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폭등에 수도권 정비사업 무더기 취소…"서울말곤 안돼"
광명·의정부·화성시 등 조합설립인가 취소 줄이어
사업성 떨어진 소규모 정비사업지들 위주 증가세
건설공사비 증가세에 선별수주…주택 공급 감소세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4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주택재개발 신축공사 현장을 방문해 타워크레인 운용 및 건설현장 점검을 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동대문구 한 주택재건축현장 모습. 2023.03.1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최근 공사비 급등으로 정비사업의 부담이 커지면서 수도권 곳곳에서 조합설립인가 취소 수순을 받는 소규모 정비사업지들이 늘어나고 있다.
2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광명시청은 미도아파트1차 소규모재건축사업 조합설립인가 취소를 위한 공람·공고를 지난 18일부터 내달 2일까지 진행하고 있다. 의정부시청 역시 경기 의정부시 가능동 708번지 일대 가로주택정비사업 조합설립인가 취소를 위한 주민 의견 청취 공고를 지난 12일까지 진행했다.
화성시청의 경우 이미 같은 이유로 지난달 10일 화성 삼미아파트 소규모재건축사업 조합설립인가를 취소를 고시하기도 했다.
해당 지자체들은 조합설립인가의 취소 근거로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 제 23조2의 2항을 제시하고 있다.
해당 조항은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날부터 2년 이내에 건축심의 또는 통합심의를 신청하지 아니한 경우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날부터 3년 이내에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신청하지 아니한 경우 ▲이전고시가 있은 날부터 1년이 되는 날까지 청산 절차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 등에 대해 시장·군수등이 업무의 시정, 조합의 해산 등 필요한 조치를 명하거나 조합설립인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근 공사비가 치솟으면서 사업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된 소규모 정비사업지들의 사업 진척이 느려지자 지자체가 자체 조항을 근거로 조합 해산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공사비가 크게 올라 서울, 그중에서도 특히 자금력이 충분한 용산과 강남3구를 제외하고는 정비사업이 어렵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서울 현장에서도 공사비 문제로 시공사와 조합 간 갈등이 계속되는 마당에 수도권이나 지방은 더더욱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건설공사비 지수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공사비원가관리센터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주거용 건물의 건설공사비 지수는 154.09로, 4년 전인 2020년 3월(118.47)보다 35.62포인트(p) 상승했다. 이는 백분율로는 약 30% 가까이 오른 수치다.
실제 현장에서는 공사비가 2배 가까이 오른 곳도 있었다. 서울 용산구 현대아파트를 리모델링하는 '이촌 르엘'의 경우 시공사 측에서 지난 2020년 수주 당시 3.3㎡당 542만원이었던 공사비를 올해 925만원으로 약 두배 가까이 인상하는 안을 요구한 상황이다. 또 2020년 수주 당시 3.3㎡당 공사비가 545만원이었던 서울 서초구 '아크로리츠카운티(방배삼익)' 재건축 현장은 올해 43.1% 오른 780만원 대로 공사비를 협의 중이다.
이에 건설사들이 사업성이 높은 현장을 위주로 선별적 수주에 나서면서 건설공사 계약액도 줄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주택 등 건축 분야 건설공사 계약액은 전년 동기(40조4000억원) 대비 약 3.3% 감소한 39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최근 원자재값 및 인건비가 급등하면서 주택시장에 공급가격 인플레이션이 거세게 불고 있다. 건설업자들은 수지가 맞지 않으니 아파트뿐만 아니라 다세대, 다가구 주택, 빌라 등도 못 짓고 있다고 한다"며 "한 번 올라간 물가는 큰 경제대불황이 오지 않는 한 원래 수준에서 떨어지지 않기에 앞으로 물가가 안정되더라도 건축비가 낮아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