

등록 2023.08.29 15:3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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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총액 LVMH 이어 유럽 2위

1분기 덴마크 성장 대부분 차지

상반기 영업이익 45% 증가…7조5000억원

[서울=뉴시스]덴마크 제약회사 노보노디스크의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왼쪽)과 비만 치료제 위고비. (출처=노보노디스크 홈페이지) 2023.8.29.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덴마크 제약회사 노보노디스크의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왼쪽)과 비만 치료제 위고비. (출처=노보노디스크 홈페이지) 2023.8.29.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비만치료제 위고비와 당뇨치료제 오젬픽을 생산하며 큰 돈을 벌고 있는 덴마크의 노보노디스크사의 시가 총액(미국 뉴욕증시 28일 종가 기준, 428조4829억원)이 덴마크 주식시장 전체의 시가 총액을 넘어섰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2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라 노보노디스크사가 덴마크 경제 성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나머지 경제 부문은 거의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덴마크 경제의 최근 성장에서 노보노디스크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올 1/4분기 경제성장률 1.9%에서 노보노디스크사가 1.7% 포인트를 차지한다. 또 이 회사의 주가가 폭등하면서 프랑스 LVMH에 이어 유럽에서 두번째로 비싼 회사에 올랐다.

노보노디스크 제외한 경제 통계 필요성 논란

이처럼 노보노디스크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자 덴마크 경제학자들은 노보노디스크를 제외한 경제 통계를 내야할 지를 두고 논쟁을 벌이기도 한다.

인구 600만 명의 덴마크에는 노보노디스크사 외에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회사들이 다수 있다. 레고 블록으로 유명한 레고사, 해운회사 머스크 등이 그들이다. 노보노디스크의 비중은 압도적이다.

단스케 방크의 경제학자 옌스 나에르비크 페데스센은 “전에 없던 일”이라고 밝혔고 덴마크 국가 통계국의 요나스 단 페테르센 수석 보좌관은 지난해 덴마크 경제 성장의 3분의 2을 제약업계가 차지했다고 밝혔다. 덴마크 제약업계에서 노보노디스크는 2위 제약업체 룬트벡의 10배가 넘는다.

노보노디스크는 오래도록 당뇨병 치료제 개발에 주력해왔다. 그러나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과 동일한 성부의 위고비가 비만 치료에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처방이 급격히 늘고 있다. 미 식품의약국(FDA)는 오젬픽을 2017년에, 위고비를 2021년에 승인했다.

올 상반기 노보노디스크의 영업이익은 45% 증가한 390억 크로네(약 7조4997억 원)이었다. 오젬픽과 위고비에 대한 수요가 넘쳐 공급이 원활하지 못할 정도다.

덴마크 통계국의 경제학자들이 지난 봄 제약업계가 덴마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했다. 지난해 4/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을 분석하고 제약업계가 미치는 영향을 평가했다.

통계국은 이번 주 올 2/4분기 경제 통계를 발표하면서 처음으로 제약산업이 경제 전체에 미친 영향을 상세히 다룰 예정이다.

성장 기여 대비 일자리 창출은 미미

한편 제약업이 덴마크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비해 일자리 창출은 많지 않다. 지난 5년 동안 제약업계는 덴마크 성장이 3.4% 증가하도록 했으나 일자리는 0.1% 증가하는데 그쳤다.

노보노디스크를 분리해 통계를 내야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페터슨 박사는 “경제학자들이 경기 순환을 분석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고 했다. GDP 데이터가 제약업 이외의 다른 경제 부문의 실상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노보노디스크의 생산이 주로 미국 등 해외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도 한 가지 이유다. 그렇더라도 덴마크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노보노디스크가 내는 세금이 덴마크 모든 기업 가운데 최대로 덴마크 공공지출의 상당부분을 감당한다. 미국내 비만 인구만 1억 명이 넘는 상황에서 노보노디스크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 달 들어 위고비가 심장 질환의 위험을 크게 낮춘다는 임상실험 결과가 발표됐다. 이에 따라 미국의 의료보험회사들이 위고비를 보험 지원 대상에 포함하라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

노보노디스크의 큰 성공은 덴마크 크로네의 시세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크로네 가치 상승 따라 다른 기업 경쟁력 압박 심해

단스크 방크의 페데르센 박사는 “노보노디스크와 같은 회사가 있으며 크로네를 매입세가 강해져 크로네가 강세가 된다”고 말했다. 덴마크는 크로네 가치를 유로화에 고정시킨 상태여서 크로네가 강세를 보이면 중앙은행이 개입할 수밖에 없다.

덴마크 중앙은행은 외화를 매입함으로써 크로네 강세를 막아왔다. 외환보유고가 크게 늘면서 덴마크 중앙은행은 금리를 유럽중앙은행(ECB)이 정한 기준금리보다 0.4% 낮은 상태로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해외 투자가 줄어들 수 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덴마크의 경제가 너무 노보노디스크에 의존하게될 가능성을 우려하며 한때 전 세계 휴대폰 시장을 장악했던 핀란드의 노키아가 쇠락한 것을 지적한다. 또 이른바 덴마크에 네덜란드병이 도질 수 있다고 경계한다. 네덜란드병은 네덜란드가 1960년대 천연가스를 수출하면서 급격하게 소득이 증가했지만 화폐가치 상승으로 다른 산업 부문이 경쟁력을 잃게 된 것을 가리킨다.

노르디아 은행 수석 경제학자 헬게 페데르센은 “경제 정책을 수립하고 임금을 정할 때 노보노디스크를 제외해야 한다. 다른 기업들이 외국 기업과 경쟁에서 큰 압박을 받는다”고 했다.

그는 다만 노보노디스크가 주는 이득이 손해보다 크다고 인정했다. 노보노디스크의 존재감이 부각되면서 덴마크의 교육제도, 의료 산업 등에 대한 관심이 커짐으로써 덴마크 정부의 소프트파워도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노보노디스크의 고임금이 다른 기업들의 혁신을 자극할 수도 있다.

페데르센 박사는 덴마크가 만성 재정적자를 지속하던 시대에 성장했다. 당시 정부는 재정정책을 결정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현재 상황이 정부의 정책 여지를 크게 만드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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