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입찰담합' 녹십자·유한양행 등 제약사 6곳 2심서 무죄
입찰 과정에서 들러리 세운 혐의
法 "고의성 증명됐다 보기 어려워"
1심서 관계자들 벌금 300만~500만
각 제약사 벌금 3000만~7000만 선고
[서울=뉴시스] 정부가 발주한 자궁경부암 등 백신의 입찰 과정에서 담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제약사들과 그 관계자들이 2심에서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사진=뉴시스DB) 2024.07.23.
[서울=뉴시스]이소헌 기자 = 정부가 발주한 자궁경부암 등 백신의 입찰 과정에서 담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제약사들과 그 관계자들이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벌금형을 선고했던 원심판결이 뒤집힌 것이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이창형)는 23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전 SK디스커버리 소속 팀장 이모씨 등 제약업체 관계자 7명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양벌규정으로 함께 기소된 SK디스커버리·광동제약·보령바이오파마·유한양행·녹십자·글락소스미스클라인도 무죄가 선고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들러리 업체와 무관하게 일정 금액으로 낙찰받을 의사를 가지고 입찰에 참여해 왔던 것으로 보인다"며 "각 입찰은 공동 판매사의 투찰금액으로 낙찰받을 수밖에 없으므로 피고인들의 행위가 투찰 금액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입찰을 방해했다는 혐의에 대해서 "피고인들이 들러리 업체를 내세워 참여했다고 해도 공정한 자유경쟁을 통한 적절한 가격 형성에 부당한 영향을 줬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고의성 인정 여부에 대해서는 "당시 질병본부 담당자들도 2016년 당시 조달청 승인이 있었다면 백신에 대해 수의계약을 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경쟁에 대한 인식이 없었거나 극히 미미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들에게 실질적으로 경쟁을 제한하거나 부당한 공동행위, 입찰 공정성을 해한다는 고의가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씨는 지난 2016년 6월 조달청에서 발주한 자궁경부암 백신 등의 입찰 과정에서 지인 등을 들러리로 세워 다른 업체들의 입찰 가능성을 차단해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한 혐의로 2020년 8월 재판에 넘겨졌다.
다른 제약사 관계자들 역시 입찰 과정에서 다른 업체를 들러리로 세워 담합해 폭리를 취한 혐의를 받는다. 각 제약사들은 양벌규정으로 함께 기소됐다.
1심은 지난해 2월 이씨 등 제약업체 관계자 7명에게 벌금 300만~500만원을 선고했다. 아울러 SK디스커버리와 광동제약에는 각 벌금 3000만원, 보령바이오파마와 유한양행에는 각 벌금 5000만원, 녹십자와 글락소스미스클라인에는 각 벌금 7000만원을 선고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백신의 기초 가격과 최종 낙찰금액의 차이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적정한 가격 형성에 부당한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며 "이 사건 각 범행은 자유경쟁, 공정한 경쟁을 해하는 입찰방해로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피고인들과 검찰은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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