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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아직 여기 누워 계시는데"…분신 택시노동자 49재

등록 2023.11.23 20:23:06수정 2023.11.23 20:3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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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영등포 한강성심병원 앞 투쟁문화제

고인 분신 60일째…숨진 지 49일째 안치실에

"장례도 아직…어찌 이승 미련 버리라 할까"

"몸 불 붙인 염원, 투쟁으로 반드시 이뤄내야"

디엘이앤씨 산재 유가족이 투쟁기금 전달도

[서울=뉴시스] 23일 오후 고인이 안치된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 앞에서 분신 택시노동자 고(故) 방영환씨의 49재와 투쟁문화제가 열렸다. 사진은 고인의 영정사진을 안고 있는 딸 방희원씨. 2023.11.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23일 오후 고인이 안치된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 앞에서 분신 택시노동자 고(故) 방영환씨의 49재와 투쟁문화제가 열렸다. 사진은 고인의 영정사진을 안고 있는 딸 방희원씨. 2023.11.2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홍연우 기자 = "오늘이 아빠의 49재인 만큼 이승에 미련 버리고 좋은 곳 가서 편히 쉬셨음 좋겠다고 발언하고 싶었는데, 저희 아빠 아직 여기 누워 계시거든요. 아직 여기 누워계신 데 어떻게 이승에 미련 버리고 가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23일 저녁 고인이 안치된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 앞에서 열린 분신 택시노동자 고(故) 방영환씨의 49재와 투쟁문화제에서 딸 희원씨는 이같이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날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사노위)와 방영환열사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 주최로 열린 49재와 투쟁문화제에는 유족과 동료 약 80명이 모여 고인을 기렸다.

딸 희원씨와 대책위는 "이젠 고인을 편히 보내드릴 수 있도록 H운수를 소유한 D그룹 21개 사업장 전체에 대한 근로감독과 처벌, 서울시의 현장조사를 촉구한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현정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유족에게 49재 전에 장례를 치르게 해드리겠다고 결심했는데, 끝내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해 고인과 유가족에게 송구하다"고 했다.

현 위원장은 "어젯밤, 방 열사의 자필 유서를 보고 또 봤다. '불법 만행을 저지르는 택시자본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고 쓰여있었다"며 "방 열사가 조금이라도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몸에 불을 붙였던 그 염원, 그 정신을 투쟁으로 반드시 이뤄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백윤 노동당 당대표도 "고인이 세상을 떠난 지 49일, 몸에 불을 붙인 지 60일이 됐다"며 "그동안 우리의 투쟁으로 조금이나마 진전된 부분이 있다. 서울시가 택시 사업장에 대한 전수조사를 약속했고, 다음 주에 그 계획을 내겠다고 한다. 고용노동부 남부지청은 H운수에 대한 근로감독 실시 후 중대 위반사항 확인 시 계열사로의 조사 범위 확대 약속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H운수는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시간이 좀 더 걸린다고 해도 한 명의 존엄한 인간에게 모멸감을 안겨준 H운수에 대한 처벌과 사과를 받아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디엘이앤씨 공사 현장에서 사망한 고(故) 강보경씨 유족도 등장해 딸 희원씨에게 투쟁 기금을 전달했다. 강씨는 지난 8월11일 부산의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창호 보수 작업을 하다가 추락사했다. 디앨이엔씨는 강씨가 사망한 지 103일만인 지난 22일 공개 사과했다.

꼬깃꼬깃한 봉투를 받아 든 희원씨는 "아빠가 돌아가시고 나서 주변 지인들이 조의금을 많이 보내주셨다"면서도 "장례도 못 치러드리고 있는 제가 무슨 낯으로 조의금을 받겠나. 아빠의 한을 풀어드리고 장례식을 열게 되면 그때 와달라고 하면서 돌려드렸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오늘 민주노총 택시지부와 디앨이엔씨 산업재해 사망자 유족들이 투쟁기금을 주셨는데 이걸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다"며 울먹였다. 희원씨는 투쟁기금을 전달한 강보경씨 유족의 품에 한참을 안겨있기도 했다.

앞서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H운수 분회장인 방영환씨는 임금 체불을 규탄하고 완전월급제 시행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이어오다 추석 연휴 이틀 전인 지난 9월26일 오전 8시30분께 양천구 신월동 소재 회사 앞 도로에서 스스로 몸에 불을 붙였다.

전신 60% 이상에 3도 화상을 입고 한강성심병원으로 옮겨진 고인은 분신 열흘 만인 지난달 6일 오전 6시18분께 사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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