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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가 온다]한해 필요한 돈 10조엔…'사면초가' 日개호보험

등록 2019.09.06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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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에 2017년 요양 필요한 노인 628만명

도입 당시 3.6조엔 개호보험 16년만 9.9조엔

보험료를 늘리기도 서비스 줄이기도 어려워

개호예방 선택…"韓도 재택케어 늘릴 수밖에"

【요코하마=뉴시스】임재희 기자 = 일본 노인홈에선 신체 상태에 따라 목욕을 할 수 있도록 시설을 설치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7일 찾은 일본 요코하마시 '카와이노이에' 목욕탕 내부. 2019.09.06. limj@newsis.com

【요코하마=뉴시스】임재희 기자 = 일본 노인홈에선 신체 상태에 따라 목욕을 할 수 있도록 시설을 설치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7일 찾은 일본 요코하마시 '카와이노이에' 목욕탕 내부. 2019.09.06.  [email protected]

【도쿄=뉴시스】임재희 기자 = 일본 개호보험제도(이하 개호보험)는 한국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이하 장기요양보험)의 현재이자 미래다. 요양이 필요한 고령자가 일상생활을 수행할 수 있도록 신체 및 가사활동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건강보험과 별도 재원으로 충당한다.

일본은 노인보건제도와 사회복지제도로 분산돼 있던 요양 서비스를 하나로 통합하면서 2000년 개호보험을 도입했다. 한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7년여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2008년부터 장기요양보험을 본격 시행했다.

일본 개호보험 전문가들은 한국 장기요양보험을 두고 "개호보험에서 좋은 건 취하고 나쁜 건 버렸다"며 높게 평가했다. 의료와 개호가 다소 분리된 일본과 달리 한국은 건강보험공단을 통해 이를 관리할 수 있다. 40세 이상부터 별도로 개호보험료를 걷는 일본과 달리 한국은 20세 이상부터 보험료를 내고 있어 안정적인 재정 운용을 꾀할 수 있다.

하지만 급속한 고령화와 이에 따른 요양 서비스 수요 증가는 양국 모두 피할 수 없는 문제다. 특히 재정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한국 장기요양보험은 아직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기 전인데도 2016년부터 재정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이미 초고령사회에 2007년 진입했고 베이비붐 세대의 연이은 고령 진입까지 앞둔 일본 개호보험의 문제를 들여다보고 한국 장기요양보험의 미래를 미리 진단해 본다.

◇10조엔 육박한 일본 개호보험…재정마련 고민

현재 일본 개호보험을 둘러싼 최대 고민은 역시 재정 문제다.

우리나라(1~5등급, 인지지원등급)보다 서비스 제공 범위가 넓은 일본(요개호 1~5등급, 요지원 1~2등급)은 고령화로 제도 도입 당시 3조6273억엔(약 41조4781억원)이었던 개호보험 총비용이 2016년 9조9903억엔(약 114조2390억원)으로 16년 사이 2.75배 가량 늘었다. 2001년 300만명이 채 안 됐던 개호보험 등급 인정자는 2017년 628만2408명까지 증가했다.
[초고령사회가 온다]한해 필요한 돈 10조엔…'사면초가' 日개호보험

재정 문제 부딪혔을 때 해법은 재원을 늘리거나 제공하는 서비스를 줄이거나 크게 두가지다.

개호보험 재원은 정부와 국민이 절반씩 부담한다. 국가가 25%, 광역자치단체(도·도·부·현)가 12.5%, 기초자치단체(시·정·촌)가 12.5% 등 50%를 내면 65세 이상 제1 피보험자가 23.0%, 40~64세 제2 피보험자가 27.0%씩 50%를 부담한다.

일본 개호보험은 40세부터 가입해 보험료를 낸다. 40~64세까지는 제2 피보험자로 의료보험 보험료에 소득에 따라 개호보험료를 납부한다. 제1 피보험자는 65세 이상인데 보험료 중 90% 가량이 연금에서 자동 공제된다. 일본 개호보험료는 3년 주기로 조정되는데 1700여개 시·정·촌마다 보험료가 조금씩 다르다.

보험료를 더 이상 올리기엔 이미 내고 있는 보험료 수준이 상당하다는 게 일본의 문제다. 제1 피보험자 기준으로 가장 최근인 2018~2020년 전국 평균은 약 5869엔(약 6만7100원)이다. 연금 생활자가 대부분인 고령자에겐 적지 않은 비용이다.

정부 입장에서도 추가 재정 지원은 쉽지 않은 선택지다.

그렇다면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를 줄여 재정을 아끼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이미 10%였던 본인부담률을 소득에 따라 20%, 30% 등으로 높여왔다. 여기에 경증에 대한 서비스 혜택을 제한하거나 상대적으로 재원이 많이 들어가는 시설 개호를 재택 개호로 유인하는 방안도 있다.

하지만 본인부담률 상향 조정은 개호보험 등급 인정자의 대부분인 65세 이상 노인들의 생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서비스를 제한하는 방식은 서비스 이용자들의 반발이 거셀 수밖에 없다. 최근 들어 비중이 늘고 있는 1인 노인가구의 경우 재택 개호만으론 세심한 돌봄이 어려울 수 있다.

◇일본 선택은 '개호예방'…"韓도 재택케어 늘릴 수밖에"

세금이나 보험료를 늘릴 수도, 제공하던 서비스를 줄일 수도 없는 일본 정부의 선택은 개호 예방이다. 고령자가 개호가 필요한 상태로 건강이 나빠지지 않도록 해 개호보험 수요 자체를 줄여보자는 것이다.

정부는 지방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 관계 단체는 물론 주민들과 함께 요개호 인정률을 낮추는 데 성공한 일본 사이타마현 와코시(和光市)와 규슈 북동부 오이타현(大分県) 등의 사례를 전국에 확산하기 위해 200억엔의 예산을 책정했다.

개호 시설 등에 주는 수가에서도 예방 비중을 늘리고 오전 10시부터 오후 4~5시까지 하루동안 고령자의 일상생활과 재활 등을 돕고 집으로 돌려보내는 데이서비스에도 개호 예방 기능을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하라 아이즈(三原岳) 일본 닛세이기초연구소 보험연구부 연구원은 "한국도 고령화가 더 진행된다면 시설 케어보다 재택 케어를 늘려야 할 것"이라며 "시설보다 집에서 돌보는 쪽이 돈이 덜 들어가고 의료비를 줄여야 한다면 병상 수를 줄이는 선택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읿본은 1990년대부터 시설과 병상 대신 집이나 집과 비슷한 시설을 만들어 노인들이 치료를 받도록 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오고 있다"며 "게다가 고령사회가 성숙하면 할수록 한국도 평소 살던 익숙한 곳에서 나이를 먹고 생을 마감하려는 요구가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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