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팬덤정치 출구가 안 보인다
[서울=뉴시스]조재완 기자 = "이해가 잘 안 됩니다. 표결에 당원 전체 여론을 반영하는 것이 어떻게 일부 강성 목소리에 휘둘리게 되는 걸까요."
당원권 강화를 위한 더불어민주당의 당헌·당규 개정 작업이 극성 지지층의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자 이재명 대표가 되물은 말이다. 민주당은 국회의장 후보 경선·원내대표 선거 시 권리당원 투표결과의 20%를 반영하는 당헌·당규 개정작업에 들어갔다. 전체 여론이 일부 극성 지지층에 휘둘린다는 지적에 논리적 모순이 있다는 점을 꼬집고 싶었던 모양이다. 이 대표 반문에 한 중진 의원이 보인 반응을 그대로 옮겨본다. "이해가 안 된다면 그게 더 문제인데."
당 전체가 강성당원들에 휘둘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지 오래다. 멀리 가서 따져볼 필요 없이 최근 국회의장 후보 경선 사태만 지켜봐도 그렇다. 고작 경선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당원 2만명이 탈당하겠다며 반발했다. 250만명에 이른다는 민주당 전체 당원의 1퍼센트(%)도 안 되는 숫자다. 이들 반발에 당 전체가 뒤집혔다. 당대표는 즉각 호남·충청·영남을 돌며 당원들을 직접 만나 설득에 나섰다. 당장 올 여름 시·도당위원장 경선에서부터 권리당원 표 비중을 높이겠다며 달래기용 카드를 꺼내들었다. 국회의장 경선 이변 사태가 벌어진지 이틀만에 나온 약속이었다. 지도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직접민주주의 강화·당심 반영이란 포장지를 씌워 당내 룰을 대대적으로 손보는 작업에 들어갔다.
오는 8월 전당대회엔 권리당원 표 반영비율을 대폭 높인 새 룰이 처음 적용된다. 지난해 12월 민주당이 전당대회 권리당원과 대의원 표 비율을 '60대1'에서 '20대1' 미만으로 조정하는 당헌당규 개정안을 통과시킨 데 따른 것이다. 이 대표가 사실상 추대 형식으로 대표직을 연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체 지도부 라인업도 초강경 친명계로 짜일 전망이다. '개딸 공천'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양문석 의원을 비롯해 강성 친명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 소속 의원 다수가 최고위원 선거 출마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양 의원은 자신과 의견이 같지 않다는 이유로 동료의원을 겨냥해 "구태정치질" "맛이 갔다" "무식하면 용감하다" 등 폭언을 쏟아내 현재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인사다.
문제는 이러한 악순환에서 빠져나갈 길이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팬덤정치를 극복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이미 잠식돼 있다. 강성당원들에게 찍힌 정치인들의 말로가 어떠했는지 지난 21대 국회 가까이서 지켜본 경험이 큰 탓일 터다. 여기에 22대 국회 개원 전부터 국회의장 후보 선출 문제로 또 다시 '수박 색출' 작업이 벌어지면서 초선 당선인들 역시 적잖이 긴장한 분위기다. 한 재선 의원은 "개딸(개혁의딸·강성당원)들이 현역의원 의정활동 평가 권한도 요구하고 있다. 4년 뒤 총선에선 컷오프(공천배제)까지 관여하겠다는 것인데 브레이크 없는 폭주기관차 수준"이라고 한탄했다.
민주당은 22대 국회선 민생을 가장 우선시하는 유능한 정책정당의 면모를 보이겠다고 수차례 다짐했다. 채해병특검법과 함께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법안을 새 국회 당론 1호 법안으로 추진하는 것도 이 같은 의지라고 피력했다. 정작 임기 첫 워크숍서 당원 중심 정당 결의안을 채택하고, 첫 의원총회에선 당원권 강화 방안에만 골몰하는 모습이 '민심'에 어떻게 비칠지 돌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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