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소멸위기 현주소③]인구 대전환 프로젝트 '시험대'
전남도, 5개 분야 20대 핵심과제, 100대 추진과제 확정
출생수당·돌봄·탄력근무·희망펀드·일자리·만원주택까지
빈집 리모델링, 햇빛연금 등 확산…"균형발전 병행해야"
전남도, 인구대개조 TF회의. (사진=전남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무안=뉴시스] 송창헌 기자 = 인구 절벽, 지방소멸이 시대적 과제로 떠올랐다. 대통령선거, 국회의원 총선거, 지방선거 때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어들이지만, 최근 들어 위기감은 한층 고조되고 있다.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전남도는 올해를 '지방소멸 위기 극복 원년'으로 선포했고, 정부는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범국가적 총력대응 체계를 가동했다. 중앙정부도, 지방정부도 위기를 넘어 존망을 걱정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연간 합계출산율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0.72명.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58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대로라면 0.6명대 진입도 시간문제다. 2006년부터 저출생 정책에 300조 원의 나랏돈을 쏟아 부었지만, 출생률 하락은 막지 못했다.
특히, 농어촌에서는 낮은 출생률보다 양육 환경부터 걱정해야 할 판이다. 전남에선 지난해 10곳 가까운 병설유치원이 학생수 감소로 문을 닫았고, 어린이집 폐원도 3년 사이 100곳에 육박한다. 전남 읍·면·동의 3분의 1인 94곳에는 아예 어린이집이 없다.
사회적 합의와 재원 마련, 주민참여형 공동체사업 확대, 불안정한 고용과 양극화 개선, 주거와 돌봄의 공공성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전남도가 야심차게 내놓은 '인구 대전환 프로젝트'가 시험대에 올랐다. 거대한 파도인 지역소멸에 맞설 승부수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남도가 민선 8기 반환점을 맞아 최근 확정한 '인구 대전환 프로젝트'는 5개 분야, 20대 핵심과제, 100대 추진과제로 구성됐다. 필요사업비만 국비와 지방비, 민자(펀드)를 모두 합쳐 최소 9225억 원에 이른다.
출산율을 높이고, 생활인구와 외국인 등 새로운 인구 유입에 행정력을 모으고, 전남의 강점을 십분 활용한 매력적인 공간과 이민·외국인 이주허브를 조성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를 위해 가족·기회·유입·안착·공존을 5대 키워드로 삼고 있다.
우선, '가족이 행복해야 전남이 산다'는 판단 아래 출생수당과 임신·출산·양육 통합 플랫폼, 조부모 손자녀 돌봄 수당, 초등 자녀돌봄 탄력근무장려금, 입원아동 돌봄 등에 주안점을 뒀다.
또 좋은 일자리, 교육을 통한 기회 창출을 위해 청년희망펀드 200억 원을 조성하고, 12개 펀드 5000억 원 규모의 '미래혁신산업펀드'도 운용키로 했다. 최저임금의 110% 수준인 월 230만 원에 의무채용(1년) 후 정규직 전환시 400만 원을 추가 지원해주는 전남형 희망일자리 사업도 첫 추진된다. 또 전국 최초로 주 4일 또는 4.5일제를 도입해 우수 인재의 전남행을 견인할 계획이다.
도 관계자는 "근로기간 단축은 좋은 일자리의 최우선 조건 중 하나"라며 "2030년까지 전남 1인당 노동시간을 OECD 평균인 1752시간으로 줄여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진=뉴시스] 강지은 기자 = 전남 강진군이 추진 중인 빈집 리모델링 지원 사업 현장의 주택 모습. 2024.5.16. [email protected]
'유입'도 인구 대전환의 중요한 축이다. 2028년까지 빈집 500개 동을 리모델링해 월 임대료 만원짜리 세컨하우스로 제공한다는 복안이다. 매년 4만여 귀농어귀촌인이 전남으로 유입되고 있으나, 정작 주거시설이 열악해 역(逆) 귀농귀촌이 발생하는데 따른 고육지책이다.
강진은 전국적 벤치마킹 대상이다. 서울에서 KTX로 2시간, 버스로 1시간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시골이지만, 빈집 리모델링을 통해 월 1만 원의 임대료만 받은 결과, 놀라운 성과로 이어졌다. 2년 만에 젊은층 56가구가 장기임대나 자가로 거주중이고, 추가 신청도 끊이질 않으면서 적막했던 마을엔 활기가 돌기 시작했고, 인구 유입도 늘고 있다.
신혼 1년차 이상준(38)씨. 서울에서 살다가 황칠나무 농사를 위해 아내와 귀촌했다. 전통시장에서 카페도 운영 중이다. 이씨는 "부족하고 불편한 부분도 없진 않지만, 서울에서 쳇바퀴 돌 듯 살기보다 오히려 시골에서 본인의 삶에 좀 더 집중해서 사는 게 훨씬 좋다"고 말했다.
섬진강권인 광양, 곡성, 구례에 숙박과 업무, 문화체험이 접목된 '워케이션 관광스테이'를, '핫플레이스'인 완도 해양치유센터를 확대하고 섬살이 기반을 확충해 '글로벌 헬스케어 아일랜드'를 조성하는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안착'과 '공존'에도 방점을 찍었다. 1만 원 임대료로 최장 10년간 거주할 수 있는 만원주택을 2035년까지 16개 군에 1000호를 공급키로 하고, 2840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햇빛·바람연금, 민간정원의 관광자원화, 이민·외국인 종합지원센터 운영, 외국인 주민 거점진료센터 등도 20대 핵심과제에 녹아냈다.
'햇빛연금', '햇빛아동수당'을 도입한 뒤 태양광 개발이익 공유지역에서만 인구가 360여 명이나 증가한 신안의 사례는 모범답안으로 통한다.
김명신 전남도 인구청년이민국장은 "인구 대전환 프로젝트를 실효성있게 추진하는 동시에 중장기 관점에서 인구감소 지역에 활력을 불어 넣을 법적·제도적 개선 노력에도 다각적으로 힘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차미숙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국토교통 인구대응협의체 출범식에서 "인구가 급감하는 도시모습을 '국토 골다공증'으로 표현하는데 체계적이지 않게 빠지면서 지역을 상당히 힘들게 할 것"이라고 경고한 뒤 "저출산정책 단독으로는 성과를 거둘 수 없고, 지역균형 발전이 같이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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