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 9개월 만에 꾸려진 대화기구인데…3주 만에 좌초 위기
대한의학회·KAMC, 협의체 탈퇴 가능성↑
"일요일 회의 마지막 될 듯"…곧 입장 발표
초반 관심 받은 협의체, 3주 만에 동력 잃어
의정 대화 난망…"강경세력 더 힘 받을 것"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이진우 대한의학회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야·의·정 협의체 비공개 회의에 참석해 있다. 2024.11.2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정유선 기자 = 의정갈등 9개월 만에 꾸려진 대화기구 '여야의정협의체'가 출범 3주 만에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협의체가 의료계와 정부 사이 입장 차이만 재확인한 채 멈출 것으로 예상되면서 앞으로 갈등 해결은 더욱 요원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30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여야의정협의체에 참여 중인 대한의학회와 의학전문대학원협의회(KAMC) 내부에선 협의체를 탈퇴하는 쪽으로 입장이 모아졌다.
대한의학회는 전날 오전 긴급 임원 회의에서 이같이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KAMC에서도 같은 날 오후 열린 의대 학장단 회의에서 의학회와 보조를 맞추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단체는 정부에서 전향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이상 다음 달 1일 협의체 회의를 끝으로 활동을 중단하겠다는 방침이다.
대한의학회 관계자는 협의체 활동과 관련해 "일요일 회의가 마지막이 될 것 같다"며 "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이나 성명서를 제출하는 수순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들 단체가 협의체 중도 하차를 고민하게 된 건 협의체에서 의대 증원 문제 등에 대한 의료계 요구가 수용되지 않는 데다, 전공의와 힘을 합친 대한의사협회 등에서 '나오라'는 압박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26일엔 여야의정협의체 출범을 이끌었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경북 국립 의대 신설을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의료계 내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붓기도 했다.
대한의학회 관계자는 "의료계 내부의 비난을 감수하고 협의체 참여를 어렵게 결정했지만 정부와 여당이 사태 해결 의지를 보여주지 않아 실망스럽다"면서 "실익이나 성과가 없는, 의료계와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형식적인 회의였음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지난 10월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는 모습. 2024.10.21. [email protected]
여야의정협의체는 의정갈등이 9개월을 향해 달려가던 지난 11일 '연말까지 성과를 내겠다'며 출범했다. 회의에 총리와 관계 부처 장관들이 참여하고 의제엔 2025학년도 의대 증원 문제 포함 제한을 두지 않겠다고 공언하며 초반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3주 동안 열린 3번의 실무회의와 2번의 전체회의에서 유의미한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서 점차 동력이 떨어졌다.
의료계가 2025년도 의대 정원 증원과 관련해 수시 미충원 인원의 정시 이월 제한, 예비합격자 정원 축소 등을 요구했으나 정부에선 소송 위험 등 법적 문제를 고려해 받아들이지 않았다. 2026년 정원도 의료계는 증원을 유보하자는 반면 정부는 인력수급추계위원회를 통해 원점에서 논의하자며 이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협의체는 운영 내내 전공의와 야당이 불참하며 사실상 '여의정협의체'로 활동해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떨쳐내지 못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협의체가 전공의와 의대생 없이 대화를 한다며 "무의미하다"고 깎아내린 바 있다.
이번 협의체가 깨질 경우 당분간 의정 간 대화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화를 해도 정부의 입장은 변함이 없고 타협점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만 확인돼 앞으로 소통이 잘 안되지 않겠냐는 관측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료계 내 강경세력들이 더 힘을 받고 대화를 하자는 주장은 힘을 잃게 될 것"이라며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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