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기후변화 대응 핵심인 자연복원법 무기한 연기
EU 곳곳서 계속되는 농민들의 거센 시위에 굴복
6월 유럽의회 선거 앞두고 농민 시위 영향 입증
최종승인 앞둔 상황에서 영구 보류될 위기 맞아
[바르샤바=AP/뉴시스]지난 6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시위 농민들이 트랙터를 동원해 주요 도로를 막고 있다. 유럽연합(EU)이 25일 기후변화에 맞서고 자연을 더 잘 보호하기 위한 EU의 자연 복원 법안을 무기한 연기했다. 이는 6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유럽 대륙을 휩쓸고 있는 농민들의 시위가 정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2024.03.25.
EU는 당초 이날 수개월에 걸친 복잡한 절차를 거친 이 법안을 최종 승인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단지 승인만 받으면 될 것으로 여겨졌던 법안이 이제는 영원히 보류될 가능성이 있게 됐다.
롭 제튼 네덜란드 기후장관은 "(이 계획은)현재 매우 어려운 처지에 있다. 유럽의회 선거가 다가오는 상황에서 이러한 처지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연 복원 법안은 세계에서 가장 야심찬 기후 및 생물 다양성 목표를 수립하고, 모든 기후 문제에 대한 세계적 표준을 만들기 위한 EU의 유럽 그린딜의 핵심 부분이다.
이 법안은 유럽이 2050년까지 세계 최초로 기후중립 대륙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며, 한 세대 만에 혜택을 보기 위해 사회 전반에 걸쳐 단기적 변화와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
제튼 장관은 "기후 중립에 도달하려면 생물 다양성을 보호하고 유럽의 자연을 강화하는 넓은 관점에서도 살펴봐야 한다"며 이 같은 이니셔티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법안은 EU의 복잡한 승인 과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일부 완화됐지만 최종 투표를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었다. 최종 투표를 위해서는 27개 EU 회원국 중 15개국 이상에서 인구의 65%가 넘는 지지를 받아야 하는데, 최근 EU 각국에서 농민들의 거센 시위가 확산되면서 헝가리 등 일부 국가들이 마음이 바뀌었다.
EU 환경장관 회의를 주재한 알랭 마론 벨기에 지역기후장관은 "그들이 왜 그렇게 하는지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식량 안보와 자급자족이 다시 필수적이 되는 상황에서 그들이 일하는 방식을 규제하는 환경법이 그들을 파산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해온 농부들의 몇주 간에 걸친 격렬한 항의에 따른 것이다.
아니코 라이스 헝가리 환경장관은 "회원국들의 유연성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헝가리가 다시 입장을 바꿀 수 있느냐는 질문에 "아무 것도 약속할 수 없다. 우리는 현실적이어야 하고, 이 모든 분야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면서 유럽 전역의 농업 부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자연 복원 법안을 연기하기에 앞서 EU는 이미 수천만 EU 시민들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운송 지연으로 기업들에 수천만 유로의 손실을 입힌 시위에 대해 더 엄격한 살충제 규칙에 대한 입법 보류, 농장에 대한 견제와 통제 완화, 일부 토지 휴경 요구 등 수 차례 양보를 했었다.
이날 자연 복원 법안의 무기한 연기는 경제의 경쟁력을 보호하기 위해 가뭄과 홍수, 폭염 등을 부르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환경적 조치가 중단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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