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재벌 머독, ‘보수 언론’ 지키려 자녀 3명과 법정 다툼
폭스 뉴스 등 보수 성향 유지 위해 신탁 변경
장남 외 세 자녀 반발, 9월 재판 시작
[뉴욕=AP/뉴시스] 미국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 뉴스코퍼레이션 회장. 2024.07.25.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미디어 재벌 루퍼드 머독(93)이 보수적인 세력으로서의 미디어 사업을 보존하기 위해 자녀들과 비밀스러운 전투를 벌이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24일 봉인된 법원 문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NYT는 머독이 지난해 말 장남이자 후계자로 선택한 라클런이 방대한 텔레비전 네트워크와 신문을 계속 맡을 수 있도록 가족 신탁 조건을 변경하는 깜짝 행보를 보이며 드라마가 시작됐다고 전했다.
머독의 미디어 제국이 거느린 매체는 폭스 뉴스, 월스트리트 저널, 뉴욕 포스트, 그리고 호주와 영국의 주요 신문과 텔레비전 매체 등이다.
기존 신탁에 따르면 머독이 사망하면 현재 가족 사업의 지배권은 나이 많은 네 자녀에게 넘기도록 했다. 하지만 그는 정치적으로 온건한 형제 자매들의 간섭없이 라클런에게 회사를 운영할 권한을 부여하도록 마음을 바꿨다.
그래야 보수적인 편집 성향을 유지하고 모든 상속인들에게도 상업적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제임스, 엘리자베스, 프루던스 세 형제는 부친이 변경할 수 없는 신탁으로 여겨졌던 것을 다시 쓰려는 갑작스런 시도에 서로 뭉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라클런은 머독 편에 섰다.
NYT는 “놀랍게도 머독과 자녀들간의 싸움이 완전히 대중의 시야에서 벗어나 진행되고 있었던 점”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네바다 신탁 검인 위원은 머독이 선의로 행동하고 상속인들만을 위해 행동한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면 신탁을 수정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는 48쪽 분량의 결정문 사본에 나와 있다고 한다.
신탁은 취소할 수 없지만 선의로 변경하고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 되는 유일한 목적을 허용하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머독이 선의로 행동하고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재판이 9월에 시작될 예정이다. 양측은 모두 막강한 변호사를 고용해 소송에 대비하고 있다.
머독은 마이클 잭슨과 브라타니 스피어스 재산 분쟁에 연루된 세파드 물린의 변호사인 아담 스트라이샌드가 대리한다. 세 자녀는 크래바스, 스와인 앤 무어의 소송 공동 책임자인 게리 A. 보른스타인을 내세웠다.
NYT는 머독 제국을 둘러싼 승계 전쟁만큼 주의 깊게 지켜본 미디어 기사는 거의 없다며 이는 셰익스피어적 성격과 제국의 엄청난 정치적 영향력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앞서 머독은 2018년 공식적으로 라클런을 후계자로 지정하기로 결정하면서 회사에 대한 그의 바람에 대한 수년간의 추측이 종식됐다. 다만 기존 신탁은 그의 가장 나이 많은 네 자녀 모두에게 회사의 미래에 대해 동등한 발언권을 부여하고 있다.
NYT는 93세인 머독의 연령을 감안하면 이번 소송전은 그의 거대한 미디어 대기업을 장악하기 위한 마지막 싸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NYT는 머독이 25년 전 신탁을 설계한 이후 가족의 정치적 견해는 급격히 갈라진 것이 이번 가족간 소송의 배경에 있다고 전했다.
도널드 J. 트럼프가 부상할 때 머독과 라클런은 긴밀하게 연합해 회사의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인 폭스 뉴스를 더욱 오른쪽으로 밀어냈지만 나머지 세 자녀는 점점 더 불편해 했다.
머독은 자신이 사망할 때 다가올 가족 갈등을 막기 위해 신탁을 바꾸려는 노력을 중단했다고 한 인사가 얘기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고 NYT는 전했다.
머독은 신탁을 수정하기 위한 청원서를 제출한 후 사람을 보내 엘리자베스와 프루던스를 런던에서 따로 지지를 얻고자 했으나 엘리자베스는 욕설을 퍼부으며 반발했다.
지난달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머독의 26세 연하 다섯 번째 부인 엘레나 주코바와의 결혼식에 라클런 외의 다른 자녀가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머독은 그동안 네 차례 결혼해 총 6명의 자녀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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