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보조금'은 공허한 외침…산업부는 줄곧 '신중론'

前 산업부 장관들 "반도체 직접 지원해야"

정치권도 반도체 특별법 제정 요구

정부는 신중론 여전…직접 보조금 비관론 커져

[서울=뉴시스]14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역대 산업부 장관 초청 특별대담에서 전 산업부 장관들이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직접 보조금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이지용 기자) 2024.10.1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지용 기자 = 삼성전자가 메모리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반도체 전 분야에서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최근 반도체 기업에 대한 정부의 '직접 보조금'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력·용수 등 간접적인 인프라 지원 뿐 아니라 직접적인 현금 지원을 하지 않으면 중국 기업들에게 곧 따라잡힐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정부는 계속 신중론을 펴고 있어 보조금 제도화는 사실상 힘을 받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경제인협회는 전날 역대 산업통상자원부·지식경제부 장관을 초청해 특별대담을 열고 한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을 점검했다.

이들은 이날 정부가 반도체 기업에 현금 지원을 해주는 '직접 보조금'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윤호 전 지식경제부 장관은 "정부는 직접 보조금을 주는 것에 굉장히 주저하고 있다"며 "대기업에 혜택을 준다는 비판을 받을까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직접 보조금, 금융·세제 지원을 모두 묶은 큰 지원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창양 전 산업부 장관도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메모리는 연구개발(R&D)은 정부가 가장 힘써야 할 분야지만 지원이 적어, 직접 보조금을 분야별로 세분화해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직접 보조금 요구에 대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삼성전자 사장 출신인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7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반도체 산업에 보조금을 직접 지원할 수 있는 '반도체 특별법' 제정 필요성을 산업부에 전했다. 같은 날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도 정부의 보조금 0원 정책을 비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세제혜택과 같은 형태로는 감당이 안 된다"고 말하는 등 기업들도 직접 보조금에 대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요구들이 당장 의미있는 결과를 끌어내기 어렵다고 본다. 정부가 계속 '신중론' 기조를 보이고 있어서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전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정부가 내놓은 26조원의 반도체 생태계 종합 지원을 우선 추진하고, 상대국들의 지원이 업그레이드되고 우리가 따라가야 하는 단계가 되면 국회와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생태계 종합 지원에는 저리 대출과 세제 혜택 등이 위주이며, 직접 보조금 관련 내용은 없다.

안 장관은 지난 7일에도 보조금 직접 지원 법안 제정에 대해 "어떤 식으로 지원할 지는 경쟁국들이 어떻게 지원하는지 계속 모니터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신중한 입장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 원인 중 하나로는 '세수 부족'이 꼽힌다. 올해 세수는 당초 예상 대비 29조6000억원 부족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업계에서는 당분간 직접 보조금 실현이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잇따른다.

업계 관계자는 "정치권과 기업들이 직접 보조금을 외치고 있지만, 재정과 법률 등 다양한 문제로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려울 수 있다"며 "단 중장기적 관점에서 정부에 보조금을 계속 요구할 필요는 있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통상자원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4.10.07.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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