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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승욱의 수軍수軍]"호흡 가빠지고 정신 혼미"…중력가속도 6배 직접 겪어보니

등록 2024.04.20 10:00:00수정 2024.04.20 10: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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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항공우주의료원서 비행환경적응훈련 경험

중력가속도·저압·비상탈출·공간정위상실훈련 등 실시

저압훈련에선 저산소증 체험…간단한 산수도 풀기 어려워

[청주=뉴시스] 옥승욱 기자 = 1G, 2G, 3G…

전투기 내부를 그대로 시현해 놓은 장비에 착석해 조종 레버를 당긴 순간 중력 가속도가 빠르게 올라갔다. 지구 중력 가속도의 6배에 달하는 6G에 달하자 호흡이 가빠지고 정신이 혼미해졌다. 흔히들 중력 가속도 훈련에서 기절상태에 이르는 지락(G-LOG)에 빠지지 않기 위해 다리와 복부 등 전신에 힘을 주며 연신 호흡을 이어갔다.
 

정신없는 와중에도 턱을 당기고 눈을 크게 뜨라는 교관의 외침이 들려왔다. 다시 한번 이를 악물고 견디고 있는 순간 '성공하셨습니다'라는 교관의 목소리와 함께 억겁처럼 느껴졌던 20초가 지나갔다.

지난 15일 충북 청주에 있는 공군 항공우주의학훈련센터에서 실시한 비행환경적응훈련 가운데 가장 고난이도인 중력 가속도 내성 강화 훈련'(G-Test)에 통과한 것이다.

공군 조종사들은 비행 중 급선회·급상승 상황에 직면하면 매우 높은 중력 가속도를 경험한다. 이때 정신을 잃으면 그 즉시 추락해 인명사고를 겪을 수 있기 때문에 조종사가 되기 위해서는 G-Test 통과가 필수적이다. 특히 조종사들이 테스트를 받을 때에는 6G가 아닌 9G에서 15초를 견뎌야 한다.

해당 훈련에서 지락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L-1 호흡법을 제대로 해야 한다. L-1 호흡법은 복부와 하체에 모든 힘을 모든 상태에서 '윽'하는 소리와 함께 빠르게 호흡하며 성문((聲門)을 닫는 호흡법이다. 중력가속도가 올라가면 피가 하체로 쏠리면서 순간적으로 의식불명 상태에 이르기 십상인인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오랜 연구결과 끝에 나온 호흡법이라고 한다.

[청주=뉴시스] 항공우주의료원 산하 항공우주의학훈련센터에 설치된 가속도 내성강화 훈련(G-TEST) 장비. (사진=공군 제공) 2024.04.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청주=뉴시스] 항공우주의료원 산하 항공우주의학훈련센터에 설치된 가속도 내성강화 훈련(G-TEST) 장비. (사진=공군 제공) 2024.04.2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어지럼증이 채 가시기도 전에 곧장 저압실비행훈련장으로 향했다. 전투기는 일반 비행기의 최대고도(8000피트, 2.4㎞)보다 훨씬 높은 2만5000~5만피트(7.6~15.2㎞) 상공에서 비행한다. 이같은 고도에서는 산소가 부족하기 때문에 산소를 공급해주는 마스크를 써야 한다.

저압훈련장 탱크에서 자리를 앉으니 옆에 산소마스크, 혈중산소포화농도체크기 등이 놓여져 있었다. 마스크를 쓰고 고도 2만5000피트에 도달하니 내부에 있던 풍선이 크게 부풀어 올랐다. 고도는 천장에 붙어있는 고도계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는데 고도가 급격히 올라가면서 귀가 먹먹해지는 게 느껴졌다.

고개를 갸우뚱하거나 침을 삼키면서 고도에 적응했다. 2만5000피트에서는 산소마스크를 벗고 저산소증을 체험했다. 앉은 번호에 따라 홀수와 짝수로 나눠 홀수는 글자 따라쓰기, 짝수는 구구단을 풀었다.

우선 홀수조가 저산소증을 경험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봤다. 혈중산소농도가 급격히 내려가면서 글자 쓰는 것도 힘들어 보였다. 산소농도가 60%까지 내려가자 교관이 바로 마스크를 착용시켰다.

이제 짝수 차례가 왔다. 마스크를 벗자 온 몸으로 갑갑한게 전해졌다. 구구단은 9단부터 6단까지 있었고 그 이후에는 100에서 3씩 빼는 문제지가 놓여 있었다. 구구단을 다 끝내니 산소농도가 70% 정도까지 떨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100에서 3씩 빼야하는데 97인지 96인지 헷갈렸다. 산소농도가 떨어지면서 정상적인 사고판단을 할 수 없게 된 것이었다. 그 순간 교관이 마스크를 씌웠고 산소농도는 서서히 99%까지 회복됐다.

저산소증 측정 결과 홀수조 인원들이 마스크를 벗고 견딘 시간이 짝수조 인원들보다 길었다. 교관은 "단순하게 글자를 따라쓰는 것이 아닌 구구단을 풀 때는 사고능력이 필요해 산소농도가 더 빨리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저압실 훈련에서 가장 힘든 단계는 하강이다. 고도를 낮추자 또 귀가 먹먹해졌다. 이 때는 숨을 들여 마신뒤 코를 막고 복부에 힘을 주면서 귀를 뚫어주는 발살바 호흡법을 시전했다. 호흡법을 하지 않거나 잘못 했을 경우 귀에 큰 통증이 전해질 수 있다. 실제로 이날 훈련에서 한 기자는 고막이 찢어져 출혈이 있었다고 한다.

이 외에도 전투기 비상상황에 탈출하는 비상탈출훈련, 공간정위상실(SD) 훈련을 다 마치고 나서야 비행환경적응훈련 수료증을 받을 수 있었다.

이날 짧게나마 전투기 조종사들이 주기적으로 받는 훈련들을 경험하고 나서 대한민국 상공을 지키는 전투기 조종사들에 대한 감사함과 함께 존경심이 절로 들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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