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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전문의 공백' 수도권도 불안하다…학회·정부 회동

등록 2024.07.22 16:07:21수정 2024.07.22 22: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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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강릉서 전원 문의…충청 특히 많아"

"전공의 공백에 중증환자 진료부담 못버텨"

응급의학회·정부, 22일 응급의료 대책 논의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의료공백 장기화로 응급실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17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대형병원 응급의료센터 안으로 의료진이 나오고 있다. 2024.07.17. ks@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의료공백 장기화로 응급실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17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대형병원 응급의료센터 안으로 의료진이 나오고 있다. 2024.07.1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의료 사태가 다섯 달을 넘어서면서 응급실이 곳곳에서 파행 운영되고 있는 가운데, 다른 진료과 전문의의 응급실 돌려 막기는 응급의료의 질 저하 뿐 아니라 의료시스템 붕괴로 이어질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2월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반대해 대학병원을 떠난 후 의료 현장 최전선인 응급실을 지켜온 전문의들도 인력 부족에 따른 번아웃(탈진)으로 하나 둘 응급실을 떠나고 있다. 충청·전남·대구·경북 등 지역응급의료기관이 응급실 운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역 환자 전원 문의가 증가한 수도권 응급실도 과부하가 우려되고 있다.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 A 응급의학과 교수는 "강원도 강릉에서 수도권으로 전원 가능 여부에 대한 문의는 일도 아니다"면서 "충청권에서 특히 전원 요청이 많다"고 말했다.

최근 응급의학과 전문의 8명 중 4명이 사직서를 제출해 응급실 운영에 파행을 겪은 순천향대천안병원, 응급의학과 소속 전문의 6명 중 1명이 병가를 내면서 응급실 인력 공백으로 비상운영체계에 들어간 단국대병원 모두 전공의들이 근무했던 수련병원이면서 충남 지역 권역 응급의료센터다.

전공의의 빈 자리를 채워온 응급의학과 전문의(의대 교수)들의 이탈이 잇따르고 있는 것은 업무를 분담해온 전공의들이 빠진 후 종합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처럼 응급실 환자를 일일이 진료해야 하는 데다 종합병원에서 중증 환자도 전원오면서 업무가 과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응급실은 24시간 운영되고 초진부터 전원 환자 처치, 다른 진료과 인계, 이송 상담, 심폐소생술(CPR) 같은 응급조치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져 최소한 5~6명의 인원이 교대 근무해야 한다.

대한응급의학회 관계자는 "전공의들이 떠난 후 교수들이 오롯이 당직을 서야 하는 상황에서 KTAS 1~3등급 환자는 줄지 않고, 중증 환자일수록 비수련병원에서 대학병원(수련병원)으로 전원이 계속 이뤄지다 보니 진료 부담이 거의 줄지 않아 버티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KTAS는 한국형 응급환자 분류도구로, 3등급 이상은 응급이자 중증 환자군이다. 1등급에 가까울수록 중증도가 높다. 국내 응급의료기관 400여 곳 중 70%는 원래 전공의가 없었던 곳이다.

응급실이 곳곳에서 파행 운영되면서 정부가 다른 진료과 인력 활용 방안을 밝혔지만, 다른 과 전문의의 응급실 돌려 막기는 다른 진료과 전문의 추가 이탈, 파견 진료과의 역량 저하로 이어져 병원 전체의 의료 시스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9월부터 수련을 시작하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시작된 22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전공의 전용공간에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2024.07.22.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9월부터 수련을 시작하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시작된 22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전공의 전용공간에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2024.07.22. [email protected]

서울의 한 대학병원 B 응급의학과 교수는 "다른 진료과 교수들이 전공의 부재로 외래 진료를 줄이고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입원·수술환자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응급실 당직까지 서라고 하면 추가 인력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진료과 교수들이 응급실 진료에 투입되면 해당 진료과의 줄어든 진료 역량으로 외래·입원·수술 환자들도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특히 응급실 진료 도중 발생할 수 있는 막대한 의료 소송 부담은 다른 진료과 교수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응급환자의 경우 응급처치를 시행할 때 합병증이나 후유증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데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아닌 경우 신속하면서도 정확히 대응하기 어렵다. 최근 의료 사고에 따른 배상금은 10억 원을 웃돌고 있다.

결국 다른 진료과 전문의 응급실 돌려막기는 응급실 진료 뿐 아니라 배후 진료과 진료에도 영향을 미쳐 병원의 전체 의료 시스템이 흔들릴 수 있다. 응급의학과의 1차적인 검사나 응급 처치에 이어 내과, 소아청소년과, 신경외과 등 배후 진료과의 수술·입원 등 최종 치료가 불가능하면 환자를 수용할 수 없다.

대한응급의학회 관계자는 "다른 진료과 전문의 응급실 투입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이탈을 막기는커녕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라면서 "무너지는 응급의료체계를 지켜내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촉구했다.

김인병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 등 수뇌부는 이날 저녁 서울역 인근에서 보건복지부 응급·공공의료 정책 담당자들과 만나 응급의학과 전공의 수련 보조수당 지급과 함께 의료기관 중증·응급진료 기능 강화를 위한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 지원을 100% 인상' 제도화 등을 촉구할 예정이다. 앞서 정부는 전공의 공백에 따른 중증·응급환자 비상진료 체계 유지를 위한 한시적인 지원 방안으로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 지원 강화 방안 을 내놨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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