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설명' 법으로 의무화…필수의료는 '형 감면' 등 특례 추진
의료사고안전망 전문위, 정책 토론회 개최
환자 대신 쟁점 검토하는 대변인제도 도입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노연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7월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차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는 모습. 2024.07.1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의료사고 발생시 분쟁을 초기부터 완화하기 위해 환자와 의료진 소통을 법적으로 의무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필수의료 분야에서는 조건부로 형사 특례를 적용해 의료진의 위험 부담을 던다.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의료사고안전망 전문위원회는 2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T타워에서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환자·의료진 모두를 위한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방향'을 주제로 발표한 옥민수 울산대 의대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 2012년부터 의료분쟁조정제도를 도입했으나 의료사고 발생 시 소송에 의존하는 분쟁 해결 절차가 여전하다.
오랜 소송 기간과 갈등에 환자와 의료진 모두 힘든 상황인데, 민사 소송 1심 결과가 평균 6개월 소요되는데 반해 의료 과오 민사 소송은 이 기간이 26개월에 달한다.
환자의 경우 의료사고 원인 등 실체 파악이 곤란하고 소송 비용이 높은데 반해 보상이 불충분하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고 의료진은 고위험 진료 결과에 따른 사법 리스크가 상존하다보니 필수의료를 기피하게 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에 전문위는 ▲환자와 의료진 소통 활성화 ▲신뢰받는 의료분쟁 조정제도 ▲실효적 보험·공제 확충 ▲최선을 다한 진료 사법리스크 경감 등을 중점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먼저 환자와 의료진 소통·신뢰 향상을 위해 의료사고 설명 법제화를 추진한다. 경상해가 발생했을 경우 담당 의료진이 경위와 상황을 설명하고, 중상해가 발생하면 병원장 등이 맡는 의료사고 예방위원회 위원장 또는 진료과별 안전관리자가 사전 수술 계획과 실제 치료 내용, 환자 상태 및 문제 상황, 결과에 대해 설명하는 식이다.
설명 과정과 유감·사과 등은 수사·재판 과정에서 불리한 증거로 채택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도 검토한다.
이 같은 의료사고 설명 법제화는 미국과 캐나다, 호주 등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데, 미국 미시간대학 의료원의 경우 제도 도입 후 월 평균 소송 건수가 2.13건에서 0.75건으로, 소송 평균 비용이 16만7000달러에서 8만1000달러로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의료분쟁 조정제도에서는 의학적·법적 지식이 부족한 환자를 돕기 위해 가칭 환자 대변인 신설을 추진한다. 제시된 모델을 보면 사망이나 1개월 이상 의식불명, 영구장애 발생 등 중상해 발생 사건이 해당되며 대변인은 과실이나 인과성 판단에서 핵심 쟁점을 검토·제시하고 감정 쟁점 의견서를 작성한다. 또 조정 심리 준비와 합리적 배상액 기준을 제시하는 역할도 맡는다.
아울러 현재 300명 규모인 감정위원 인력풀을 1000명 이상으로 확대하고 전문 감정교육 및 인증제를 신설하는 동시에 비의료인 감정위원의 역할도 강화한다.
의료사고 배상 분야에서도 개혁을 추진한다. 현재 상급종합병원 평균 의료사고 배상액 규모는 약 3억7000만원인데 의료배상공제조합 가입률은 34%에 불과해 의료사고 당사자 간 방어적 행태가 지속되고 있다. 변호사와 세무사, 공인회계사, 보험중개사 등 사회적 책임이 높은 전문 직업은 대부분 배상책임보험 가입이 의무화돼있다.
이에 필수의료 과목 의료진을 대상으로 배상 책임보험과 공제 보험료를 국가가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또 민간보험 상품 개발·운영 활성화, 민간보험 외 공적 공제 신설도 검토한다.
보험·공제 가입을 토대로 의료사고 형사 특례 법제화도 추진하는데, 내용을 보면 책임보험에 가입하면 일부 예외 사유를 제외하고 당사자 간 합의를 통한 '반의사 불벌'을 적용하고, 종합보험에 가입하면 조건부로 형사소추를 면제한다. 또 종합보험 가입자는 조건부로 필수의료 행위에 따른 상해 및 사망사건에서 형을 감면하거나 면제한다.
불가항력 분만사고에 대해서는 국가보상금 한도를 현실화하고 보상 범위도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하기로 했다.
다만 특례 적용 범위와 기준, 적용 방식 등에 있어서는 전문위 내부에서도 이견이 있는 상태다.
옥 교수는 "필수의료 기피 현상 해결을 위한 개선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특례 적용, 요건, 범위 등은 의견이 다양하다"며 "특위 논의를 기반으로 협의·조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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