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가 원했던 '증인 없는 재판'…스스로 무덤 판 꼴 됐다
이명박, 재판 시작하며 모든 증거 동의
"측근 법정에 불러 추궁하고 싶지 않아"
증인 없이 진행됐지만 오히려 패착돼
이명박, 뒤늦게 진술 신빙성 이의 제기
법원 "진술 신빙성 인정돼"…중형 선고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달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8.09.06. [email protected]
하지만 측근들의 진술은 이 전 대통령의 중형(징역 15년·벌금 130억원·추징금 약 82억원) 선고에 결정적 역할을 했고 '증인 없는 재판'은 이 전 대통령의 최대 패착이 됐다.
9일 이 전 대통령의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는 '다스(DAS) 실소유 여부', '삼성 뇌물' 등과 관련해 물적 증거와 함께 측근들의 진술을 적극적으로 인정했다.
다스 실소유 여부에는 김성우 전 다스 대표와 권승호 전 다스 전무의 진술이 결정적이었다. 재판부는 "김성우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피고인의 지시로 현대건설에서 퇴사해 다스를 설립했다'고 진술했다"며 "김성우와 권승호는 '다스의 실소유자는 이 전 대통령으로 매년 초 이 전 대통령에게 다스 경영상황을 보고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고 지적했다.
도곡동 토지 매각대금에서는 "이동형(다스 부사장)이 '도곡동 토지 매각대금을 보관한 이상은 명의 계좌는 이 전 대통령 소유'라고 진술했다"면서 "인출 내역 등을 보면 신빙성이 있다"고 이 전 대통령의 소유로 판단했다.
비자금 문제에 있어서도 "김희중(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은 '1998년부터 2007년까지 이 전 대통령의 사무실 운영비용, 개인 활동비 등을 김재정으로부터 지급받았다'고 진술했다"고 측근의 진술을 제시했다.
특히 다스의 소송비용을 삼성에서 대납했다는 의혹에는 최측근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의 진술을 적극적으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김백준은 '청와대를 찾아온 김석한(변호사)을 면담한 후 'VIP 보고사항' 문건을 작성해 다스 미국 소송에 관해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승인을 받았다'고 진술했다"며 "김백준은 '자신이 이학수(전 삼성 부회장)를 청와대 집무실로 데려가 이 전 대통령을 접견했고 당시 이학수가 삼성의 전반적인 이야기를 했다'라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안지혜 기자 = 349억원대 다스 횡령 및 110억원대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15년 및 벌금 130억원이 선고됐다. [email protected]
증거 동의는 검사 혹은 피고인이 제시한 증거를 법정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서로 간에 동의하는 절차다. 증거에 동의할 경우 해당 증거는 법적 능력이 부여되지만 부동의할 경우 법적 능력을 부여하기 위해 법정에서 공방이 이뤄진다.
이 전 대통령이 모든 증거에 동의했기 때문에 재판은 특별한 증거 탄핵 없이 진행됐다.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자동차 부품사 '다스'의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 등에서 거액의 뇌물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1심 선고 공판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리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건강상의 이유로 불출석 해 좌석이 비어있다. 2018.10.05. [email protected]
이 전 대통령 측은 "이병모는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것이어서 자신에게 유리하게 진술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김백준은 고령이고 '경도인지장애' 증상을 보여 기억에 기초한 진술을 할 수 없는 상태라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선고 전 제출한 139페이지 분량의 의견서에도 "검찰은 금융거래 조회 같은 객관적인 증거보다는 김성우와 권승호 등의 진술을 근거로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소유주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재판부는 "이병모는 외장 하드에서 나온 문서 파일이 제시되자 공소사실에 부합한 진술을 한 것으로 보이고, 김백준은 조사 과정에서 충분한 휴식이나 면담 시간을 부여받았다"고 반박했다.
이어 "객관적인 물증과 신빙성 있는 진술에도 불구하고 이 전 대통령은 반성하지 않고 주변에 책임을 전가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의 16개 혐의 중 '다스 횡령' '삼성 뇌물' 등 7가지를 유죄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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