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광화문광장에 태극기? 무궁화?…국민 여론 귀 기울여야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근 민선 8기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국민의 삶을 바꾸는 것은 거대한 프로젝트나 시설물이 아니다.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가 청계천보다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오 시장의 발언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가 강조한 '일상혁명'으로 무제한 교통카드 '기후동행카드'와 걷기만 해도 현금 포인트를 주는 '손목닥터9988' 사업을 대표적으로 들 수 있다. 사용자 100만명을 넘긴 일명 '밀리언셀러 정책'으로 꼽힌다.
생활밀착형 정책을 통해 시민들의 일상혁명을 이끌겠다고 공언한 오 시장이 최근 '국가상징조형물'을 짓겠다고 밝혔다. 장소는 광화문광장이다.
오 시장은 이곳에 110억원을 투입해 국가상징공간을 조성하고, 100m 높이 게양대에 걸린 태극기와 '꺼지지 않는 불꽃' 등을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 '과도한 애국주의',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나오자 한발 물러났다.
그는 대안책으로 높이 조절과 국가상징조형물의 형태를 태극기를 포함해 정부가 지정한 대한민국 국가상징인 애국가, 무궁화, 나라문장, 국새의 모양 활용 검토를 제시했다.
여기에 기념할 역사적 사건과 인물 등 모든 부문에서 가능성을 열어두고 시민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광화문광장에 국가상징공간을 조성하겠다는 뜻은 완고했다.
오 시장은 "광화문광장은 서울 도심의 심장부이자 역사와 문화, 시민정신이 공존하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국가상징공간이다. 우리 민족의 고유한 정체성을 상징하는 이순신 장군, 세종대왕 동상과 함께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장소가 필요하다는 의지에서 시작된 사업"이라며 추진 의도를 재차 강조했다.
이미 광화문광장은 대한민국 랜드마크다.
광화문광장은 예로부터 민의(民意)가 결집된 곳이다. 80년대 넥타이부대의 함성이 퍼졌으며,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진 촛불집회의 주 무대였다. 2002년 월드컵 이후 붉은 악마의 거리응원 장소로도 자리 잡았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600년 전 임금에게 상소를 올리는 유생들의 끓는 민심이 발현됐던 곳이었다.
현재 서울을 찾는 외국인에게 유명한 관광명소이고,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 동상은 국민들의 발걸음을 사로잡고 있다.
굳이 백억대의 예산으로 조형물을 설치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서 이미 의미가 깊은 장소다. 때로는 무언가를 더 채우지 않고 빈 공간을 남겨둠으로서 생기는 여백의 미가 있다. 광장은 더더욱 시민들의 목소리와 함성으로 가득 채워야 의미가 있다.
시가 내달 15일까지 시민 의견을 수렴하고, 오 시장이 "합리적인 비판에 귀를 열겠다"고 공언한 만큼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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