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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실 뇌사' 아영이 장기기증…"그 심장 오래 뛰게 하겠다"

등록 2023.11.01 12:16:32수정 2023.11.01 15:3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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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이 심장 이식받은 아기 의사

최근 아영이 부모에게 감사편지

"덕분에 흙밟고 또래처럼 지내"



[서울=뉴시스]태어난 지 닷새 만에 신생아실에서 머리를 다쳐 의식불명에 빠진 후 뇌사 장기기증으로 4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떠난 정아영양. (사진=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2023.06.2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태어난 지 닷새 만에 신생아실에서 머리를 다쳐 의식불명에 빠진 후 뇌사 장기기증으로 4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떠난 정아영양. (사진=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2023.06.2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부산의 한 산부인과 신생아실에서 머리를 다쳐 의식불명에 빠진 후 뇌사 장기기증을 하고 떠난 고(故) 정아영 양의 심장을 이식받은 아기의 주치의가 최근 아영이 부모에게 감사 편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아영이는 2019년 10월 태어난 지 닷새 만에 부산의 한 산부인과 신생아실에서 머리를 다쳐 의식불명에 빠졌다. 간호사가 생후 5일째 바닥에 떨어뜨려 입은 두개골 골절상이 원인이었다. 이후 3년 간 의식불명에 빠져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호흡을 유지하다 지난 6월 심장박동이 떨어지며 뇌사 상태에 빠졌다. 아영이는 심장, 폐장, 간장, 신장을 또래 아이 4명에게 선물한 후 하늘나라로 떠났다.

아영이의 심장을 받은 2살 아이의 주치의 A씨는 최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을 통해 아영이 부모에게 감사 편지를 보냈다.

A씨는 "성인 키 정도의 생명유지장치 줄에 매여 기계로부터 떨어지지 못하고 살던 아이의 기적과 같은 일상은 모두 아영이와 힘든 결정을 해준 아영이 부모님 덕분이다"고 밝혔다.

그는 "아영이 심장은 돌 무렵 심부전으로 입원해 심실보호장치에 의지해 400일 넘게 병원에 갇혀 지내던 아이가 받았다"면서 "다인실 창문을 통해 보던 세상이 전부이던 아이는 덕분에 비로소 흙도 밟고, 집에서 또래 아이처럼 지내고 있다"고 심장을 이식받은 아이의 근황을 알렸다.

이어 "450일 지나 병원 밖을 처음 경험한 아이는 모든 것을 새로워하고 신기해하고 있다"며 "오래오래 뛸 수 있게 최선을 다해 돌보겠다"고 다짐했다.

또 "행복한 아이로 클 수 있게 그 부모님이 최선을 다하시겠지만, 세상에 이로움이 되는 선한 아이가 되길 곁에서 돕겠다"면서 "아직은 아이지만, 더 자라면 두 사람 몫을 살아야 한다고 감히 부담을 주겠다"고 말했다.

 A씨는 "그 아이를 볼 때마다 아영이를 기억하겠다"며 "아파해하지만 마시고 아영이를 만나는 날까지 웃는 날도 많으시길 기도한다"고 밝혔다.

한편, 현재 장기 기증자 측과 수혜자 측은 서로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도록 돼 있다. 현행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장기기증법)'에 따르면 장기이식 관련 기관은 장기기증 관련 업무 담당자 외의 사람에게 장기 등 기증자와 이식 대상자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없도록 돼 있어서다.

지난 2021년 장기 등 기증자를 예우하고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해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장기기증사랑 인연맺기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장기 기증자 유가족과 수혜자가 편지를 주고받는 등 교류할 수 있게 됐지만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을 통해 익명으로만 가능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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