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주명, 청춘 대명사 "곧 만개하겠죠"
이주명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배우 이주명(30)은 첫 주연작인 ENA '모래에도 꽃이 핀다'로 자신감을 얻었다. 처음엔 '잘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과 떨림이 있었지만, 동료들과 서로 끌어주며 부담감을 떨쳤다. 전작인 '스물다섯 스물하나'(2022)에서 고등학생들의 우정과 사랑을 보여줬다면, 이번엔 씨름을 소재로 청춘들의 성장을 그렸다. "'하면 된다'는 희망적인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돌아봤다. 드라마 제목처럼 연기 인생에서 꽃이 핀 시절은 아직 오지 않았다며 "곧 만개할 거라고 믿는다"고 했다.
"극본이 만화책처럼 술술 읽히고 재미있었다. 제목만 봤을 때 '감성적이고 잔잔한 드라마인가?' 했는데, 첫 회부터 휘몰아치는 코미디와 다양한 케미스트리가 흥미로웠다. 안 할 이유가 없었다. 코미디 요소가 섞여 있어서 더 위트있고 매력적이었다. 전작에서 캐릭터 나이가 확 낮아졌는데, 이번 작품이 실제 나이와 닿아 있어서 조금 더 편했다. 배우들끼리 같이 밥 먹고 수다 같이 떨고, '다시는 이런 현장 없다'고 했다. 지금도 단톡방에서 계속 떠들어서 한번 안 보면 +300이다. 하하."
이 드라마는 왕년의 씨름 신동 '김백두'(장동윤)와 소싯적 골목대장 '오유경'(이주명)이 재회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백두와 유경의 소꿉친구 케미스트리가 돋보였는데 "사투리가 주는 힘이 있다"고 짚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거의 사투리로 대화하다 보니 옛날 친구 같았다"며 "촬영 시작 후부터는 거의 가족 같은 느낌이 들었고, 애드리브도 편하게 나왔다"고 회상했다.
극중 장동윤(31)과 입맞춤 관련해서는 "키스신 자체가 처음이다 보니 두근두근했다"며 "최대한 안 떨리게 보이게끔 했다"고 귀띔했다. 장동윤이 이상형으로 술·담배 안 하고 커피 안 마시는 여성을 꼽았는데 "촬영할 때 커피 마시면 '너 몇 잔 먹었어? 몸에 안 좋아'라고 하더라"면서 "오빠는 아주 가끔, 힘들 때만 커피를 마신다. 회식 때 제외하곤 술도 안 마시고, 자기 관리도 철저히 한다. 스스로 절제하는 삶을 살고, 멘털이 강해 배울 점이 많다. 다음 작품에선 오빠와 티격태격하는 남매로 만나고 싶다"며 웃었다.
부산 출신인 이주명의 사투리 연기도 빛났다. "처음에는 '편하겠다' '잘할 수 있겠다' 싶었지만, 캐릭터를 분석하면서 한 번도 보여주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는 게 이질감이 들었다. 가족밖에 보지 않은 모습을 꺼내는 거라서 희열감도 느꼈다"며 "사투리를 매개로 배우들과 끈끈해졌다"고 만족했다. "사투리를 쓰니 더 친근하게 느끼더라"며 "백두 '마빡'(이마)을 치지 않느냐. 마치 동생한테 하는 것처럼 해 더 편하게 느끼더라"고 했다.
첫 만남에서 유경이 백두를 업어치기 하는 신도 인상적이었다. 씨름에 관해 새롭게 알게 된 점도 있지 않을까. "난 오랜 기간 연습하지는 않았지만, 씨름 기술과 기본 자세 등을 배웠다. 힘으로만 하면 못 드는데, 살짝 떠줘서 기술적으로 넘겼다"며 "씨름은 코어 근육과 하체 힘이 중요하다. 샅바를 잡는 순간 '나는 끝났다. 다리가 없구나'라고 느낄 정도다. 씨름할 때 무게 중심이 최대한 아래에 있어야 하는데, 난 키가 커서 불리했다"고 설명했다. "동윤 오빠가 피멍이 들어서 안쓰러웠다. 증량하는 게 쉽지 않은데, 주저없이 결정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살 찌우기 위해 계속 먹다 보니 소화가 안 되는 고충도 있더라. 나도 나중에 제대로 도전해보고 싶지만,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정감 가는 수사물로 재미를 더했다. 떡집을 운영하는 '이경문'(안창환)이 20년 전 '주철용'(윤정일) 살인사건 진범으로 밝혀졌다. "처음엔 다들 본인이 범인 같다고 하더라. '현욱'(윤종석)은 진짜 자기인 것 같다고 했다. 중간에 극본이 나온 뒤 진범을 알았다"며 "수사물이라고 하면 딱딱할 것 같은데, 오히려 귀엽게 비춰져서 재미있었다. 경찰로서 유경이를 연기할 때도 무게감있기 보다, 본업이라서 편하게 할 것 같았다"고 분석했다.
이주명은 모래에도 꽃이 핀다와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통해 청춘 대명사로 거듭났다. 아직까지 친구 이미지가 강한데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고 바랐다. 일본 애니메이션 '주술회전'에 빠졌다며 "예전에는 현실과 닿아있는 이야기를 좋아했으면, 이제 '나도 이렇게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판타지, 액션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부연했다. "평소 화를 잘 안 내서 악역을 맡으면 희열이 있을 것 같다"고도 했다.
"학창 시절에 키 순서대로 하면 세 네 번째로 작았다. 화장실도 못 가서 집에 뛰어갈 정도로 내성적이었다. 연기자는 보여지는 직업이다 보니, 내 사사로운 감정이 드러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스위치를 켰다가 끄곤 했다. 어떨 때는 밝은 모습을 장착하는 게 좋은데, '이게 난가?'라는 생각에 빠질 때도 있다. 배우로서는 좋은 것 같다. 이번 작품은 벽에 부딪쳤을 때 그냥 할 수 있게 해줬고 '진심은 통한다'는 걸 알려줬다. 나에게 양분이 돼 '확실히 꽃이 피겠다'는 자신감을 줬다. 그런 꽃 같은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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