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4일제 법제화해야" vs "기업 경쟁력 떨어져"…토론회 공방
민주노총·한국노총 등 주 4일제 토론회
"노동시간 OECD 평균보다 130시간 ↑"
"부정적 경제 효과 미미…삶의 질 개선"
"주4일제 실험…매출액 36% 오르기도"
"인력 확보 어려워…기업 경쟁력 저하"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이수진(앞줄 왼쪽 네 번째부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권미경 연세세브란스병원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조합원 등이 지난 7월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병원 노동시간 단축과 일과 삶의 균형 어떻게 할까?' 토론회에서 주 4일근무제 촉구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07.23. [email protected]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9일 오후 개최한 토론회 '주4일제 어떻게 할 것인가'에서 이 같은 주장이 나왔다.
노동계는 근로자의 건강과 삶의 질 개선을 위해 꾸준히 주 4일제 등 근로시간 단축을 주장해왔다. 최근 민주노총이 제시한 주요 입법과제에 포함되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노동시간 단축의 사회경제적 효과'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한 황선웅 부경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노동시간 단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황 교수는 노동시간 단축이 일·생활 균형을 통해 삶의 질을 개선하고 현대 사회의 주요 문제에 대응하며 잠재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했다.
그는 "1인당 소득 수준이 증가하며 여가와 건강에 대한 선호가 증가했다"며 "청년층 선호 직장의 유형이 변화하고 고령 경제활동인구가 증가하고 직장이동이 잦아지며 단축 필요성이 대두됐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기준 한국의 노동시간은 OECD 38개 회원국 중 8번째로 길다"며 "OECD 평균보다 연간 130시간이 많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황 교수는 장시간 노동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짚었다. 그는 "과도한 장시간 노동은 산업재해 발생률을 높이고 신체와 정신 건강을 악화시킨다"며 "삶의 질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국내외 다수 연구를 통해 실증적으로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주 40시간제와 주 52시간 상한제 도입 효과에 관한 기존 연구를 보면 삶의 질 개선 효과는 다수 연구에서 보고됐지만 일부에서 우려한 부정적 경제 효과는 실증적으로 뚜렷이 관찰되지 않았다"고 했다. 또 "작지만 긍정적인 고용 확대, 노동생산성 향상 효과가 있었다"고 했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은 '노동시간 단축과 주4일제 법제화, 정책'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김 소장은 해외의 주 4일제 실험 성공 사례를 소개했다. 김 소장에 따르면 영국 공공부문 지자체(사우스 케임브리지셔 디스트릿)의 실험 결과, 주 4일제는 직원 이직률, 직원 몰입도, 정신 건강 등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다. 직원 이직률은 39% 감소했고 평균 지원자 수도 53% 증가했다. 또 직원 몰입도, 정신 건강, 신체 건강, 동기 부여의 정도가 대폭 늘었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강석윤(가운데)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이 지난 2월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주4일제 총선공약 채택 촉구' 노동·시민사회단체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2.29. [email protected]
이에 김 소장은 한국도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근로기준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소장은 "근로기준법 53조를 개정해 현행 1주 최대 12시간 연장근로 한도를 8시간으로 줄여야 한다"고 했다. 또 "근로기준법 60조를 개정해 연차 유급휴가를 20일 이상 부여하고 50조를 개정해 근로시간을 1주 36시간에서 32시간으로 점진적으로 단축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소장은 "국가 노동시간위원회 등을 신설해 주 4일제를 법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어진 토론에서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노동정책본부장은 근로시간 단축의 문제점을 제기하며 기존 근무시간을 그대로 유지할 것을 촉구했다.
황 본부장은 "우리나라는 더 이상 과도한 장시간 근로 국가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 임금근로자 1인당 연간 평균 실근로시간은 2008~2023년 15년 간 2200시간대에서 1800시간대로 줄며 그 감소 폭이 OECD 국가 중 가장 크다"며 "OECD 평균과의 격차도 2008년 412시간에서 지난해 130시간으로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근로시간 단축으로 노동생산성이 낮아져 기업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황 본부장은 "지난해 우리나라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44.4달러로 OECD 국가 평균보다 약 20% 이상 낮은 수준"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노동생산성 향상과 연계 없이 추가적으로 근로시간을 단축시키는 것은 기업의 경쟁력 저하를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또 인력확보의 어려움을 문제로 꼽았다. 황 본부장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우 현재도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납기차질과 일감 축소의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벨기에를 제외하고 국가 차원에서 입법화해 일률적으로 주 4일제를 시행하고 있는 사례는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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