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아이즈]화랑가-모준석 전
레비나스(1906~1995)가 무너뜨린 근대의 절대적 주체개념은 더 넓은 층위의 타인과 공존해야 하는 현대사회에서 타자의 철학으로 여전히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주체-타인’의 관계성 또한 더 이상 개인의 자아 확립을 위한 부차적 관점으로의 접근이 아닌 정체성 형성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세상을 향한 이상향적 시각을 독창적으로 풀어내는 모준석(27)이 서울 소격동 갤러리 선 컨템포러리에 ‘널 위한 자리’를 주제로 작품을 설치한다.
소외된 개인이나 타인의 부재 등 현실적 현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현 미술계의 풍토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공존과 소통, 하나 됨이라는 이상적 방향을 조형 작품을 통해 제시한다.
작가는 유난히 잦았던 이사와 오랜 기숙사 생활을 통해 어울림에 대한 갈망과 끊임없는 인내를 필요로 하는 공동체 생활을 경험하고 이를 작업의 근원지로 삼았다. 집으로 은유되는 개인이 모여 마을이나 또 다른 인물의 형상을 빚어낸다.
동선과 스테인드글라스만으로 이뤄진 작가의 입체적 집과 인물의 내부는 하나로 비워져 경계의 영역을 허물어뜨리고 공간의 소통을 가능하게 했다. 이는 주거지의 형태에 따라 생활자가 맞춰나가야 하거나 일정 장소가 그 사용주에 따라 용도가 변화하듯 개인 역시 타자와 조우했을 때 서로 조율해야 하는 소통과 비움을 상징한다.
그러나 다양한 형태의 외곽과 형형색색의 스테인드글라스와 같은 시각적 장치로 무조건적인 비움, 희생이 아닌 자신의 본래성을 가진 개인의 세계 속에서 이것들이 이뤄질 것을 강조한다.
“자신을 비워 하나를 이루는 것이 자신을 버리는 행위가 아니며, 자신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자기비움은 나의 작업에서 자신을 비운 타자의 결합으로 이뤄지며 그러한 결합을 통해 타자와 나는 하나가 된다. 즉 각자의 객체가 비워져서 전체의 비워짐을 돕는 역할을 하고, 전체는 하나됨을 이룰 수 있게 된다.”
테이블, 의자 등과 같은 작품 속 소소한 세부장치는 관계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며 소통의 개념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한다. 동선 두께의 차이를 키워 다양성의 하나됨을 강조함과 동시에 시각적 안정감을 구현했다.
또 은유를 넘어 주체로 본격 등장하게 된 인물상은 인체비례를 기본으로, 실제적 느낌은 극대화시키되 여전히 내부는 비워둬 마치 인간적으로 실천하기 어려운 자기비움을 온전히 수행한 절대자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국민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입체미술을 전공 중인 작가는 2009년 대한민국 기독교미술대전에서 특선, 2010년 충무갤러리 기획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지난 2월에는 AHAF HK 2011조각부분 영아티스트로 선정돼 홍콩 만다린 오리엔털에서 개최된 호텔 아트페어에 참여하기도 했다.
전시는 5월13일부터 6월5일까지다. 02-720-5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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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223호(4월25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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