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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반도체 또 침체 오나?…"가격 대세 하락 예상"

등록 2024.09.05 11:38:46수정 2024.09.05 11:4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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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경기 전망 놓고 상반된 전망 제기

"AI 거품, 미·중 경기 둔화" 가격 하락 가능성

"AI 투자 의지 강력"…내년까지 상승 예상도

[서울=뉴시스]SK하이닉스 1c DDR5 D램. (사진 = 업체 제공) 2024.08.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SK하이닉스 1c DDR5 D램. (사진 = 업체 제공) 2024.08.2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주춤할 수 있다는 불안이 커지며, 반도체 경기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HBM(고대역폭메모리)를 제외한 범용 제품 수요 감소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하지만 또 한편에선 아직 우려할 단계가 아니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메모리 반도체 '피크아웃(정점 지나 하락 전환)' 가능성이 곳곳에서 제기된다.

우선 빅테크들의 AI(인공지능) 수익화 지연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덮칠 악재로 꼽힌다. 업계에 따르면 AI 기반 HBM, eSSD(기업용 데이터 저장장치) 수요는 여전히 강세이지만, 메모리 업계의 투자 확대와 경쟁 심화로 현 강세가 이어질 지는 미지수라는 진단이다.

만일 빅테크가 내년에 AI 투자 축소에 나설 경우 메모리 시장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증권가에 따르면 이달 초 집계한 미·중 빅테크 업체 14개사의 올해 설비투자 전망치는 2308억달러로, 지난 8월 집계 당시 2316억달러보다 0.3% 낮아졌다. 앞으로 실적 악화나 부품 재고 증가 같은 변수가 등장하면 AI 투자는 더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발 경기 둔화 우려에 환율 영향까지 비우호적인 것도 메모리 반도체 수요 감소 원인이다.

최근 미국 경제지표가 기대치보다 낮게 발표되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30원대로 떨어져 5개월여 만에 최저 수준이다. 반도체는 우리나라 최대 수출품으로, 달러로 거래하기 때문에 약달러 상황이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게는 더 불리하다.

중국을 중심으로 PC, 모바일 등 IT 기기의 수요 회복이 더딘 것도 메모리 우려를 낳는다.

범용 메모리의 경우 메모리 업체와 수요 업체간 통상 분기 단위의 대량 거래 협상을 통해 가격을 결정하는데, 이미 일부 제품에서 가격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다.

메모리 업체들은 지난해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출하량을 줄이고, 가격을 올린 바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고객사들의 저항에 부딪쳤다. 특히 모바일향 메모리는 중화권 스마트폰 고객사들 위주로 가격 저항이 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마트폰 시장 전반이 부품 원가 상승으로 수익성 악화를 보이는 가운데 연말과 내년 초 비수기에는 고객사들의 저항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송명섭 iM증권 애널리스트는 "올 4분기에 추가적으로 소폭 메모리 반도체 가격 인상이 예상되지만 내년 1분기부터는 계절적인 수요 둔화와 고객사 원가 부담 가중으로 가격 상승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승연 D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다운사이클을 경험한 메모리 반도체 공급사들이 과욕을 부릴 가능성은 낮아 판매가가 소폭 하향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뉴시스]삼성전자가 대만 반도체 설계 기업인 미디어텍(MediaTek)과 업계 최고 속도인 10.7Gbps(기가비트퍼세컨드) 저전력 D램(LPDDR5X D램) 동작 검증을 완료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삼성전자가 대만 반도체 설계 기업인 미디어텍(MediaTek)과 업계 최고 속도인 10.7Gbps(기가비트퍼세컨드) 저전력 D램(LPDDR5X D램) 동작 검증을 완료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빅테크 투자 의지 강력”…수요 낙관론도

부진한 IT 소비 수요 회복 지연에도 아직 가격 상승 여력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D램 주도의 메모리 사이클이 내년 상반기까지는 지속될 것이란 관점에서 비롯된다.

우선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의 "과소투자가 과잉투자보다 위험하다"는 발언에서 보듯 빅테크들의 AI 투자 경쟁 의지가 확고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서버 고객들의 HBM와 고용량 DDR5 모듈 수요는 여전히 강하게 유지되는 상태"며 "최근 수요 둔화의 근거로 제기되는 3분기 출하 비트(bit) 정체는 가격 상승을 수용시키기 위한 단기 판매 계획의 미세조정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전했다.

공급 측면에서도 HBM의 높은 공정 난도 등을 고려하면, D램 생산량이 큰 폭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적다는 의견이 나온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기업들이 과거와 같은 대규모 투자를 피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장기적인 시장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무리한 투자를 지양하고, 전략적으로 선택과 집중을 강화하고자 할 것"으로 전망했다.

온디바이스 AI 등 새로운 메모리 수요처에 대한 기대감도 나온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PC, 스마트폰에 AI 기능이 탑재 효과가 내년 세트 출하 증가와 더불어 메모리 탑재량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며 "특히 AI PC는 개인보다 기업과 정부의 폐쇄적 업무 환경에서 니즈가 크다. D램 채용량 증가 효과는 2~4배 규모"라고 전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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