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켄드릭 라마, '21세기 시인'의 위로가
이건 '21세기 시인'에게 바치는 남루하나마 최소한의 헌사. 30일 밤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펼쳐진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4 켄드릭 라마'에서 현존 최고의 힙합 뮤지션으로 통하는 켄드릭 라마(31)의 존재감을 확인했다.
2만명이 모두 스탠딩으로 객석을 채운 이날 공연에서 라마는 70분 남짓이라는 짧은 시간에도 '몸과 마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존재의 묵직함'을 보여줬다. 이날 공연이 절정에 달한 오후 9시 서울의 기온은 33℃. 객석에서 느껴지는 체감 온도는 더 뜨거웠다.
첫 내한공연한 라마는 정규 4집 '댐(Damn.)' 투어답게 이 앨범의 수록곡 'DNA'로 포문을 열었다. 라이브 밴드의 반주로 쉴 새 없이 내뱉는 라임의 향연은, 21세기에 왜 힙합이 대세가 될 수밖에 없는지를 증명했다. 스마트폰을 통해 그의 랩을 눈으로 따라 갔음에도, 좇지 못할 정도로 폭주하는 랩에서 스포츠카의 질주 이상의 쾌감을 느꼈다.
'올라이트(ALRIGHT)'를 부르는 도중 객석을 향해 "풋 유어 핸즈 업(Put Your Hands Up)"이라고 외친 순간이 화룡점정이었다. "넌 애써 모른 척 했지만 우리는 아파했고 괴로워했어. 자존심이 땅을 칠 때면 세상을 향해 우리는 소치 쳤지. '어디로 가야 해'"라고 폭발적으로 외치는 순간이 하이라이트였다.
2015년 발표한 희대의 명반 3집 '투 핌프 어 버터플라이' 수록곡으로 내면의 아픔, 지난한 현실을 이기고 희망을 향해 달려가는 것에 대한 노래. '21세기 위로가'란 이런 것임을 보여줬다. 그가 왜 미국 최고권위의 언론·문화계 상인 퓰리처상 음악부문 수상자인지 고개가 끄덕여졌다.
가사에 욕설이 포함돼 만 19세 이상 관람가였으나 객석을 불편하게 만드는 심한 욕은 포함되지 않았다. 힙합계 스타답게 이날 신곡 '솔 메이트'를 발표한 '블락비' 멤버 지코 등도 공연장을 찾았다. 잠실종합운동장 주차장에는 힙합에 종사하는 이들이 탈 법한 특이한 모습의 차량이 대거 주차돼 있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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