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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건설공사 사망 65% '추락사고'…중소규모 민간현장이 많다

등록 2020.12.13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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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산업현장 사망 5년간 4714명…건설업 절반 차지

서울 연평균 50명 규모로 발생…추락-부딪힘-맞음 順

작업 숙련도가 안전사고에 영향…짧은 경력자가 많아

공사장 위험은 폭염·고령화에 따라 더욱 가속화될 것

[서울=뉴시스] 건설현장 모습.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건설현장 모습.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뉴시스 DB).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배민욱 기자 = 서울 건설공사장 사망자 10명 중 6명 이상이 추락사고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소규모의 민간현장에서의 사망사고 발생률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13일 서울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전국 산업현장에서 사고로 목숨을 잃는 근로자가 최근 5년간 4714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건설업 사망자가 전체의 절반에 해당하는 2355명으로 나타났다. 건설 현장에서 매일 1.3명의 근로자가 목숨을 잃는 것이다.

건설현장에는 추락, 충돌 등 다양한 사고위협들이 도사리고 있다. 자연재해, 장비 결함 등 환경적인 요인보다 작업숙련도 부족, 안전장비 미사용 등 과실로 발생하는 사고가 4배 이상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도 건설과정에서 근로자 재해를 피해갈 수 없었다. 지난해 건설 근로자 사망자 건수는 39건으로 2018년 48건, 2017년 67건과 비교해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연평균 50명 규모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발생형태를 보면 서울에서도 추락사고 위험성이 가장 컸다. 추락으로 인한 사망자가 전체의 약 65%(100명)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근로자 주변 장비와 물체에 의한 부딪힘으로 인한 사망자는 8.4%(13명)로 뒤를 이었다. 이어 물체에 맞음(7명), 무너짐(7명), 끼임(6명), 깔림(5명) 등의 순이었다. 기타는 16명으로 분석됐다.

서울에는 매년 5000여건의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중소규모 민간공사 현장은 더욱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3년간 발생한 건설업 사망자는 공공현장에서 29명, 민간현장에서 125명으로 집계됐다. 민간공사 현장 사망사고가 약 81%를 차지하고 있었다.

전체 154명 중 92명(약 60%)이 공사 규모 50억원 미만의 중소규모 현장에서 발생했다. 공공 건설현장에 비해 민간 건설현장이, 대규모 공사보다는 공사비가 적은 중소규모 현장의 안전관리가 미흡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비용 절감을 위해 공사기간 단축과 작업의 효율성을 우선시하고 안전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소규모 민간현장이 더욱 큰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서울기술연구원은 전했다.

공사규모와 특성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경험에 따른 숙련도도 안전과는 밀접한 연계가 있다.

서울 건설현장의 경우 근로자 근속기간에 따라 사망사고 발생률이 차이가 있었다. 전체 사망자 154명 중 6개월 미만 경력의 근로자 사망자 수가 122명 규모로 약 80%를 차지했다. 1년 이상 근속한 근로자는 14%에 불과했다.

건설현장 사망사고의 경우 작업에 대한 숙련도가 미흡하고 안전의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짧은 경력의 근로자가 많이 발생했다.

서울기술연구원 관계자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선 숙련된 역량으로 안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아직 그렇지 못한 곳이 많다"면서 "안전보다는 공사비 절감으로 이어지는 공사기간 단축을 더욱 중요시 하는 현장 문화로 근로자는 위험을 감수하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안전 장비·규정들은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건설현장 모습.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건설현장 모습.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뉴시스 DB). [email protected]

최근 급격한 기상이변과 인구구조의 변화는 건설현장 사고위험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서울의 여름철(6~8월) 평균기온의 경우 1986년 23.6도에서 2018년 25.2도로 30여년만에 1.6도가 상승했다. 서울은 지난 2018년 35일의 폭염일수를 기록했다. 이 시기에 315명의 온열질환자가 119구급대로 이송됐다.

폭염증가는 옥외작업 중심의 건설 근로자에게 더욱 큰 위협으로 다가온다. 최근 6년간 열사병 등에 의해 사망한 노동자 27명 중 70%(19명)가 건설업에서 발생했다. 기후변화 등에 따른 폭염일수의 증가로 건설 근로자의 안전 위협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육체노동이 주를 이루는 건설 현장 근로자의 고령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안전사고도 증가하고 있다.

건설현장 근로자의 고령화로 50대 이상 비율이 50%, 40대 이상이 80%를 넘어섰다. 지난 3년(2016~2018년)간의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건설현장 사망자 가운데 40대 이상이 93.2%, 50대 이상은 74.4%로 나타났다.

열악한 근무환경, 낮은 임금 등으로 건설업에 젊은 노동인구의 유입이 적어 앞으로도 고령화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일용직이 많은 건설현장의 고용구조와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주 5일 일한 노동자가 유급휴일을 누리도록 주휴수당을 지급하고 건설노동자가 부담했던 사회보험료의 전액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사회보험료의 경우 건설노동자 가입률은 전체산업 비정규직 노동자와 비교하면 20% 초반대(국민연금 22.2%·건강보험 20.8%)에 그치고 있다.

시는 건설현장의 안전 강화를 목적으로 '안전어사대'를 구성해 근로자의 안전보호구 착용여부와 사고 발생률이 높은 난간 등의 위험시설을 집중 점검하고 있다. 또 정보통신기술이 접목된 폐쇄회로(CC)TV를 활용해 위험현장에 대한 상시적 감시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시는 '서울시 지역건설산업 활성화에 관한 조례' 개정 추진으로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를 전액 지원함으로써 취약한 근로환경을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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