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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루스, 국경 난민촌 철거…이라크 난민 431명 고국 도착(종합)

등록 2021.11.19 11:29:02수정 2021.11.19 12:4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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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난민촌 비워져…천막·옷가지 등 잔해만 남아

브루즈기 물류센터로 이동…벨, 식량·백신 등 지원

일부 난민 귀국 거부…벨라루스 "송환 노력할 것"

메르켈-루카셴코 '인도적 통로' 합의했나…독일은 부인

시리아 한 살 배기 또 희생…희생자 총 13명으로

[그로드노=AP/뉴시스]18일(현지시간) 벨라루스-폴란드 쿠즈니차 국경검문소 인근 벨라루스 그로드노에 있던 난민들이 철수한 뒤 임시 난민촌에 천막과 옷가지 등 잔해만 남아 있다.. 2021.11.19.

[그로드노=AP/뉴시스]18일(현지시간) 벨라루스-폴란드 쿠즈니차 국경검문소 인근 벨라루스 그로드노에 있던 난민들이 철수한 뒤 임시 난민촌에 천막과 옷가지 등 잔해만 남아 있다.. 2021.11.19.

[서울=뉴시스] 신정원 임종명 기자 = 벨라루스가 폴란드와의 국경 인근 난민을 철수하면서 유럽연합(EU)과의 난민 갈등 사태가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영국 가디언과 벨라루스 국영 벨타(Belta),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벨라루스 당국은 18일(현지시간) 폴란드와 쿠즈니카 국경검문소 인근 벨라루스 그로드노 측에 설치했던 임시 난민촌을 철거했다. 

또 이라크 국적 난민 431명을 고국으로 돌려보냈다. 이들을 태운 항공기는 벨라루스에서 이라크 북부 에르빌에 도착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이 항공기는 이 곳에서 급유한 뒤 바그다드로 향할 예정이다.

현재 난민촌은 버려진 채 임시 막사와 천막 잔해, 버려진 옷가지, 꺼져가는 불씨만 남았다.

폴란드 국경수비대는 "국경 건너편 (벨라루스) 브루즈기 인근 난민촌은 사람들이 떠나 버려졌다"며 "벨라루스 정부는 외국인(난민)들을 수백 미터 떨어진 교통 및 물류센터로 보냈다"고 상황을 전했다.

벨라루스 당국은 브루즈기 물류센터에서 난민들에게 매일 8t 상당의 식량을 비롯해 식수, 옷 등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코로나19 백신을 할당하고 1만 개 상당의 마스크를 배포했다. 벨라루스 보건당국에 따르면 17일 현재 1명의 양성 사례가 보고됐다고 한다.

다만 시리아, 이라크 등 중동에서 온 난민들은 벨라루스로 오는데 1만 파운드(약 1600만원)를 썼고, 다시 유럽으로 넘어오기 위해 밀수업자들과 계약을 했다며 많은 이들이 돌아갈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에 대해 벨라루스 당국 대변인은 "나머지 사람들은 떠나는 것을 거부했지만 우리는 노력할 것"이라며 "우리는 약속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에르빌=AP/뉴시스]벨라루스-폴란드 국경에 있던 이라크 난민들이 18일(현지시간) 이라크 에르빌 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2021.11.19.

[에르빌=AP/뉴시스]벨라루스-폴란드 국경에 있던 이라크 난민들이 18일(현지시간) 이라크 에르빌 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2021.11.19.


이 같은 움직임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두 번째 전화 통화 이후 이뤄졌다. 이들은 지난 8일 이후 난민 사태가 비화된 이후 15일 첫 통화를 한 데 이어 17일 다시 통화하고 사태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벨타는 양국이 문제 해결을 위해 즉시 협상에 들어갈 관계자를 지정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또 양국 지도자가 연락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했다. 아울러 메르켈 총리는 국제 인도적 단체가 난민을 도울 수 있도록 참여하게 해 달라는 EU 집행위 측의 요청도 전달했다.

일각에선 인도주의적 통로를 개설하기로 하는 비밀 거래가 있었다는 말이 흘러나왔지만 독일 언론은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이와 관련한 어떤 합의도 없었다고 공식 부인했다. EU는 독일과 벨라루스 간에 난민 귀국을 위한 기술적인 협의만 진행하기로 했다고 했다.

메르켈 총리가 단독으로 루카셴코 대통령과 협상에 나선 것을 두고도 EU에선 말이 나오고 있다. EU는 지난해 부정선거 의혹 끝에 6연임에 성공한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 루카셴코 대통령을 합법적인 지도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데 메르켈 총리가 단독 행동을 했다는 것이다.

EU는 이번 벨라루스의 난민 떠넘기기에 대해서도 루카셴코 정권이 난민을 무기 삼아 '하이브리드 공격'을 하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지난 15일엔 EU 외교장관들이 난민 수송에 관여한 벨라루스 항공사와 여행사 등에 대한 추가 제재를 합의하기도 했다.

다만 EU 집행위는 국경에서 영하 날씨의 혹한과 굶주림 속에 인도주의적 위기에 처한 난민들을 돕기 위해 지난 17일 70만 유로(약 9억3000만원)을 배정했다. 20만 유로는 국제적십자사연맹(IFRC)을 통해 지원하기로 했으며, 나머지 50만 유로 집행을 위해 다른 인권단체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했다.
[쿠즈니차=AP/뉴시스] 17일(현지시간) 벨라루스 그로드노 인근 벨라루스-폴란드 접경 지역의 쿠즈니차 검문소 부근에 '죽음'이라는 글을 이마에 쓴 한 난민 어린이가 서 있다. 폴란드 관계자는 벨라루스 지역 난민촌의 난민들이 버스로 이동하는 것을 보며 이는 긴장된 대치 상황이 완화할 수 있는 신호라고 밝혔다. 앞서 벨라루스 정부는 난민들을 인근 시설로 옮기기 시작해 난민 갈등이 봉합되는 조짐을 보였다. 2021.11.18.

[쿠즈니차=AP/뉴시스] 17일(현지시간) 벨라루스 그로드노 인근 벨라루스-폴란드 접경 지역의 쿠즈니차 검문소 부근에 '죽음'이라는 글을 이마에 쓴 한 난민 어린이가 서 있다. 폴란드 관계자는 벨라루스 지역 난민촌의 난민들이 버스로 이동하는 것을 보며 이는 긴장된 대치 상황이 완화할 수 있는 신호라고 밝혔다. 앞서 벨라루스 정부는 난민들을 인근 시설로 옮기기 시작해 난민 갈등이 봉합되는 조짐을 보였다. 2021.11.18.


한편 이날 시리아 출신 한 살배기 난민이 숨졌다는 비보도 들려왔다. 이번 난민 사태의 최연소 희생자다. 이에 따라 희생자는 총 13명으로 늘어났다.

폴란드 국제원조센터에 따르면 아이의 가족은 6주 동안 숲에 갇혀 있었다고 한다. 아이의 가족은 공격으로 인한 상처를 입었다고 말했지만 정확한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지난 16일엔 벨라루스-폴란드 국경에서 난민들이 돌 등을 던지며 무리하게 월경을 시도하고 폴란드 국경수비대가 물대포와 최루탄으로 저지하면서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로 인해 폴란드 경찰 9명을 포함해 12명이 부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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