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생존용 냉방 아이템 '자구책' 봇물…'양산의 재발견'까지

등록 2018.08.04 14:36:06수정 2018.08.06 10:55:43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출근길부터 지친다…얼음팩에 목 선풍기 지참

얼음조끼, 쿨스카프, 쿨토시, 쿨링스프레이 등

사무실에 미니 에어컨 놓는 경우도…휴대 용이

'여성 전유물'이던 양산 찾는 남성들 부쩍 늘어

더위, 햇빛 알러지, 탈모 등 이유로 '남녀불문'

【서울=뉴시스】윤슬기 기자 =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무더위에 시민들은 조금이라도 열기를 식히려 각종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얼음팩을 휴대하고 다니거나 이동식 미니 에어컨을 구입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전례 없는 무더위와 맞서며 악전고투 중이다.

 4일 소방청 등에 따르면 7월 한 달간 폭염으로 119구급대의 온열질환 환자 이송이 급증했다. 119구급대는 지난달 온열환자 이송을 위해 1066번이나 출동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출동 횟수인 355건과 비교해 약 200% 증가한 수치다.

 더위가 밤낮 가릴 것 없이 기승을 부리면서 길에는 휴대용 아이스 팩을 갖고 다니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에게 휴대용 선풍기는 이미 필수품으로 자리를 잡았고, 기존 손 선풍기를 목에 걸어 휴대성을 더한 '목 선풍기'가 손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여기에 얼음 팩을 조끼에 넣어 착용하는 얼음조끼와 쿨 스카프, 쿨 토시, 쿨링 스프레이 등 이전엔 볼 수 없었던 폭염 대비 아이디어 상품이 인기다.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김모(31세)씨는 손에 아이스 팩을 쥐고 있었다. 김씨는 "폭염으로 출근길이 너무 힘들어 인터넷에서 아이스팩을 구매했다"며 "겨울에 손난로를 갖고 다니거나 핫팩을 붙였던 적은 있는데, 여름에 얼음 팩을 들고 다니게 될 줄은 몰랐다. 더워도 너무 덥다"고 말했다.

 이동식 미니에어컨에 대한 소비자들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USB 미니 에어컨은 탑재된 탱크에 물을 채워 넣어 필터를 적시면서 냉각하는 방식의 1인용 냉풍기다. 휴대가 간편해 회사 사무실은 물론 캠핑 등 실외에서도 이용하기 쉬워 소비자들에게 주목 받고 있다.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최모(29세)씨는 "공공기관은 실내온도가 28도로 설정되어 있어 USB 1인용 선풍기나 에어컨이 필요한 실정"이라며 "출근길에도 휴대용 선풍기를 갖고 다니거나 쿨 스카프 등을 몸에 착용해 더위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윤슬기 기자 =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롯데마트에서 한 남성이 양산을 구매하고 있다. 2018.08.03 yoonseul@newsis.com

【서울=뉴시스】윤슬기 기자 =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롯데마트에서 한 남성이 양산을 구매하고 있다. 2018.08.03 [email protected]

오랜 시간 '아줌마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양산의 재발견도 이뤄지고 있다. 남성들 사이에서까지 인기를 끌 정도다. 실제로 출퇴근길이나 점심시간 등에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양산을 쓴 남성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백화점, 마트 등에서도 양산을 구매하거나 문의를 하는 남성들이 부쩍 늘었다는 전언이다.

 서울역 버스환승센터에서 만난 유정엽(34)씨는 "양산까지는 아니지만 햇빛 알러지 증상이 있어 우산을 쓰고 나왔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시원하게 느껴지고 알러지 증상도 완화되는 것 같다"며 "우리나라에서 양산은 아주머니들만 쓰는 물건이라는 인식이 강한 것 같은데 남자들도 양산을 자유롭게 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근처의 한 마트에서 만난 최모(59)씨도 "너무 더워서 사서 쓰고 다니려고 하는데 남자들에게 어울리는 디자인은 없는 것 같다"며 "여자들만의 전유물이라고 여기는 것도 디자인 때문이 아니겠나"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현장에서 양산을 판매하는 직원들 역시 올해 양산 매출 증가를 체감할 정도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특히 남성들의 문의나 구매에 주목했다.

 따가운 햇빛이 모발에 안 좋아 '탈모'에 민감한 남성들이 찾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양산 판매원인 유 모씨는 "지난해까지는 남성들로부터 문의조차 없었는데 최근엔 하루에 2~3명 정도가 구매 문의를 하고 있다"며 "구매자 10명 중 1명은 남성인 것 같다. 또 여성들이 남성의 양산을 대신 구매해 선물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유통업계의 양산 매출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지난달 16일부터 31일까지 양산 매출은 전년 대비 89.7%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에서도 같은 기간 우·양산 매출이 1년 전보다 154.0% 급증했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