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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한강식 검사" 3단계로 낚은 中보이스피싱 수법은?

등록 2023.12.27 17:36:36수정 2023.12.27 19:3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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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거점 보이스피싱 조직원 27명 입건

콜센터 19명 구속 기소·1명 불구속 기소

쇼핑몰 직원·경찰·검사로 역할 나눠 사칭

대부분 함께 자란 친구 또는 선후배 관계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김수민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장이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에서 중국 거점 보이스피싱 조직 수사 결과 관련 언론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3.12.27. kch0523@newsis.com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김수민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장이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에서 중국 거점 보이스피싱 조직 수사 결과 관련 언론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3.12.2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선정 기자 = 인터넷 쇼핑몰 직원, 경찰, 검사 등 3단계로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피해자들을 속인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범행 당시 개봉한 유명 영화 속 검사까지 사칭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범죄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수민)은 중국에 거점을 둔 보이스피싱 조직원 27명을 범죄단체가입·활동 및 사기 혐의로 입건하고 이들 중 19명을 구속 기소하고 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총책 등 나머지 7명은 현재 추적 중이다.

합수단에 따르면 이들은 2017년 7월부터 2019년 7월까지 중국 청도와 대련 등 지역에서 보이스피싱 사기 행각을 벌여 피해자 58명으로부터 약 29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총책 '문성'이 조직한 보이스피싱 범죄단체에 가입한 이들은 콜센터 상담원으로 활동하면서 수사기관을 사칭해 ‘계좌의 범죄 연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에게서 돈을 뜯었다.
 
이들은 40대 남성인 총책 A씨와 관리책, 콜센터 상담원 등으로 구성됐다. 이중 콜센터 상담원들은 쇼핑몰 직원, 경찰, 검사 등으로 역할을 분담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조직은 '미끼 문자'로 피해자들을 낚은 뒤 3단계로 구성한 치밀한 작전으로 피해자들을 속였다.

먼저 쇼핑몰 직원 역할을 하는 조직원이 "인터넷 쇼핑몰 결제가 완료됐다"는 내용의 문자를 피해자에게 발송했다. 이에 피해자가 조직원에게 연락을 하면 "결제한 사실이 없다면 명의도용이다. 경찰과 연결해 주겠다"고 안내했다.

그 다음은 사이버수사대 소속 경찰관 역할을 맡은 조직원이 피해자 휴대폰에 악성 어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도록 유도하고, 담당 검사를 연결해주겠다며 피해자를 2차로 속였다.

이 악성 앱은 강제수신과 강제발신이 가능하도록 한 이른바 '강수강발' 앱이다.

일단 설치하면 피해자가 수사기관에 신고전화를 하더라도 강제로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전화가 걸리고, 반대로 조직원이 피해자에게 전화를 하면 피해자의 전화기에 발신인이 수사기관으로 찍히도록 조작된다.

마지막 3단계에서는 자신을 한강식 검사라고 소개하는 인물이 등장한다. 한강식 검사는 2017년 개봉한 영화 '더 킹'에서 배우 정우성이 연기한 인물이다. 검사를 사칭한 조직원이 "계좌가 범죄에 이용되고 있으니 잔액을 국가 안전계좌로 송금하면 수사가 마무리된 후 돌려주겠다"고 송금을 유도했다.

합수단 관계자는 "영화가 2017년에 개봉했고 이번 사건의 보이스피싱 범행이 같은해 7월께부터 시작된 점을 미루어보면 총책이 범행 수법을 고안하면서 해당 영화를 참고한 것으로 짐작된다"고 설명했다.

합수단에 따르면 조직원들 대다수가 서울 강북구, 노원구 등에서 함께 성장한 동네 친구 또는 선후배 관계였다.

이들 조직원 중 일부는 2019년 한 차례 경찰에 덜미를 잡히기도 했다. 앞서 2018년 8월 약 1억6000만원을 뜯긴 피해자 A씨가 경찰에 피해를 신고한 것이다.

경찰은 2019년 7월 조직원 세 명을 체포했지만 증거 부족으로 이들을 석방했다.

조직원이 석방되자 중국에서 활동하던 조직원들은 안심하고 한국으로 귀국했다. 중국에서 하던 범죄는 멈췄지만 이들 중 일부는 국내에서 유사한 범죄를 저지르기도 했다.

조직원을 석방한 후 약 4년간 수사가 중단되면서 사건은 그대로 묻힐 위기에 놓였다.

이후 수사가 멈춘 것에 아쉬움을 느끼던 한 경찰관이 합수단에 사건을 제보하면서 올해 1월 본격적으로 수사가 재개됐다.

합수단은 휴대폰 포렌식 자료 분석, IP 추적, 범죄수익 계좌추적, 출입국 내역 분석 등을 통해 조직원들을 추적해 검거했다.

아울러 이들의 범행수법을 특정한 후 미제로 남아있던 유사한 사건들을 분석하면서 조직의 추가 범행까지 확인했다.

합수단은 이 조직의 총책과 관리책을 특정하고 이들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총책과 관리책 등 4명은 중국에, 콜센터 직원 등 나머지 3명은 한국에 체류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합수단은 한국에 있는 조직원들에 대한 검거활동을 이어가는 한편 중국의 총책 등을 검거하기 위해 여권 무효화 조치, 여권 발부 거부 조치를 취했다.

합수단 관계자는 "현재 중국에 체류 중인 피의자들에 대해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적색 수배 의뢰를 해둔 상황"이라며 "곧 강제 송환 절차에도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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