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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해놨더니 '인증 탈락?'…화들짝 한 교육부, 먼저 견제구

등록 2024.07.05 05:30:00수정 2024.07.05 09: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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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차관, 전날 의평원 상대로 이례적 공개 경고

10% 이상 증원되는 의대 30곳, 인증 재평가 앞두고

의평원장 "2~3년 내 확충 불가" 언론 인터뷰에 우려

평가 탈락 시 신입생 모집정지…'포스트 서남대' 공포

재평가 전 획기적 지원 약속했으나 '계산서' 비공개

선진화 방안 나와도 여론 진화할 수 있을지 미지수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지난달 17일 서울시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융합관 양윤선홀에서 열린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서울대학교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주최 심포지엄에서 교수가 의사 가운을 벗어두고 안덕선 의료정책연구원장의 강연을 듣고 있는 모습. 2024.07.05. kgb@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지난달 17일 서울시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융합관 양윤선홀에서 열린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서울대학교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주최 심포지엄에서 교수가 의사 가운을 벗어두고 안덕선 의료정책연구원장의 강연을 듣고 있는 모습. 2024.07.05.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오석환 교육부 차관이 전국 의대의 평가·인증을 담당하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을 향해 이례적으로 엄중 경고 입장을 밝힌 것은 대학가에서 인증평가 탈락에 대한 우려가 가볍게 넘길 수 없을 만큼 확산됐다는 점을 시사한다.

교육부는 증원된 의대의 교육 질 개선에 대한 의지를 거듭 피력하면서 진화에 나섰지만 예산 규모 등 구체적인 밑그림이 나오지 않아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5일 교육부에 따르면 오 차관은 전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예고에 없던 긴급 브리핑을 갖고 안덕선 의평원장을 향해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의대 교육의 질 저하를 근거 없이 예단한다고 이례적으로 경고했다.

안 원장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정부 계획대로 2~3년 내에 교수와 시설을 확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의대 교육 질 저하를 우려했는데 이를 반박한 것이다.

안 원장은 연세대 의대 생리학과 교수로 의료계 인사다. 비영리 민간단체인 의평원 원장의 인터뷰를 두고 정부 고위급이 브리핑에 나서 진화에 나선 배경은 의평원이 전국 의대의 평가·인증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고등교육법은 모든 의대가 의평원의 '의학교육 평가인증'을 획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의료법은 의학교육 평가인증을 받은 의대를 졸업한 사람에게만 의사 국가시험(국시) 응시 자격을 부여한다. 인증 없는 의대에 입학하면 의사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인증 탈락은 의대의 존속에도 치명적이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은 의대가 '불인증'을 받을 시 정원 100%의 모집을 정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학생은 국시 응시가 가능하지만 신입생이 의사 국시를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재도전에도 인증을 얻지 못하면 폐과된다.

현재 40개 의대 전체는 의학교육 평가인증을 취득한 상태다. 다만 의평원은 현 입학정원 대비 10% 이상 증원이 이뤄진 경우 인증을 받은 의대라도 사전에 주요변화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2025학년도 정원 증원 결과를 고려하면 30곳에 해당한다.

의평원은 이달 중 정원이 10% 이상 늘어난 의대 30곳을 대상으로 실시할 주요변화계획서 평가 기준을 확정한다. 2019년 마련한 기존 의학교육 평가인증 기준을 그대로 활용하며, 대학 의견을 들어본 뒤 결정한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오석환 교육부 차관이 지난 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의대 교육 관련 긴급 브리핑을 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 024.07.05.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오석환 교육부 차관이 지난 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의대 교육 관련 긴급 브리핑을 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 024.07.05. [email protected]

안 원장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새로운 기준을 만드는 것은 전혀 아니다"라며 "저희가 만든 초안에서는 기존 92개 중 51개를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의평원은 오는 11월까지 대학들에게 주요변화계획서를 제출 받고 서면 및 방문평가 등 절차를 거쳐 내년 2월 판정 결과를 내놓는 심사 일정을 검토하고 있다.

전날 오 차관의 발표는 의대가 주요변화계획서를 제출하기 전까지 증원된 정원에 맞춰 교육 질을 개선하도록 획기적 지원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지원 방침을 밝힌 게 처음이 아니지만, 불인증 대학이 나오지 않도록 지원하겠다는 점을 강조한 점에 의미가 있다.

교육부는 나아가 인증 탈락 대학이 나오지 않도록 의평원에 대한 감독권을 행사하고 있음을 내보였다.

지난 5월 의평원은 '고등교육기관의 평가·인증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법정 인정기관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재지정 평가를 받았다. 인정기관은 5년 마다 교육부 인정기관심의위원회로부터 재지정 평가를 받는다.

전날 교육부 간부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심의위는 의평원에 주요변화계획서 심사 전 평가 기준을 사전에 교육부와 협의해 정할 것을 요구했다. 이사회 22명 중 18명이 의료계로 편중됐고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 등의 지원금에 재정을 의존한 점도 지적했다.

의평원은 오는 25일 이사회를 열고 권고 사항에 대해 논의해 개선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의료계 반발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변수다. 의평원 이사회에는 임현택 의협 회장 등 의협 간부 6명이 참여한다.

종합하면 교육부의 '이례적 경고'는 의평원이 아니라 의료계의 '인증 탈락' 주장에 대해 높아지는 대학가의 불안감을 진화하는 여론 단속의 성격이 강한 셈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전날 발표에서도 의학교육 선진화 방안에 따른 구체적인 기초의학 교수 선발 규모나 정원 배정 규모, 재정 투입 액수 등 의대 증원에 따른 교육 질 개선의 '계산서'를 제시하지 못했다. 질문이 쏟아졌으나 "결정되는 대로 밝히겠다", "재정 당국, 관계 부처 등과 논의하는 과정" 등이라는 답변에 머물렀다.

물론 교육부 입장에서는 오는 8월 말 정부 예산안이 국회로 넘어가기 전이라 어느 하나 속 시원히 밝힐 수 없는 측면은 있다. 하지만 오는 9월 의학교육 선진화 방안 발표 이후에도 의료계 일각의 '교육 질 악화 우려'를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우려도 나온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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