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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은 서울대 교수 성추문…국내 최고 지성 맞나

등록 2021.02.20 11:01:00수정 2021.02.20 11: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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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거의 매년 교수 성비위 발생

"규모 커 개별 단과대 힘 너무 강해져"

"학교 대응 느슨…일부 교수 위선 등"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서울대학교 음대 내 교수 사건 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 학생들이 지난해 7월28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반복되는 교수의 권력형 성폭력·갑질 중단 촉구 행진을 하고 있다. 2020.07.28. dadazon@newsis.com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서울대학교 음대 내 교수 사건 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 학생들이 지난해 7월28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반복되는 교수의 권력형 성폭력·갑질 중단 촉구 행진을 하고 있다. 2020.07.2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최현호 기자, 여동준 수습기자 = 국내 최고 대학으로 불리는 서울대에서는 매년 교수 성비위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5년 간 외부에 알려진 것만 7건이다. '국내 최고 지성'이라 할 수 있는 교수들이 모인 상아탑에서 비도덕적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다소 비상식적인 현상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교수보다 상대적 약자인 학부생·대학원생·교직원 등 서울대 관계자들은 이 같은 문제와 관련, ▲학교 규모가 비대해져 개별 단과대 단위로만 폐쇄적으로 움직인다는 점 ▲학교 본부의 느슨한 대응 ▲교내 인권센터의 비호 등 복합적인 형태의 내부 '카르텔'을 그 원인으로 꼽았다.

20일 수사기관 등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외부에 알려진 서울대 성비위는 7건이다.

지난해와 재작년에는 제자들을 성추행한 음대 교수 2명과 서어서문학과 교수가 논란이 됐고, 2018년에는 총장 후보자의 여교수 성추행과 수의대 교수의 여학생 성추행 사건이 있었다. 2017년에는 공대 교수가 대학원생을 성추행해 징역형을 선고받았고, 사회학과 교수도 대학원생을 성추행해 논란이 됐다.

이 같은 교수 성비위 문제와 관련, 상대적으로 교수보다 약자인 학부생·대학원생·교직원 등 서울대 관계자들은 학교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학교 본부가 단과대들을 컨트롤하지 못하고, 개별 단과대 단위로만 움직이는 폐쇄적 구조를 지적했다. 내부 비위가 발생해도 개별 단과대 차원에서만 대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과거 모 학과 교수의 성비위 사건 당시 피해자 측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 한 대학원생은 "서울대는 '호족사회'라고 보면 된다"라며 "(단과대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터치하지도 않고, 관심도 없다"고 언급했다"
[서울=뉴시스]서울대 정문(뉴시스DB)

[서울=뉴시스]서울대 정문(뉴시스DB)

그러면서 "(본부가) 단과대에 간섭을 해도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도 덧붙였다.

일부 단과대는 그 내부에서도 교수들 간 파벌이 심하게 나눠져 있어 대학원생들은 이른바 '줄 잘 서기'를 해야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런 구조적 상황 속에서 학교 본부가 단과대에 대해 느슨하게 대응한다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해 불거진 음대 교수들의 제자 성추행 사건 당시 피해자 측에서 활동한 한 학부생은 "자기들끼리 (호족사회를 형성하면서) '내가 한국 최고 대학 교수다' 같은 분위기가 있다"면서 "(학교 본부에선) 교수들이 세게 말하면 오냐오냐 받아주는 게 심한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2019년 서문과 교수실 점거 사태 당시를 언급하며 "교수들이 본부에 압박을 엄청 넣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또 일부 여교수들은 단과대 교수 사회를 비호하기 위해 내부 성비위에 대해선 위선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는 말도 나온다.

2017년 사회학과 교수 성추행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 여성학을 강의해 온 한 여교수는 공적인 자리였음에도 불구, 온라인상 해당 사건의 공론화를 언급하며 '학과 명예가 실추되고 있는 것이 짜증난다'라는 취지로 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교내 인권센터가 제대로 된 기능을 못하고, 사실상 내부 비위의 외부 유출을 막는 도구로 활용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서울=뉴시스]조인우 기자 =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 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김실비아씨가 지난 2019년 8월26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A교수 파면을 촉구하는 1인시위를 하고 있다. 2019.08.26

[서울=뉴시스]조인우 기자 =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 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김실비아씨가 지난 2019년 8월26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A교수 파면을 촉구하는 1인시위를 하고 있다. 2019.08.26

예를 들면 지난해부터 서울 관악경찰서가 내사를 진행하다 최근 종결한 자연과학대학 소속 A 전 교수의 여성 교직원 성추행 의혹의 경우, 인권센터 신고가 접수됐음에도 불구하고 학교 측에서 사표를 수리한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있다. 교원 인사 규정 상 교내외 기관의 감사·조사를 받고 있는 경우 사표 수리가 불가능한데, 학교 본부가 이를 무시했다는 의혹이다.

학교 본부와 인권센터 측은 인권센터가 개별 기구이고, 비밀유지를 해야 하는 조직이라는 점을 이유로 모든 사건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한 서울대 교직원은 이 사건과 관련, "(교원 인사 규정에) 위배되지 않도록 (본부 측이) 인권센터 접수 건을 덮어버렸을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최근 인권센터에 한 교원의 비위를 신고한 학부생은 "예전부터 학교 인권센터가 비위를 덮거나, (비위) 줄이기용이 아닌가 생각해 신뢰가 가진 않는다"고 하기도 했다.

한편 이처럼 복합적인 형태의 '카르텔'을 가진 서울대의 아성은 한국사회 전반으로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년 가까이 경찰 생활을 하며 여성청소년 수사 관련 표창까지 받았던 한 경찰 관계자는 "사기 혐의로 서울대 출신의 의사를 구속 수사하려고 한 적이 있었는데,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50통의 전화를 받았다"면서 "'죄도 없는 사람을 왜 수사하느냐'며 국회의원 보좌관부터 시작해 전화가 엄청나게 왔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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