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대북방송 6년 만에 재개…접경지역 주민 안전도 더 신경써야
[서울=뉴시스] 옥승욱 기자 = 우리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 전면 시행에 나섰다. 지난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방송을 중단한 지 6년여 만이다.
이는 북한의 잇따른 오물풍선 살포에 대한 맞대응이다. 북한은 올 들어 무려 10차례 오물풍선을 남한으로 내려보냈다. 특히 이달 들어서는 18일, 21일, 24일 등 사흘에 한번 꼴로 오물풍선을 살포하고 있다.
우리 군은 북한이 오물풍선 살포를 멈추면 대북 확성기 방송도 중단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풍선 살포가 이어지면서 대북 방송은 당분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북한 체제를 흔들 수 있는 강력한 심리전 수단이다. 날씨와 시간에 따라 다르지만 짧게는 10㎞, 길게는 20~30㎞ 떨어진 거리에서도 청취가 가능하다. 과거에는 김씨 일가 3대 세습 등 체제 비판에 대한 내용이 주로 담겼다.
군은 이번에 방송을 재개하면서 리일규 쿠바 주재 북한 참사관의 탈북 소식과 북한의 대남 오물·쓰레기 살포 행위 등을 전했다. 폭염 속 연일 전방에서 지뢰매설 등 작업을 하는 북한군에게는 "지옥과 같은 노예의 삶에서 탈출하라"고도 했다.
군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지속할 경우, 내부 동요나 탈북 등 효과가 점차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우리 군이 신경써야 할 점은 대북 확성기 방송에 대한 북한의 대응 강도다. 현재는 오물풍선만을 내보내고 있지만, 언제든 강경모드로 뒤바뀔 수 있다.
과거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북한은 지난 2015년 8월 우리 군이 목함지뢰 도발에 대응해 대북 방송을 실시하자, 확성기를 향해 고사포를 발사했다. 우리 군 또한 포탄 발사 추정지점에 155mm 자주포를 쏘며 응징했다. 대북 확성기 방송으로 포탄이 오가는 준전시 상황까지 간 것이다.
최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새로운 대응을 예고한 만큼, 북한이 앞으로 어떠한 도발카드를 꺼내들 지 알 수 없다. 과거와 같이 대북 확성기를 향해 조준 사격에 나설 수도 있다.
한반도가 긴장상태에 접어들면 경기도, 강원도, 인천 등 북한과 인접한 지역 주민들은 불안감이 더 커진다. 지난 2010년 연평도 포격 도발과 같은 사태가 언제 재연될 지 모르기 때문이다.
당시 포격 도발로 우리 해병대원 2명이 전사했고, 민간인도 2명 사망했다. 부상을 입은 군인은 16명이었고 민간인도 3명 다쳤다.
군은 강력한 대비태세로 우리 국민들 안전을 지키겠다고 자신한다. 북한이 도발하면 '즉각, 강력히, 끝까지' 응징하겠다는게 우리 군 각오다.
군이 연일 대비태세를 강조하고 있지만, 접경 지역 주민들은 여전히 군사 충돌을 우려한다. 남북 간 긴장감이 날로 높아지는 현 상황에서, 우리 군이 이들의 불안감을 잠재우는데도 더 신경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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