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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2보]'이태원 살인사건' 유족 3억대 배상…법원 "검찰 부실 수사"

등록 2018.07.26 17: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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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배상 책임 있다"…총 3억6000만원 배상

부실수사 인정…범죄인 인도 지연은 책임없어

유족 "엉터리…바위에 계란 깨지는 것 같았다"

"검사가 잘못해서 범인 데려오느라 집도 팔아"

【서울=뉴시스】신태현 기자 = 피해자 고 조중필씨의 어머니 이복수씨가 지난해 1월25일 아더 존 패터슨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뒤 서울 서초구 대법원을 나서고 있다. 2017.01.25. holjjak@newsis.com

【서울=뉴시스】신태현 기자 = 피해자 고 조중필씨의 어머니 이복수씨가 지난해 1월25일 아더 존 패터슨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뒤 서울 서초구 대법원을 나서고 있다. 2017.01.2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혜원 기자 = '이태원 살인사건' 유족들이 사건 발생 21년 만에 국가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8부(부장판사 오상용)는 26일 이태원 살인사건 피해자 고(故) 조중필씨 어머니 이복수씨 등 유족 5명이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유족들에 대한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한다"며 "위자료 액수는 유족들이 겪었을 경제적·육체적·물질적 피해와 현재 국민소득 수준, 통화가치 사정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가는 조씨 부모에게 각 1억5000만원을 배상하라"며 "누나 3명에게는 각 2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검찰 부실수사 인정…범죄인 인도 지연은 "책임 없다"

 법원은 21년 전 검찰이 초동 수사를 잘못한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경찰은 패터슨과 에드워드가 살인죄 공범이라는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미군 범죄수사대도 패터슨이 칼로 찔렀다는 의견을 전달했다"며 "객관적 증거와 정황증거, 진술 등을 통해 내려진 합리적 의견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도 검찰은 기본적인 원칙조차 지키지 않은 채 수사를 진행했고, 초동수사결과를 번복할 만한 합리적 근거도 없이 패터슨의 진술을 진실로 믿고 불기소 처분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족들은 수년 동안 진상 규명을 위한 추가 수사 진행을 요청했고, 검사들은 적정한 방법으로 수사를 진행해야 할 직무상 의무가 있었다"며 "그럼에도 10여년이 지난 2009년에야 미 법무부에 범죄인 인도청구를 했다"고 질타했다.

 이와 함께 "유족들이 출국정지 기간을 연장하지 않은 검사들에게서 받은 손해배상금은 제외해야 한다"는 정부의 주장도 소송 대상이 다르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유족들은 2001년 해당 검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조씨의 부모에게 각 1500만원을, 누나들에겐 각 100만원씩 총 3300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검찰이 패터슨의 범죄인 인도청구를 지연시켰다는 유족들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검찰은 2000년부터 2005년까지 3차례 미국에 형사사법공조를 요청했고, 미국은 패터슨의 소재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답변했다"며 "이후 2009년 한 언론사에서 패터슨이 캘리포니아주에서 형사재판을 받았다는 사실이 보도되자 동일인 확인 요청을 해 소재를 공식적으로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무부는 필요한 절차를 거쳐 2009년 12월 법무부에 범죄인 인도청구를 했고, 절차가 합리적 이유 없이 지연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수사기관 인력과 자원이 한정돼있고, 미 법무부에 공조 요청을 하는 것 외 다른 직접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탓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서울=뉴시스】신태현 기자 = 피해자 고 조중필씨의 어머니 이복수씨가 지난해 1월25일 아더 존 패터슨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뒤 서울 서초구 대법원을 나서고 있다. 2017.01.25. holjjak@newsis.com

【서울=뉴시스】신태현 기자 = 피해자 고 조중필씨의 어머니 이복수씨가 지난해 1월25일 아더 존 패터슨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뒤 서울 서초구 대법원을 나서고 있다. 2017.01.25. [email protected]

◇유족들 "범인 데려오느라 집도 팔았다" 호소

 유족들은 지난 21년이 '계란으로 바위 치기'였다고 회고했다.

 이씨는 선고를 마치고 취재진을 만나 "너무 적게 나와서 섭섭하다. 검사가 잘못해서 (진범이) 도망가는 바람에 18년 만에 데려와서 형사재판을 받았다"며 "범인 데려오느라 집도 팔았다. 국민이 손해를 봐서 되겠냐"고 답답해했다.

 그러면서 "검사든 판사든 범인을 똑바로 가려내서 우리 같은 국민이 어려운 일, 힘들일 당하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다"며 "다녀보니 너무 엉터리 같다. 바위에 계란 던지면 깨지는 것 같다"고 호소했다.

 유족 측 소송 대리인단은 "국가배상을 인정한 것 자체는 참으로 다행이다"라며 "특히 범죄 피해자 보호를 어느 정도까지 하고 위법성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에 대해 의미 있는 판단을 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에드워드 리 무죄 판결 이후에도 가족들이 끊임없이 정보를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사 기관이 의무를 하지 않은 점을 판단했을 것"이라며 "국가가 항소하는 일은 없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재판 과정에서도 "20년 전 초동수사 담당 검사가 수사와 기소를 잘못해서 일이 꼬였다"며 "그 피해는 중필이와 우리 가족들이 입었다. 정신적·육체적·금전적으로 모든 것을 잃었다"고 했다.

 이씨는 "집을 팔아 서명을 받고 변호사 비용을 냈다. 그것도 모자라 큰딸 전세금과 딸들 퇴직금을 범인 밝히는 데에만 힘쓰고 21년째 버티고 살았다"며 "검사 한 명의 잘못으로 피해 가족에게 이 고통을 줘야 하냐. 법이라는 게 이렇게 억울한 사람한테 잔인하고 혜택을 못 받게 하냐"고 호소하기도 했다.
[종합2보]'이태원 살인사건' 유족 3억대 배상…법원 "검찰 부실 수사"


 ◇진범 놓친 살인사건…국가 배상까지 21년

 앞서 유족들은 이태원 살인사건 수사 지연으로 오랫동안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태원 살인사건은 1997년 4월3일 오후 10시께 서울 용산 이태원 소재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서 대학생이던 조씨(당시 22세)가 흉기에 수차례 찔려 숨진 사건이다.

 당시 검찰은 아더 존 패터슨(39)과 함께 있던 한국계 미국인 에드워드 리(39)에게 살인 혐의를, 패터슨에게 증거인멸 및 흉기 소지 혐의를 적용해 구속기소했다. 1심과 2심은 이들에 대해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1998년 4월 리에 대해 증거 불충분 이유로 사건을 무죄 취지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고,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같은 해 9월 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패터슨은 복역 중 특별사면을 받은 뒤 검찰이 출국정지 기간을 연장하지 않은 틈을 타 1999년 8월 미국으로 출국했다.

 조씨 유족은 패터슨을 살인 혐의로 고소했지만, 패터슨의 출국으로 사건은 표류했다. 이후 검찰은 패터슨이 진범이라는 수사 결과를 냈고, 2009년 미국에 패터슨의 인도를 청구해 2011년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2015년 9월 송환된 패터슨은 "범인은 에드워드 리"라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1심과 2심은 패터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지난해 1월 상고심에서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 없이 충분히 증명됐다"며 원심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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