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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었던 수출마저…中·반도체 감소 여파에 2년 만에 꺾였다

등록 2022.11.02 06:00:00수정 2022.11.02 06: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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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수출 증가율 24개월 만에 감소로 돌아서

최대 교역국 중국 수출 15.7% ↓…5개월 연속 감소

중국 봉쇄정책 영향…경기둔화 단기간에 안 풀릴 듯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효자 품목 반도체 수출도 ↓

반도체 3개월 연속 감소세…지난달 두 자릿수 감소

발등에 불 떨어진 정부…연쇄 수출 상황 긴급 점검

"수출 증가세 반전 어려워…근본적 수출구조 개선"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선적 및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2022.11.01. yulnetphoto@newsis.com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선적 및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2022.11.01.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김성진 기자 = 2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오던 우리나라 수출이 2년 만에 감소로 전환하면서 경제 전반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내년 세계 교역량 감소가 전망되는 가운데 반도체 경기 악화, 대(對) 중국 수출 둔화 등의 영향으로 수출 감소 흐름이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액은 524억8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5.7% 감소했다. 우리 수출은 지난 2020년 11월 이후 올해 9월까지 2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오다가 지난달 24개월 만에 '역성장'하게 됐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수입은 9.9% 늘어난 591억8000만 달러를 기록, 무역수지(수출-수입)가 67억 달러 적자를 내면서 7개월 연속 적자 기록을 이어갔다. 1997년 이후 25년 만에 가장 긴 적자 기간이다. 연간 누적 적자 규모도 365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특히 수출 증가율이 감소로 전환한 부분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구조에 치명적인 신호로 읽힌다.

우리 수출 증가율은 올해 1~5월만 해도 ▲1월 15.2% ▲2월 20.6% ▲3월 18.2% ▲4월 12.3% ▲5월 21.3%로 지난해에 이어 두 자릿수를 유지했다.

그러나 6월 들어 5.4%를 기록한 뒤, ▲7월 9.4% ▲8월 6.6% ▲9월 2.8% 등 한 자릿수를 유지하다가 지난달 급기야 감소로 전환하게 됐다.

이 같은 수출 감소는 우리 최대 수출 국가인 중국의 수입시장 위축과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가격 하락 등이 가장 큰 영향으로 꼽힌다.

지난달 대(對)중국 수출은 15.7% 줄어든 121억6000만 달러로 5개월 연속 감소를 기록했다.

[서울=뉴시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수출액이 524억8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5.7% 감소했다. 우리 수출은 지난 2020년 11월 이후 올해 9월까지 2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왔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수출액이 524억8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5.7% 감소했다. 우리 수출은 지난 2020년 11월 이후 올해 9월까지 2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왔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지난 6월부터 시작된 대중국 수출 감소는 ▲6월(-0.8%) ▲7월(-2.7%) ▲8월(-5.3%) ▲9월(-6.5%)로 한 자릿수 감소세를 보이다가 지난달 들어 두 자릿수(15.7%)로 뛰었다.

중국 수출 감소는 중국의 봉쇄 정책 후폭풍으로 반도체(-23.3%), 석유화학(-20.5%), 일반기계(-27%), 철강(-4.9%) 등 주요 품목 수출이 위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 제조업 경기 전망 지표가 일제히 부정적으로 나오면서, 중국 산업 경기 둔화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2로, 전월 대비 0.9포인트(p) 하락해 시장 예상치(50.0)를 밑돌았다. PMI는 50을 기준으로 그보다 높으면 경기 확장, 낮으면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세계 경기에 민감한 반도체 역시 한동안 하락세를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는 6월(10.7%)까지만 해도 두 자릿수의 수출 증가율을 보였지만, 7월 2.1%로 급락한 데 이어 8월(-7.8%), 9월(-5.7%) 감소한 뒤 지난달에는 17.4%로 두 자릿수 감소율을 보였다.

반도체 수출 부진은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와 재고 누적 등으로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하락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메모리 반도체 수출물가지수도 6~9월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수출물가지수는 수출상품의 가격변동을 측정하는 지표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4회 반도체대전(SEDEX·Semiconductor Exhibition 2022)에서 관람객들이 SK하이닉스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2022.10.05.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4회 반도체대전(SEDEX·Semiconductor Exhibition 2022)에서 관람객들이 SK하이닉스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2022.10.05. [email protected]

한은에 따르면 D램 수출물가지수 증감률은 ▲6월(-11.9%) ▲7월(-26.3%) ▲8월(-26.6%) ▲9월(-28.6%) 였으며, 플래시 메모리도 ▲6월(-11.9%) ▲7월(-26.3%) ▲8월(-26.6%) ▲9월(-28.6%)로 지속해서 감소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1일 시장조사업체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이날 기준 PC용 D램 범용제품의 고정거래 가격(기업 간 계약거래 금액)은 2.21달러로, 전월(2.85달러) 대비 22.46% 내렸다.

낸드플래시도 거래 가격이 지난 6월 이래 5개월 연속 내림세다. 메모리카드·USB용 범용제품 고정거래 가격은 이달 평균 4.14달러를 기록, 전월(4.30달러) 대비 3.73% 내렸다.

수출 증가율이 감소로 돌아선 가운데 고(高)유가 기조 속에서 무역적자 흐름도 한동안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무역적자의 원인인 원유·가스·석탄 3대 에너지원 수입 증가액은 올해 1~10월 누계 716억 달러로, 같은 기간 전체 무역적자 356억 달러를 2배 이상 상회하고 있지만 에너지 가격은 떨어질 기미가 없다.

석유수출기구(OPEC·오펙)와 비회원 산유국 협의체인 OPEC+(오펙플러스)가 이달부터 하루 평균 200만 배럴 감산 결정하면서 하반기 유가 상승 압력이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4분기 브렌트유가 배럴당 110달러까지 갈 것이라고 전망을 상향 조정했으며, UBS, ING그룹 등도 100달러 수준으로 뛸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2.11.01.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2.11.01. [email protected]

아울러 유가 상승으로 무역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세계무역기구(WTO)는 내년 전 세계 교역량 증가율을 지난 4월 전망치 3.4%에서 1%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마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정부는 이날 수출 감소로 '경고등'이 들어오면 통상교섭본부장 주재 수출상황 긴급점검회의, 경제부총리 주재 비상경제장관회의 등을 연쇄적으로 열고 수출활력 제고 방안 등을 논의했다.

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수출상황점검회의에서 "높은 에너지 가격으로 수입증가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주요국의 금리인상, 수요둔화 등의 영향으로 향후 우리 수출입 여건이 어려운 상황으로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정부는 연속되는 무역적자에 더해 수출마저 감소세로 전환된 최근 무역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수출활력 제고에 총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출경쟁력 강화 전략을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며 "수출현장지원단과 수출상황실을 통해 접수된 규제개선 과제와 현장 애로에 대해서도 관계부처와 함께 총력을 다해 지속적으로 해소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반도체 단가 급락 등 글로벌 IT 경기 위축이 우리 수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 당분간 수출 증가세 반전이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향후 글로벌 경기 여건이 개선될 경우 우리 수출이 빠르게 증가세로 반등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수출 품목과 지역을 다변화하고 수출경쟁력을 강화하는 등 근본적인 수출 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을 보다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력산업, 해외 건설, 중소·벤처, 관광·콘텐츠, 디지털·바이오·우주 등 5대 분야 세부 추진 과제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마련했다"며 "이달 중 5대 분야별로 민관합동 협의체를 출범해 실효성 있는 핵심과제 발굴에 즉시 착수할 것"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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