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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전쟁의 외국인 포로 “상당수는 속아서 전선에 투입”-이코노미스트

등록 2024.10.21 17:00:13수정 2024.10.21 18:4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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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투 업무 약속 받고 군에 갔다가 전선에 투입

적 사격 위치 파악 위해 앞세워 희생되기도

“중국 특수부대 출신, 이란 장교도 봤다”

[브뤼셀=AP/뉴시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이 17일 제공한 사진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오른쪽)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벨기에 브뤼셀의 한 병원을 방문해 이곳에 입원·치료 중인 우크라이나 군인에게 훈장을 수여하고 있다. 2024.10.21.

[브뤼셀=AP/뉴시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이 17일 제공한 사진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오른쪽)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벨기에 브뤼셀의 한 병원을 방문해 이곳에 입원·치료 중인 우크라이나 군인에게 훈장을 수여하고 있다.  2024.10.21.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군 투입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상당수 외국 용병들이 러시아에 속아 전선에 내몰렸다는 보도가 나왔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20일 포로수용소에서 만난 네팔 슬로바키아 브라질인 포로 등이 러시아 군대에서 싸우기 위해 지원한 적이 없고 속아서 전선에 투입됐다고 말했다.

러시아 외 외국인 포로는 한 명도 교환 귀환 없어

우크라이나 당국은 포로로 잡은 외국인 전투원의 숫자에 대한 공식 수치를 제공하지 않았다.

다만 이들은 없애고 싶은 짐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외국인 포로가 잡히기 시작한 이후 교환 등으로 귀국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반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18일 아랍에미리트(UAE) 중재로 각각 95명의 포로를 교환했다고 영국 BBC 방송 등이 19일 보도했다.

양국 간 포로 교환은 전쟁 개시 이후 58번째다. 9월에도 103명씩 상대 포로를 석방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지금까지 총 3767명의 포로가 무사히 귀환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포로는 불법 참전자, 당사국도 귀환 관심 없어

우크라이나 포로 처우 조정본부 대변인 비탈리 마트비엔코 중위는 (러시아 이외) 국가 출신의 포로는 당사국이 데려가는 데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많은 국가에서 외국의 전쟁에 참가해 싸우는 것은 불법이며 본국으로 돌아가면 감옥에 갈 수도 있다.

러시아가 외국인 포로들의 귀환을 요구했냐는 물음에 수용소 관계자는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코웃음을 쳤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잡지는 포로 수감자들의 진술이 사실인지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다른 보도와 일치한다고 전했다.

외국인 포로 중 스리랑카와 네팔 출신이 가장 많았다고 마트비엔코 대변인은 말했다.

네팔, 슬로바키아, 브라질 출신 각기 다른 사연들

네팔 출신의 수감자 A는 공부를 위해 러시아에 갔다. 도착한 지 한 달 후, 그는 가난한 사람 수백명을 유인해 러시아에 데려왔던 ‘요원’에 속아 돈을 뜯기면서 대학 등록금을 낼 수 없었다.

절박한 그는 러시아 군대와 계약을 맺었다. 모집 담당자는 싸우지 않아도 되고 다친 사람을 도울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몇 주 만에 전선으로 투입됐고, 다른 네 명의 동포와 함께 총격 끝에 붙잡혔다.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슬로바키아 출신 수감자 B는 자연, 타이가 숲, 시베리아에서 사는 것 등을 꿈꾸며 1월 러시아로 갔다.

그는 돈이 필요했고 야망을 이루기 위해 러시아 시민권을 취득하고 싶었기 때문에 군대에 지원했다. 참호를 파고 벙커를 구축하는 일만 할 것이라는 약속을 받았다.

그는 “러시아는 우리에게 거짓말을 했다”며 전투에 투입돼 공격을 받은 후 지뢰밭을 비틀거리며 걸어가 총을 버리고 포로가 됐다.

그는 감옥에 갇힐 것이기 때문에 슬로바키아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러시아로 돌아가고 싶지만 다시 전투에 투입돼 싸우고 싶지 않아서 수용소에서 지내는 것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브라질 출신의 수감자 C는 호주에 살고 있다가 러시아 IT 회사의 취직 제의를 수락했다.

그가 러시아에 도착했을 때 회사가 군사 정보 관련 업무를 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는 드론을 조종하는 훈련을 받았다.

그는 이 일로 온 것이 아니라고 불평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전선에서 탈출을 시도하면 체포되거나 총살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포로들 “중국 특수부대 출신, 이란 장교도 봤다”

포로수용소의 한 외국인 포로는 전선에 보내진 것에 대해 너무 화가 나 체포됐을때 우크라이나 정보부 요원들에게 러시아 진지 50개가 있는 곳을 말했고 그 때문에 자신이 있던 부대원 20명이 죽었다고 말했다.

지금은 우크라이나인들과 거래를 한 것에 다시 화가 난다고 했다. 이런 정보를 제공하면 풀어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풀려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감자 C는 훈련 중에 중국 특수 부대 출신을 보았으며 러시아어를 구사하는 이란 사령관도 만났다고 말했다.

용병 월급 2000달러, 사격 위치 파악하러 앞세워 총알받이 되기도

이코노미스트는 전장에는 실제로 돈을 받고 싸우러 온 사람들도 있으며 월급은 2000달러(약 260만 원)라고 했다.

국적은 스리랑카, 세르비아, 쿠바, 카자흐스탄, 타지크스탄, 모로코, 인도, 이집트 등 다양했다.
 
우크라이나측은 외국인 용병 상당수가 사망했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군의 사격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앞장세워 보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측은 외국인 용병은 사망해도 러시아 병사와 달리 가족에게 보상이 지급되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는다.

러시아 군에서 싸우기 위해 모집된 외국인 수는 수천 명에서 수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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