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佛대사, 북·러 밀착 경고…"우크라전, 한국 안보도 위협"[인터뷰]
필립 베르투 프랑스대사, 뉴시스 단독 인터뷰
북러 무기 거래·밀착…한반도 정세 불안 경고
佛 국방전략 새판 짜기…'전시 경제 체제' 전환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필립 베르투 주한 프랑스대사가 23일 서울 서대문구 주한 프랑스대사관에서 뉴시스와의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4.23. [email protected]
베르투 대사는 이번 주 뉴시스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럽 안보에만 타격을 주는 것이 아니라 다른 지역 안보도 위협할 수 있다"며 "대표적인 게 한국"이라고 말했다. 인터뷰는 파리올림픽 3개월여를 앞두고 지난 23일 서울 서대문구 주한프랑스대사관에서 진행했다.
북·러 무기 거래…한반도 정세 불안 야기
미국 등 서방과 우크라이나는 북한과 러시아가 무기를 거래했다고 보고 있다. 다만 북한과 러시아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정상회담은 이런 면에서 큰 이목을 끌었다.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하고 대신 인공위성 첨단 기술, 즉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재진입 기술이나 핵잠수함 설계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는 추측이 제기됐다. 이것은 한미일 밀착 속에 북한-중국-러시아와 대치 구도가 심화하고 한반도가 다시 화약고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왔다.
"우크라전은 '러시아의 침략' 전쟁…결코 승리하게 둬선 안 돼"
그는 군사적 차원에선 "우크라 병사 교육·훈련, 지뢰 제거 작업 동참, 인도주의적 조사단 파견, 탄약 및 포탄·장갑차·세자르(CAESAR) 자주포 등을 제공해왔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2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양자 장기 안보 협정을 체결했다. 프랑스가 향후 10년 간 최대 30억 유로(약 4조3000억원) 규모의 군사 지원을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필립 베르투 주한 프랑스대사가 23일 서울 서대문구 주한 프랑스대사관에서 뉴시스와의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4.23. [email protected]
마크롱의 '전략적 모호성'…'참전국'은 배제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은 3월 주요 정당 지도자들과의 회의에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나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까지 진격할 경우 군을 파병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다시 이목을 끌었다. 나토국 전투군 파병은 전쟁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으로 여겨져 러시아와의 전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에 대해 베르투 대사는 "마크롱 대통령의 정확한 발언은 '어떤 옵션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프랑스가 무엇을 할지, 무엇을 하지 않을지 그것을 러시아가 명확하게 계산하지 못하도록 전략적 모호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면서 "카드 게임을 할 때 내 패를 상대에게 보여주는 것은 전략적으로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프랑스는 유럽연합(EU)의 다른 국가, 미국 등 우방국과 조율된 방식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해 왔다"면서 "프랑스는 어떤 경우에도 러시아와 직접적인 교전국이 되지 않는다. 그것은 모든 다른 우방, 서방국들도 마찬가지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러시아는 결코 이 전쟁에서 승리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전 세계 안보에서 최악의 선례를 남기는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장기전이 되고 있는 가운데 '전쟁 피로감'도 경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필립 베르투 주한 프랑스대사가 23일 서울 서대문구 주한 프랑스대사관에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04.23. [email protected]
프랑스, 국방 전략 재검토…'전시 경제 체제' 전환
그는 "마크롱 대통령이 국가적인 '전시 경제 체제'를 언급한 것도 이런 차원을 강조한 것"이라면서 "마크롱 대통령은 국방 예산을 포함한 국가 전체 예산을 재평가해 반영하고 있다. 포탄 비축분이나 장갑차 개발 등 국가 전반의 군수 고급 체인을 재정비하고 있고 주요 방산 기업 뿐만 아니라 그 하청 기업에 이르기까지 군사 산업 전반을 재점검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전략적 자율성'과 '자주 국방'을 강조해왔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25일에도 유럽이 러시아의 침략과 같은 실존적 위협에 대해 충분히 무장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면서 유럽이 '신뢰할 수 있는' 국방 전략을 채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주권'과 '자율성'을 재차 강조하고 "유럽이 미국의 속국이 돼선 안 된다"는 발언도 했다.
"가자전쟁 확전 막아야"…'두 국가 해법' 지지
그는 "근본적으로는 정치적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 먼저 무엇보다 확전을 막아야 하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두 국가 해법'에 기초한 정치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런 차원에서 프랑스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다양한 결의안을 제안, 주도하고 있다"면서 "최근 팔레스타인의 유엔 정식 가입 관련 결의안도 한국과 함께 주도했는데, 안타깝게도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통과되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베루트 대사는 지난해 7월 한국에 부임했다. 프랑스 외교부 전략안보군축 국장과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대표부 대사, 주유엔 대표부 실무총괄 등을 지낸 다자외교 전문가다. 파리와 뉴욕, 모스크바에서도 근무한 경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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