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조림 카르보나라 나오자…이탈리아 들썩 "쥐나 줘라"
[서울=뉴시스] 미국 식품기업 하인즈가 새롭게 출시한 통조림 카르보나라. (사진=하인즈)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황소정 인턴 기자 = 미국 식품기업 하인즈가 통조림 카르보나라를 출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파스타 종주국인 이탈리아에서 격양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각)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하인즈는 이달 중순부터 영국에서 통조림 카르보나라를 개당 2파운드(약 3500원)에 판매한다.
노란색 캔으로 된 이 제품에는 '스파게티 카르보나라, 판체타(훈제하지 않은 이탈리아식 베이컨)를 곁들인 크림소스 파스타'라고 적혀 있다.
하인즈 관계자는 이 제품을 "번거로움 없이 집에서 빠르고 만족스러운 식사를 즐기기 위한 완벽한 해답"이라고 소개했다.
이탈리아 국민은 통조림 카르보나라 판매 소식에 상당한 반감을 보이고 있다.
다니엘라 산탄케 이탈리아 관광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X에 통조림 카르보나라 출시 기사를 캡처해 올리며 "이탈리아인들은 음식에 진지하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1954년 영화 '로마의 미국인'(Un americano a Roma)에 나온 배우 알베르토 소르디의 대사를 인용해 "(통조림 카르보나라는) 쥐나 줘야 한다"고 맹비난했다.
이탈리아의 유명 셰프인 잔프란코 비사니는 "이런 제품이 이탈리아 문화와 요리를 파괴한다"며 "통조림 카르보나라는 수치스러운 제품"이라고 질타했다.
로마에 있는 미슐랭 레스토랑 글라스 호스타리아의 셰프 크리스티나 바워먼은 "우리 요리의 사생아"라며 "끔찍한 아이디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소비자들이 오리지널보다 이 통조림 버전을 먼저 먹어보고 실망할까 봐 두렵다"고 우려했다.
로마의 또 다른 미슐랭 레스토랑 피페로의 셰프 알레산드로 피페로는 더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통조림 카르보나라를 "고양이 사료"라고 비꼬았다.
이탈리아 누리꾼들 역시 "역겹다" "엉터리 통조림 카르보나라는 혼자만 먹어라" "신선하지 않은 카르보나라를 생각하면 토할 것 같다" "이탈리아 요리는 정말 간단하고 맛있다. 집에서 만드는 게 훨씬 빠르고 건강할 텐데 왜 화학 물질이 가득한 음식을 먹이려는 거냐" "캔을 열 때마다 로마인이 죽어간다"며 분노하고 있다.
한편 카르보나라는 이탈리아 수도 로마가 본고장이다. 이탈리아에서는 매년 4월 6일을 카르보나라의 날로 지정할 만큼 카르보나라가 대표적인 음식으로 꼽힌다. 돼지 볼살로 만든 숙성고기 구안찰레와 달걀노른자, 페코리노 치즈, 후추로만 만들어 먹는 게 정통 레시피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