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지금?…총선 앞두고 멈춰버린 서울 시내버스
총선 공식 선거운동 개시일에 전격 파업 단행
2022년에도 지방선거 1개월 앞두고 파업 결의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서울 시내버스가 노사 협상 결렬로 오전 4시를 기해 12년 만에 총파업에 돌입한 28일 오전 서울역 버스환승센터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4.03.2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서울 시내버스 노사 임금 협상이 결렬돼 28일부터 파업이 시작된 가운데, 파업 시점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노조가 주목도를 높이려 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한편, 정부의 갈등 대응 능력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버스 기사 1만8000여명이 소속된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서울시버스노동조합과 사측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지난 27일 오후 3시부터 28일 새벽까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임금 협상을 벌였지만 협상은 오전 4시 최종 결렬됐다.
이로써 서울 버스 노조는 오전 4시 첫차부터 버스 운행을 중단한다. 파업에 참여하는 서울 시내버스는 총 61개사 7000여대로 전체의 98%에 달한다. 다만 보광운수, 정평운수, 원버스 등 12개 노선은 정상 운행한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서울 시내버스 총파업이 시작된 28일 서울 용산구 용산역 인근 택시정류장에 택시를 기다리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2024.03.28. [email protected]
협상은 지난해부터 3개월째 이어져 왔다. 서울 시내버스 노사는 지난해 12월28일부터 이달 23일까지 7차례 중앙 노사 교섭과 2차례 사전 조정 회의를 통해 교섭했지만 합의안을 도출해내지 못했고 이번 최종 협상마저 결렬되며 파업이 시작됐다.
서울 시내버스는 준공영제가 적용되고 있어 서울시도 이번 파업 사안과 관련해 자유로울 수 없다. 준공영제는 버스 운영을 민간 자율에 맡기는 민영제와 버스 회사를 지방자치단체 또는 산하 공기업이 경영하는 공영제의 장점을 결합한 운영 방식이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서울 시내버스 총파업이 시작된 28일 서울 중구 지하철 서울역 승강장에 출근하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2024.03.28. [email protected]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파업 시점이 공교롭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국회의원 총선거의 공식 선거 운동이 개시된 날에 버스 노조가 파업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노조로서는 총선 판세를 좌우할 수 있는 각종 사안에 대한 정치권의 주목도가 높아진 상황을 파업 시점으로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파업으로 서울 시민 교통 불편이 장기화되면 피로도가 높아지면서 국민의힘 소속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물론 서울지역 국민의힘 국회의원 후보들에게까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김정환(왼쪽)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과 박점곤 서울시 버스노동조합 위원장이 28일 새벽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서울 시내버스 노사 조정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2024.03.28. [email protected]
정부의 갈등 해결 능력을 우회 비판하려는 의도도 읽힌다. 의대 정원 확대와 이로 인한 전공의 현장 이탈로 의료 현장이 혼란에 빠진 가운데 정부의 대응 능력에 물음표가 달리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전공의 이탈 사태에 버스 파업까지 더해지면 총선을 앞두고 현 정부의 정치력 부재를 문제 삼는 목소리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오 시장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오 시장은 이날 오전 입장문에서 노조를 겨냥해 "시민의 발인 서울 시내버스는 말 그대로 많은 분의 생업과 일상이 달려 있다"며 "시민들의 일상을 볼모로 공공성을 해하는 행위는 그 어떤 이유가 있더라도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5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고양 기후동행카드 사업참여 업무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03.25. [email protected]
이 같은 일정 변경은 버스 노사 협상 타결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사가 합의에 도달할 경우 오 시장이 협상 타결 발표 현장을 직접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임 박원순 시장 역시 2019년 버스 노사 협상 타결 후 발표 현장을 직접 찾아가 노사 양측과 함께 타결을 축하하고 사진 촬영을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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