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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없어 못했는데"…의료계, '환자거부' 판결에 발끈

등록 2024.11.25 13:40:36수정 2024.11.25 16: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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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필수의료 기피·방어진료 심화될듯"

"신경외과 의사없다 진료거부 지침상 정당"

"응급실 과밀 해소·최종치료체계 구축부터"

[서울=뉴시스]건물에서 추락한 10대가 응급실을 찾아 병원을 전전하다 숨진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사건에서 환자 수용을 거부한 병원에 보조금을 중단한 병원 처분이 정당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오자 의료계에서 '필수의료 기피', '방어 진료' 심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래픽= 뉴시스DB) 2024.11.2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건물에서 추락한 10대가 응급실을 찾아 병원을 전전하다 숨진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사건에서 환자 수용을 거부한 병원에 보조금을 중단한 병원 처분이 정당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오자 의료계에서 '필수의료 기피', '방어 진료' 심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래픽= 뉴시스DB) 2024.11.2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건물에서 추락한 만 17세 A양이 응급실을 찾아 병원을 전전하다 숨진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사건에서 환자 수용을 거부한 병원에 보조금을 중단한 병원 처분이 정당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오자 의료계에서 '필수의료 기피', '방어 진료' 심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 행위의 특성상 의사가 최선을 다해 진료한다 하더라도 사망 등 예기치 못한 의료 사고 발생의 가능성은 항상 내재돼 있다. 특히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응급의학과, 외과, 산과 등 필수의료는 긴급성, 예측 불가능성 등으로 인해 의료 사고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의 주요 대학병원 A 교수는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항상 완벽할 수는 없는 것이 의료"라면서 "완벽하지 않았다는 이유 만으로 피고가 돼 법적 판단을 받아야 하는 상황 자체가 의사들에겐 고역"이라고 말했다. 현재 의료진이 최선을 다해 진료했음에도 불구하고 예기치 못한 의료 사고가 발생해 민·형사상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의 또 다른 대학병원 B 응급의학과 교수는 "이번 법원 판결로 의사의 소신 진료가 더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현재도 수술해 줄 의사가 없는데 덜컥 환자를 받았다가 환자가 사망하기라도 하면 응급실 담당 의사가 소송에 휘말리게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기에서 진료 거부 사유에 해당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복지부는 지난 9월 '응급의료법' 및 '의료법'에 기초해 ‘진료 거부의 정당한 사유’를 담은 지침을 안내했다.

대한응급의학회 관계자는 "지침상 신경외과 전문의가 모두 부재중 이라는 점은 응급의료 거부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지침에 따르면 '응급의료기관 인력, 시설, 장비 등 응급의료자원의 가용 현황에 비춰 응급환자에게 적절한 응급의료를 할 수 없는 경우'는 진료 거부·기피의 정당한 사유 중 하나로 포함돼 있다.

응급 환자가 제대로 치료 받지 못하고 병원을 떠도는 비극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환자의 부적절한 이송부터 응급실 과밀화, 수술·입원 등 최종 치료 불가 등 다양한 원인부터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석주 부산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이번 법원 판결은 응급의학과 기피를 심화할 수 있다"면서 "응급실 과밀화, 배후 진료과 자원의 부족 등이 해결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응급 환자를 받아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응급실 의사 혹은 병원을 처벌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3차 응급의료기관인 상급종합병원이나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치료가 시급한 중증·응급 환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과거 1339를 통해 경증으로 분류됐던 환자들마저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로 향하게 되면서 119는 환자 수송 업무가 늘고, 응급실은 경증 환자까지 도맡게 돼 과밀화 됐다.

[서울=뉴시스]중환자가 들어오는 첫 관문인 응급실은 응급의학과의 1차적인 검사나 응급 처치에 이어 외과, 소아청소년과, 내과 등 배후 진료과의 수술·입원 등 최종 치료가 불가능하면 환자를 수용할 수 없다. (이미지=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페이스북 캡처) 2024.11.2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중환자가 들어오는 첫 관문인 응급실은 응급의학과의 1차적인 검사나 응급 처치에 이어 외과, 소아청소년과, 내과 등 배후 진료과의 수술·입원 등 최종 치료가 불가능하면 환자를 수용할 수 없다. (이미지=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페이스북 캡처) 2024.11.25. [email protected].

중환자가 들어오는 첫 관문인 응급실은 응급의학과의 1차적인 검사나 응급 처치에 이어 외과, 소아청소년과, 내과 등 배후 진료과의 수술·입원 등 최종 치료가 불가능하면 환자를 수용할 수 없다.

지난 9월 진료할 의료진이 없거나, 소아 전문의가 있어도 증상에 맞는 적합한 치료를 해줄 '세부 전문의'가 부족해 이송될 병원 응급실을 찾다가 의식불명에 빠진 2살 여아, 지난해 수술이 가능한 병원 중환자실을 찾다 사망한 경기 용인 70대 외상환자 등의 사례들이 많다.

응급의학과 사직 전공의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지난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좋고 싫고의 문제가 아니라, 이제 정말 응급실로 돌아가면 안 되겠다"면서 "응급의학과 입장에서 최종 치료가 불가능한데 환자를 어떻게 받으라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식물인간이 되더라도 심장만 뛰게 하면 되는 것이냐, 인공 호흡기를 달아 놓고 그래도 살려 놨으니 소임은 다했다며 스스로를 위로하면 되는 것이냐"면서 "국민들이 원하는 의료가 이런 것이냐, 그냥 안 하겠다"고 썼다.

응급실 뺑뺑이를 해결하려면 119 구급대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유인술 대전응급의료지원센터장은 "119구급대가 환자를 빠르게 적절한 의료기관으로 이송하고 정확한 환자 정보를 제공해야 병원에서도 환자를 잘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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